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22세 MVP&20세 홀드왕…이틀 휴식 결단→15실점 참사, 1보 후퇴는 2보 전진으로 이어질까 [KS]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1.12 14: 40

필승 듀오 박영현(20), 손동현(22)을 아끼는 대신 수원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찾은 홈팬들 앞에서 대패를 당한 KT. 이강철 감독의 1보 후퇴 전략은 2보 전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11일 LG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은 이강철 감독이 시리즈를 앞두고 가장 우려한 경기였다. 1차전부터 고영표,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3선발을 모두 소진한 가운데 4차전을 맡을 마땅한 선발투수가 없었기 때문. KT는 정규시즌에서 고영표, 쿠에바스, 벤자민에 엄상백, 배제성으로 5선발 로테이션을 꾸렸지만 엄상백은 8월 말 갈비뼈 미세 골절로 장기 재활을 진행했고, 배제성은 들쭉날쭉한 제구로 사령탑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장고 끝 4차전 선발투수로 엄상백을 낙점했다. 사실 3차전이 박병호의 역전홈런을 끝으로 마무리됐다면 4차전 또한 큰 부담 없이 임할 수 있었지만 1승 뒤 2연패로 인해 한국시리즈 데뷔전에 나서는 엄상백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엄상백은 갈비뼈 부상에서 회복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승선했지만 지난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선발이 아닌 구원으로만 2경기에 등판했다. 이 또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단계였다.

6회초 무사 1루에서 KT 손동현이 마운드 올라 이강철 감독의 볼을 건네받고 있다. 2023.11.10 /jpnews@osen.co.kr

1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마운드에 오른 KT 투수 박영현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3.11.10 / dreamer@osen.co.kr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엄상백이 LG 타선의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진 것. 1회 1사 후 박해민의 우전안타에 이어 김현수 상대로 맞은 선제 투런포가 치명적이었다. 이후 2회에도 무사 1, 2루 위기에 처하며 투구수가 늘어났고, 3회와 4회 연속 삼자범퇴에 이어 5회 선두 문성주에게 볼넷을 내주고 강판됐다.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5회초 무사 1루에서 KT 엄상백이 교체되고 있다. 2023.11.11 /jpnews@osen.co.kr
이강철 감독은 경기에 앞서 엄상백의 다음 투수를 묻는 질문에 “이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중간 투수들이 많이 지쳐서 마땅히 뒤에 붙일 사람이 없다. 상황을 조금 봐야할 것 같다”라고 고민을 드러냈다. 또 다른 선발 자원인 배제성의 등판 여부도 점쳐졌지만 이 감독은 “배제성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의 선택은 통산 169세이브에 빛나는 마무리 요원 김재윤이었다. 올 시즌 32세이브(세이브 부문 2위)를 올리며 뒷문을 지킨 클로저를 0-2로 뒤진 5회 무사 1루서 등판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김재윤은 지난 10일 3차전에서 악몽을 경험했다. 7-5로 앞선 9회 경기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 홍창기의 내야안타와 오스틴 딘의 볼넷으로 자초한 2사 1, 2루 위기에서 오지환 상대로 충격의 역전 스리런포를 헌납했다.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6회초 1사에서 KT 김재윤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2023.11.11 /sunday@osen.co.kr
김재윤은 추격조 강등에도 좀처럼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정규시즌에서 “김재윤만큼 직구 회전수가 좋은 투수가 없다”라는 사령탑의 극찬을 들었지만 5회 신민재의 희생번트로 처한 1사 2루에서 홍창기를 만나 1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후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오지환을 풀카운트 끝 볼넷으로 내보냈고, 후속 문보경에게 초구에 달아나는 쐐기 투런포를 맞았다. 3차전의 악몽이 재현된 순간이었다. 
승기가 넘어갔다고 판단한 KT는 6회부터 필승조 손동현, 박영현이 아닌 그 동안 가을 무대를 밟지 못한 투수들을 차례로 투입하며 13일 5차전을 대비했다. 패전조 요원들에게 한국시리즈는 너무 큰 무대였고, 김영현(1이닝 1실점), 김민(0이닝 2실점), 주권(⅔이닝 4실점), 배제성(1이닝 3실점)이 나란히 난타를 당하며 4차전이 4-15 11점 차 대패로 마무리됐다.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 만을 남겨뒀다. LG는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 KT와 경기에서 장단 17안타를 터뜨리며 15-4로 승리했다. LG는 1차전을 패한 후 3연승을 거두며 3승 1패로 앞서 나갔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무승부 포함)를 먼저 선점한 팀은 17차례 중 16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확률 94%다. 경기를 마치고 KT 이강철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11 / dreamer@osen.co.kr
오는 13일 5차전 총력전을 위해 4차전을 과감하게 내주는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베스트 시나리오는 4차전 승리였지만 우려대로 선발 엄상백이 5회를 버티지 못했고, 2경기 연속 역전패 여파에 방망이까지 무뎌졌다. 물론 필승조 계속 투입해 실점을 억제하고 후반부 승부를 노려볼 수도 있었겠지만 경기 중반 사실상 승기가 넘어가며 굳이 무리하게 불펜을 운영할 필요가 없었다. 이 감독은 4차전 종료 후 “점수 차이가 벌어져서 손동현, 박영현을 굳이 쓸 이유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결국 손동현, 박영현을 쓰지 않고 패전조 요원들에게 한국시리즈를 경험시켰다. 2차전을 통해 새로운 믿을맨으로 떠오른 이상동 카드도 꺼내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홈팬들에게 죄송스러운 경기가 됐지만 대신 쉼 없이 달려온 손동현, 박영현이 이번 가을 들어 처음으로 11일과 12일 이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15-3으로 뒤진 9회초, KT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 빈 좌석이 눈에 보인다. 2023.11.11 /jpnews@osen.co.kr
1승 3패 벼랑 끝에 몰린 KT에게 5차전부터는 내일이 없다. 2021년 이후 2년 만에 창단 두 번째 우승반지를 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이제 단 하나, 3전 전승이다. 1패는 곧 준우승을 의미한다. 
KT의 5차전 선발투수는 1차전 승리를 이끈 고영표가 유력한 상황. 이어 이틀을 쉰 손동현, 박영현과 ‘뉴 필승조’ 이상동을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LG 필승조도 선발진의 난조 속 4경기를 통해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다. LG 타선 봉쇄라는 과제만 잘 수행한다면 충분히 반격을 노려볼 수 있다. 이 감독 또한 "선발 싸움이 가능한 5차전부터는 우리가 유리하게 승부를 가져갈 수 있다"라고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선 팀의 우승 확률은 94.1%(17회 중 16회)에 달한다. 1승 3패에서 3연승을 거둬 우승한 사례는 지난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상대한 삼성이 유일하다. KT가 역대 두 번째 매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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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 만을 남겨뒀다. LG는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 KT와 경기에서 장단 17안타를 터뜨리며 15-4로 승리했다. LG는 1차전을 패한 후 3연승을 거두며 3승 1패로 앞서 나갔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무승부 포함)를 먼저 선점한 팀은 17차례 중 16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확률 94%다. 경기를 마치고 KT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3.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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