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는데 경찰이 곤봉을"...아르헨 팬, '유혈 사태' 충격 증언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1.24 08: 06

"경찰들은 누워있는 우리와 셀카를 찍었다. 마치 전리품처럼."
피 흘리며 쓰러진 아르헨티나 축구팬이 충격적인 증언을 내놨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이스타지우 두 마라카낭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예선 6차전에서 맞붙었다. 치열했던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1-0 승리로 끝났다.

[사진] TyC 스포츠 소셜 미디어.

[사진] 파브리시오 로마노 소셜 미디어.

남미 축구를 대표하는 두 팀의 맞대결인 만큼, 경기장엔 많은 팬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사고가 터졌다. 관중석에서 브라질 팬들과 아르헨티나 팬들이 싸움을 벌인 것.
아르헨티나 국가가 연주될 때 브라질 팬들이 야유를 보낸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홈팬들이 앉는 관중석과 원정석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양 팀 팬들은 서로를 향해 주먹질을 시작했다.
[사진] TyC 스포츠 소셜 미디어.
흥분한 팬들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 경찰들이 대거 투입돼 진압봉을 휘둘렀고, 아르헨티나 관중이 경찰들을 향해 무언가 던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 브라질 팬은 관중석 의자를 아르헨티나 팬들 방향으로 던지기도 했다.
몇몇 팬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황한 양 팀 선수들이 관중석으로 다가가 말려봤지만,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진압봉에 맞아 피를 흘리는 팬,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팬들까지 나왔다.
크게 충격받은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경기 시작을 거부하며 다 같이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브라질 선수들만 경기장 위에 남아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헨티나 주장 리오넬 메시는 "우리는 떠나겠다. 이런 상황에서 뛸 수는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취소될 뻔했던 경기는 약 30분이 지난 뒤 가까스로 시작됐다. 현장 경기 감독관 및 대표팀 책임자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선수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 30분 열릴 예정이었으나 10시가 돼서야 킥오프 휘슬을 불 수 있었다.
경기 후에도 과잉 진압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메시는 "우린 사람들이 구타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전에서 본 것과 비슷한 장면이었다. 그들은 진압봉으로 사람을 내리쳤다. 거기엔 선수들의 가족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는 누구에게도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오늘 밤 우리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인에 대한 브라질의 탄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 받아들일 수 없다. 광기였고, 즉시 멈춰야 했다"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관에게 폭행당한 아르헨티나 팬의 증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23일 아르헨티나 'TyC 스포츠'는 "마라카낭에서 잔혹하게 폭행당한 팬의 증언. 그는 얼굴에 피가 묻은 채 들것에 실려간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공포의 생생한 이야기"라며 에우헤니오라는 이름의 팬과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 살고 있다는 에우헤니오는 "우리는 소란이 시작될 때까지 침착하게 있었다. 그러던 순간 경찰들이 몰려와 양측을 분리하는 대신 곤봉을 휘두르며 우리를 때리기 시작했다"라며 "나는 싸우지도 않았고, 누굴 때린 적도 없다. 그러다 넘어져 기둥에 머리를 부딪혔고,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경찰들에게 떠밀렸고, 공간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우리는 짓눌리기 시작했다. 나도 밀려서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었다"라며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 들것에 누워 있었고,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머리와 눈에는 피가 가득 차 있었던 게 기억난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큰 문제는 브라질 경찰의 태도. 에우헤니오는 "같이 실려 온 사람은 애틀랜타에서 온 사람으로 팔뼈 두 개가 부러졌고, 새끼손가락도 부러졌다. 경찰관들은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우리에게 다가와 셀카를 찍었다. 전리품처럼 말이다. 그들은 행복해했고, 자신들을 영웅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라고 강조했다.
억울하게 폭행당한 에우헤니오는 보석금까지 내야 했다. 그는 "그곳에 있던 우리 8명은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로 취급받았다. 우리 모두 같은 책임이 있고, 경찰과 싸움을 시작한 사람으로 재판받았다. 보석금으로 200헤알(약 5만 원)을 내고 풀려나는 수밖에 없었다"라며 충격적인 증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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