KT 내야수 문상철(32)에겐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기였다. 번트 실패로 삼중살이 되면서 악몽을 겪은 문상철이 MVP로 경기를 마쳤다. ‘
문상철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그 1안타가 9회 고우석에게 터뜨린 1타점 결승 2루타. KT의 3-2 선승을 이끈 한 방으로 데일리 MVP에도 선정됐다.
강백호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문상철이 선발 기회를 잡았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15타수 4안타) 2홈런 2타점으로 활약하며 장타력을 보여줬고, 이날도 지명타자로 들어갔다.
경기 초반은 좋지 않았다. 1-2로 뒤진 2회 무사 1,2루에서 LG 선발 케이시 켈리의 초구 슬라이더에 보내기 번트를 댔다. 그러나 번트가 앞으로 굴러가지 않고 포수 앞에서 멈췄다.
LG 포수 박동원이 재빨리 3루로 송구한 뒤 2루 주자 장성우를 포스 아웃시켰다. 이어 3루수 문보경이 러닝 스로로 정확하게 1루에 연결, 병살타로 만들었다. 이어 1루에서 2루로 간 배정대가 무리하게 3루로 파고들었지만 1루 커버를 들어온 2루수 신민재가 3루로 송구하며 태그 아웃시켰다. 번트 실패가 순식간에 삼중살로 이어지면서 문상철이 고개 숙였다.
벤치 사인이 아닌 자신의 판단으로 번트를 댔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본인이 역으로 번트를 댔는데 분위기가 넘어갈 뻔 했다. 하지만 고영표가 승기가 안 넘어가게 잘 막아준 게 컸다”며 “경기를 졌으면 내가 번트 지시를 했다고 했을 것이다”고 웃어넘겼다.
문상철이 웃을 때까지는 3타석이 더 필요했다. 5회와 7회 두 타석은 연속으로 삼진이었다. 선두타자로 나온 5회 켈리의 슬라이더에 배트가 헛돌아 삼진을 당했고, 7회에도 1사 1,2루 찬스에서 이정용의 4구째 포크볼에 또 헛스윙 삼진 아웃됐다.
KT의 공격 흐름마다 찬물을 끼얹었지만 9회 마지막 타석에서 해결사로 나섰다. 2사 1루에서 LG 마무리투수 고우석의 6구째 커브를 통타, 좌측 펜스를 맞히는 1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가운데 몰린 공을 놓치지 않고 큼지막한 장타로 장식했다. 고우석 상대로 올해 3타수 3안타로 강세였는데 천적 면모를 재확인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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