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닌가요?" 1년에 국제대회 3번, 이렇게 고생한 투수 또 없다…원태인 해피엔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1.19 10: 40

올해만큼 야구 국제대회가 많았던 적이 없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까지 쭉 이어지면서 개막 전부터 시즌 중간, 종료 후에도 쉴 새 없이 야구가 계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 투수 원태인(23·삼성)이 있다. 
올해 3번의 국제대회 모두 참가한 선수는 원태인 포함 4명. 또 다른 투수 곽빈(두산)과 함께 내야수 김혜성(키움), 외야수 최지훈(SSG)이 3개 대회를 개근했다. 그 중에서도 공을 던지는 투수의 피로도가 큰데 곽빈은 아시안게임에서 어깨 담 증세로 등판 기록이 없다. 3개 대회 모두 공을 던진 투수는 원태인이 유일하다. 
지난 15일 도쿄돔 훈련을 앞두고 원태인은 “1년에 국제대회 3번은 처음 아닌가요?”라며 물어본 뒤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밀리면서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시즌이 정말로 길다. 1년 내내 야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태인 말대로 WBC, APBC는 2021년, 아시안게임은 2022년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지면서 올해 한꺼번에 몰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8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대만과 경기를 가졌다.대한민국 원태인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2023.11.18 / jpnews.osen.co.kr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8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대만과 경기를 가졌다.2회초 2사 2루에서 대한민국 원태인이 대만 린징카이를 삼진 처리하며 포효하고 있다. 2023.11.18 / jpnews.osen.co.kr

2006년 삼성 투수 오승환과 내야수 박진만이 3월 WBC, 11월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12월 아시안게임을 치른 바 있다. 2008년에는 SK 투수 김광현, 정대현, 외야수 이진영이 3월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8월 베이징 올림픽 본선, 11월 도쿄 아시아시리즈로 3개 대회를 소화했다. 다만 당시 아시아시리즈는 각 국 리그를 대표하는 클럽팀 출전으로 엄밀히 따지면 국가대표 팀은 아니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8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대만과 경기를 가졌다.1회초 대한민국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2023.11.18 / jpnews.osen.co.kr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8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대만과 경기를 가졌다.1회초 대한민국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2023.11.18 / jpnews.osen.co.kr
한 해 3번의 국가대표로 공을 던진 투수는 원태인이 유일하다. 3월 WBC에서 3경기(1선발·4⅓이닝) 4실점(3자책) 평균자책점 6.23으로 기록은 썩 좋지 않았지만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대표팀 투수 중 가장 많은 81구를 던졌다. 이어 아시안게임에서 홍콩·중국전 2경기에 선발등판, 1승을 거두며 10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여세를 몰아 올해 마지막 국제대회인 APBC에서 성공적인 피날레를 했다. 지난 18일 도쿄돔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만난 대만을 상대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한국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149km 강속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터를 고르게 섞어 던지며 안정된 커맨드를 뽐냈다. 올해 3개 국제대회에서 원태인의 총 성적은 2승 평균자책점 1.86. 
5회까지 투구수 84개로 6회 한 이닝을 더 갈 수도 있었지만 류중일 한국대표팀 감독은 “6회까지 가면 100구를 넘길 것 같았다. 삼성 관계자들한테 욕먹을 것 같아서 빨리 끊었다”며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올해 3개의 국제대회에서 총 6경기(4선발)에서 19⅓이닝 280구를 던진 원태인에게 그 이상을 바랄 순 없었다. 5이닝 1실점만으로도 대만전 승리의 발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틀 만에 한일전이 다시 열린다. 한국이 대만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 일본에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마지막 경기 대만전을 6-1 완승으로 장식했다. 대한민국 류중일 감독이 원태인과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3.11.18 / jpnews.osen.co.kr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8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대만과 경기를 가졌다.4회초 1사에서 대한민국 원태인이 대만  류지홍에 좌월 솔로포를 허용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3.11.18 / jpnews.osen.co.kr
이날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원태인은 올해 3번의 국제대회에 대해 “정말 길기도 길었고, 많이 힘든 것도 있었다. 오늘이 내게 있어 올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결승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경기이기도 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준비도 많이 했고, 그 마음을 담아 경기를 치렀다. 올해는 내게 있어 가장 행복했던 한 시즌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돌아봤다.
이어 그는 “WBC가 가장 큰 경험이자 뜻깊은 대회였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안게임에서 약팀(홍콩·중국)을 상대했다고 하지만 많은 자신감을 얻었고, 오늘까지도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삼성 소속으로 26경기 150이닝을 소화한 원태인의 올해 총 누적 이닝은 169⅓이닝에 달한다. 지난해 개인 최다 165⅓이닝 기록을 넘는다. 피로가 누적된 만큼 내년 시즌 준비에 있어 휴식과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는 “(병역 혜택으로) 봉사 활동을 해야 해서 해외 나가서 몸 만드는 것은 안 될 것 같다. 내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일찍 들어가서 운동은 하되, 캐치볼 같은 것은 휴식에 중점을 두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내년 초에는 WBC 같은 국제대회가 없다. 감독님, 코치님들과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지금 생각은 휴식에 맞춰져 있다”고 이야기했다. 워낙 고된 시즌을 보낸 만큼 팔과 어깨가 충분히 쉬고 힘을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틀 만에 한일전이 다시 열린다. 한국이 대만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 일본에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마지막 경기 대만전을 6-1 완승으로 장식했다. 대한민국 원태인, 김휘집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3.11.18 / jpnews.osen.co.kr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가졌다.경기에 앞서 대한민국 원태인이 식전행사를 가지고 있다. 2023.11.17 / jpnews.osen.co.kr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