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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사망 이후 초등학생 아들을 홀로 키우는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이상 행동을 감지하고 학교 생활이 잘못됐다고 결론짓는다.
담임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를 만나러 간 학교에서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담임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충격받는다. 더불어 아들 미나토가 같은 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상대로 학폭을 저지른다는 소식까지 접하게 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사오리는 아들이 학교와 집에서 각기 다른 행동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더 세심하게 미나토의 일상을 두루 살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배급 NEW, 수입 ㈜미디어캐슬)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괴물’은 어떤 사건이 학생, 교사, 학부모의 관점과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얘기한다. 잘못된 소문과 장난으로 인해 사실이 만들어지고, 진실이 은폐되는 것이다.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이나 교사를 향한 학부모 갑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교사 모두가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번에는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함께 성소수자 아이들에게 집중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사람들은 은연중에 말과 행동으로 타인에게 상처주고 있다’고 얘기한다.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던진 말이 아니어도, 관용적인 표현으로도 가능하다고 말이다. 성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일상 속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부모의 시선, 교사의 입장, 아이들의 마음까지 총 3장으로 구성된 ‘괴물’은 초반에 이 영화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답답하다. 하지만 2장부터 1장에서 풀어놓았던 떡밥이 회수되면서 마지막까지 흥미를 자극한다.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세계를 여전히 궁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러닝타임 126분. 11월 29일(수) 국내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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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