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1경기 만에"...'3연속 PL 이달의 감독' 포스테코글루, 역사 쓰고도 한숨만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1.11 10: 32

앤지 포스테코글루(58)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프리미어리그(PL) 역사를 썼다. 하지만 밝게 웃을 순 없었다.
PL 사무국은 10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10월의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라고 발표했다. 그는 미켈 아르테타 아스날 감독,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우나이 에메리 아스톤 빌라 감독을 제치고 수상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10월에도 무패 행진을 달렸다. 루턴 타운을 1-0으로 꺾었고, 풀럼을 2-0으로 격파했다. 그리고 크리스탈 팰리스를 2-1로 제압하며 3전 전승을 거뒀다. 

[사진] 11월에도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감독상을 받은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 스카이 스포츠 소셜 미디어.

[사진] 프리미어리그 소셜 미디어.

[사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 덕분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3달 연속 PL 이달의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PL 4번째 대기록이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 클롭 감독도 3회 연속 수상을 기록한 적 있다. 콘테 감독은 첼시를 지휘하던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지,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4회 연속, 클롭 감독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달의 감독상을 휩쓸었다.
[사진]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
[사진] 라이브 스코어 소셜 미디어.
다만 PL 입성 직후 3연속 수상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처음이다. PL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달의 감독상 수상을 습관으로 만들고 있다! 그는 PL 데뷔 후 첫 3달에서 이달의 감독상으로 뽑힌 최초의 감독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PL 역사를 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제 4회 연속 수상에 도전한다. 그가 11월에도 감독상 트로피를 차지한다면 과르디올라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그러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 토트넘은 지난 7일 열린 11월 첫 경기에서 첼시에 1-4로 대패하며 10경기 무패 행진(8승 2무)을 마감했다. 올 시즌 첫 패배였다.
[사진] 레드카드를 받는 크리스티안 로메로.
[사진]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긴 미키 반 더 벤.
이날 토트넘은 데얀 쿨루셉스키의 선제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페널티킥 헌납과 다이렉트 퇴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제임스 매디슨과 미키 반 더 벤의 연이은 부상, 데스티니 우도지의 경고 누적 퇴장까지 겹치며 최악의 상황에 빠지며 3골을 더 내주고 말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선 근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당장 11일 오후 9시 30분 열리는 울버햄튼 원더러스 원정 경기부터 문제다. 징계를 받은 로메로와 우도지, 부상으로 이탈한 매디슨과 반 더 벤, 히샬리송, 이반 페리시치, 라이언 세세뇽, 마노르 솔로몬까지 최소 8명이 뛸 수 없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달의 감독상 3회 연속 수상을) 즐길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라며 "월요일 밤 이후 꽤 많은 일이 있었다. 반 더 벤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상당히 심각한 걸로 알고 있다. 아마 두 달 정도는 걸릴 것이다. 새해쯤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 발목을 다친 제임스 매디슨.
매디슨도 올해 안에 돌아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매더슨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 발목을 다쳐서 교체됐다. 다음날 상태가 좋지 않아서 검진을 보냈다. 그 역시 좋지 않고, 아마도 새해에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첼시전에 뛰지 않았던 히샬리송도 한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그는 올해 초부터 통증을 느끼던 치골 부위 부상을 해결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고, 빨라야 한 달 뒤에나 복귀할 예정이다. 10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던 토트넘은 이제 1위 싸움이 문제가 아니게 됐다.
[사진] ESPN FC 소셜 미디어.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수비진이다. 리그 정상급 수비를 펼치던 우도지-반 더 벤-로메로-페드로 포로 포백이 한 경기만에 붕괴됐다.
당장 울버햄튼전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포로 한 명뿐이다. 포백 4자리 중 3자리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가 보기에 특이한 점은, 내 감독 커리어에서 한 경기로 이렇게 혼란을 겪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는 한 경기에서 선발 자원 4명~5명을 잃었다. 그중 3명이 포백 수비수였다. 그게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만약 반 더 벤만 다쳤다면 그가 가진 능력 때문에 그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우리를 붕괴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포백 4명 중 3명을 다른 선수로 바꿔야 한다. 우리에게 큰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에릭 다이어를 선발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 현재 토트넘 1군에 뛸 수 있는 전문 센터백은 그뿐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이제 다이어가 기회를 잡았다. 첼시전에서 잘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난 그가 정말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홈 6경기 연속골을 기록 중인 황희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급조된 수비 라인으로 황희찬을 막는 어려운 과제를 맡게 됐다. 황희찬은 올 시즌 공식전 7골 2도움을 터트리며 PL 입성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리그에서도 11경기 6골을 기록하며 득점 순위 6위에 올라 있다.
특히 최근 폼이 심상치 않다. 황희찬은 지난 9월 말 입스위치전(EFL컵 32강)을 시작으로 6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직전 라운드 셰필드 원정에서도 장리크네르 벨레가르드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무엇보다 황희찬은 울버햄튼 역사상 1972-1973시즌 존 리차즈 이후 처음으로 홈 6경기 연속골을 뽑아내고 있다. 드리블 성공률도 69.9%(16/23)로 PL에서 18회 이상 드리블을 시도한 선수 중 1위다. 게다가 이번 경기도 울버햄튼 홈에서 열리는 만큼, 토트넘으로선 황희찬이 경계 대상 1호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황희찬을 막는 쪽보다는 '공격 축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2명이 퇴장당한 첼시전에서도 수비 라인을 중앙선까지 끌어 올리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고 싶은 유혹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맞다. 언제나 유혹은 있다. 하지만 난 초콜릿만 아니라면 유혹에 잘 빠지지 않을 수 있다"라고 농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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