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세창이 묻지마 폭행을 당했던 경험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피의자조차 용서한 사실에 오은영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14일 전파를 탄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 게스트로 나온 이세창은 “사람 얼굴을 기억 못 하는 게 제일 심하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심지어 자신에게 대포차 사기를 친 지인을 바로 기억하지 못해 반갑게 인사하고 돌려보냈을 정도. 오은영은 “나한테 사기친 사람을 기억 못하는 건 위험하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적이 되는 사람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세창은 “사람한테 배신당한 게 제일 크다. 제가 데리고 있던 직원이 배신 후 똑같은 사업을 창업했다. 투자자에게 회사를 빼앗기기도 했다. 출근하러 회사에 갔는데 직원들이 못 들어가더라. 대출 받아 다시 회사를 만들었는데 뜻대로 안 됐다. 쌓이고 쌓였다. 사람이 그땐 싫었다. 스스로 자학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오은영은 “믿었던 사람한테 크게 배신 당하고 그때 받은 상처와 아픔 때문에 타인과 관계를 맺고 에너지를 교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으면 기억이 잘 안 날 수 있다. 상대방과의 만남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 인간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관심이 없어진 상태다. 타인을 기억할 만한 여력이 없다. 의미 부여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세창은 “배신 당한 후 화를 안 내려고 한다. 과거의 기억 때문에 화를 내고 그 기억을 갖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옛날 생각하면 힘드니까. 안 좋은 걸 빨리 털어내야 새로운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니까. 화를 낸다고 그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이혼을 하든 딸을 빼앗기든 사업이 망하든 전 재산을 날리든 전세 사기로 쫓겨나든 모두 느낌이 똑같다. 화딱지 나는데 누르면 똑같다. 화를 피하게 되고 방법을 찾게 되고 내려놓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를 내는 방식을 잘 모르니까 상대와 갈등이 있을 때 스스로 ‘내려놨어’ 한다. 그럼 제 기억에서 지워진다. 나중에 보면 처음 만난 사람 같으니까 화가 안 난다. 훈련이 된 건지 확 지워진다. 원래 화를 못 낸다. 최근에 고속도로에서 충돌 사고를 당했다. 뒤 차 운전자가 화를 표출하더라. 저도 화가 나는데 다 귀찮았다. 보험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이 말에 오은영은 “그건 상대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다. 그 자체에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화가 있다. 불편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한발 물러서서 나의 감정을 정확히 알고 어떤 감정인지 객관화, 명료화 하는 게 중요하다.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그런데 본인은 그걸 모른다.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세창은 “제삼자 입장에서 보는 건 된다. 그걸 언제 표현할지는 모르겠다. 4년 전 길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새벽 2시 연극이 끝나고 돌가는데 20대 초반 사람이 쳐다보더라. 저도 봤는데 바로 맞았다. 피흘리면서 제가 그 사람을 잡고 신고를 했다. CCTV 사각지대라 때리는 장면이 안 찍혔다. 쉽사리 공론화 할 수도 없었다. 없던 걸로 하고 넘어갔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내려놨다는 말은 욕심, 욕망 같이 다루기 어려운 감정을 잘 다스려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표현은 그렇게 하지만 감정을 직면하기 어려워 회피하는 거다. 감정을 다루지 못한다는 거다. 마음 속 어딘가 남아있을 거다.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감내력이 너무 약한 건가”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감정을 다루는 게 서툴고 스스로 및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적절히 지각하고 이해하는 게 부족하다. 타인의 마음도 지각하기 어려울 거다. 그러면 주변인으로부터 무심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15년 전 배신과 10년 전 이혼 등 여러 아픔을 겪으면서 더욱 드러나게 된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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