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야, 넌 여기서 해야할 게 많다"…롯데와 김태형 감독이 안긴 47억 리더의 무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1.24 07: 00

“(전)준우야, 넌 여기서 해야할 게 많은 선수다.”
롯데 자이언츠 박준혁(43) 단장의 첫 작품은 내부 FA였던 전준우(35)와의 계약이었다. 롯데는 전준우와 4년 최대 47억 원에 붙잡았다. 여기에 선수 은퇴 이후 2년 간의 지도자 연수 과정까지 포함됐다. 
롯데는 더 이상 프랜차이즈 스타가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화의 참전으로 경쟁이 붙었다. 전준우도 “사실 타구단에서 더 좋은 제안을 주셨다”라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전준우는 “롯데에 대한 애정이 커서 다른 구단의 제안을 고사했다. 롯데가 너무 좋았다. 왔다갔다 협상을 하면 계약 금액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싫었다. 저는 롯데맨이니까. 롯데에 계속 남고 싶었고 남아야 하는데 단장님께서 구단의 비전을 말씀해주셔서 쉽게 계약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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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입사한 박준혁 단장, 그리고 2008년 입단한 전준우.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떠나서 이미 유대가 쌓여 있었다. 그렇기에 박준혁 단장은 전준우가 롯데의 프랜차이즈 선수로서, 최고참 베테랑으로서, 그리고 팀의 리더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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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페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박 단장은 “전준우라는 선수는 비즈니스적인 개념으로 접근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하면서 “원클럽맨이라는 건 선수에 그쳐서는 안된다. 전준우라는 선수가 입단하는 것을 봤고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그렇기에 ‘선수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연수도 다녀와라. 대신 다녀와서 롯데에서 프런트든 코치든 팀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길을 밟아가자’라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박 단장은 “4년 짜리 계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준우 선수에게 ‘넌 롯데에서 해야할 게 많다’라고 얘기를 했다”라면서 “감독님께서 팀의 기틀을 잡아주실 것이다. 그리고 선수는 라커룸의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 전준우 선수가 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얘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준우에게 롯데의 진정한 리더가 되어 팀을 아우르고 이끌어 달라는 박준혁 단장의 주문이다. 최근 몇년 사이 젊은 선수들이 많아지고 FA 선수와 타구단 방출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선수단이 급속도로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원 팀’으로 엮어지지 못했다. 최고참인 전준우 보다는 중고참급 선수들이 해줘야 하지만 롯데에는 이 중고참급 라인의 선수들이 사실상 전무한 편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이적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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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롯데에서 가장 오래 있었고 롯데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전준우가 리더의 무게를 다시 짊어지는 게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47억 원은 팀이 흔들리지 않고 높이 설 수 있는 버팀목을 세우는 건설 비용이라고 봐야 한다. 부실 공사가 된다면 47억의 가치도 휴지 조각이 될 뿐이다. 그만큼 전준우의 역할이 막중하다.
여기에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도 전준우에게 다시 한 번 리더가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구단과 박준혁 단장이 의미한 리더가 상징적인 의미였다면, 김태형 감독은 실제 2024년 선수단의 주장을 맡겼다. 전준우는 지난 2021~2022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주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지난 20일, 전준우는 FA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김태형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마무리캠프가 진행 중인 김해 상동구장을 찾았다. 김 감독은 이 자리에서 전준우에게 주장직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전준우는 더 많은 금액을 뿌리치고 원클럽맨으로 남았다. 다시 보기 힘들 낭만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전준우가 선택한 낭만의 무게가 그리 가볍지 않다. 전준우가 맡을 ‘리더’, ‘주장’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47억 원의 무게를 짊어지고 전준우와 롯데는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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