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유혈사태' 브라질, 월드컵 탈락 위기 커지나..."승점 삭감 가능성도"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1.24 12: 03

 브라질 축구대표팀이 또 다른 위기에 빠졌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3일(이하 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이 마라카낭에서 있었던 브라질-아르헨티나 경기 전 충돌에 관해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브라질은 월드컵 남미 예선 승점 삭감 또는 무관중 경기 징계를 받을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브라질은 지난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이스타지우 두 마라카낭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 예선 6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0-1로 패했다. 후반 18분 아르헨티나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코너킥 헤더골이 승부를 갈랐다.

[사진] TyC 스포츠 소셜 미디어.

충격의 3연패다. 브라질은 2승 1무 3패, 승점 7점으로 6위까지 추락했다. '세계 최강' 브라질이 남미 예선에서 3경기 연속 패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굴욕적인 일이다. 
안방에서 당한 패배라 더욱 타격이 크다. 브라질이 남미 예선 도중 홈 경기 패배 역시 처음 겪는 굴욕이다. 그동안 브라질은 월드컵 예선 홈 경기에서 51승 13무를 기록하며 단 한 번도 패한 적 없었지만, 이번 패배로 64경기 연속 홈 무패 기록을 마감하게 됐다. 
그래도 월드컵 예선 탈락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본선 진출국이 48개로 확대됐기 때문. 월드컵은 지금까지 32개국이 본선에 진출해 4개씩 8조로 나뉘어 조별리그 일정을 치렀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48개국으로 늘어났다.
브라질로서는 천만다행이다. 남미 예선은 10개 나라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카타르 월드컵까지는 4위 팀까지 본선에 직행, 5위 팀이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하지만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티켓이 2장이나 늘어나면서 6위까지 본선 직행, 6위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현재 6위인 브라질은 지금 위치만 지켜도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 남미 축구 전문가 팀 비커리도 "(브라질은) 만약 이번 대회가 평소 같은 월드컵이었다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 대회에는 48개 팀이 참가한다. 그래서 위험에 처해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 TyC 스포츠 소셜 미디어.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브라질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승점 삭감 가능성이 제기된 것. 이날 경기 시작 전부터 사고가 터졌다. 관중석에서 브라질 팬들과 아르헨티나 팬들이 싸움을 벌인 것.
아르헨티나 국가가 연주될 때 브라질 팬들이 야유를 보낸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홈팬들이 앉는 관중석과 원정석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양 팀 팬들은 서로를 향해 주먹질을 시작했다.
경찰들이 대거 투입돼 진압봉을 휘둘렀고, 아르헨티나 관중이 경찰들을 향해 무언가 던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 브라질 팬은 관중석 의자를 아르헨티나 팬들 방향으로 던지며 일을 키웠다. 당황한 양 팀 선수들이 관중석으로 다가가 말려봤지만,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진압봉에 맞아 피를 흘리는 팬,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팬들까지 나왔다.
충격받은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경기 시작을 거부하며 다 같이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취소될 뻔했던 경기는 예정 시간보다 약 30분이 지난 뒤 가까스로 시작됐다. 현장 경기 감독관 및 대표팀 책임자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선수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과잉 진압 논란이 불거졌다. 리오넬 메시는 "우린 사람들이 구타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진압봉으로 사람을 내리쳤다. 거기엔 선수들의 가족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는 누구에게도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라며 "오늘 밤 우리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인에 대한 브라질의 탄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 받아들일 수 없다. 광기였고, 즉시 멈춰야 했다"라고 항의했다. 
경찰관에게 폭행당한 아르헨티나 팬도 충격적인 증언을 내놨다. 에우헤니오라는 이름의 한 팬은 아르헨티나 'TyC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만히 있었는데 경찰들이 몰려와 곤봉을 휘두르며 때리기 시작했다. 나는 싸우지도 않았고, 누굴 때린 적도 없다. 그러다 넘어져 기둥에 머리를 부딪혔고,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폭로했다.
또한 그는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 들것에 누워 있었고,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경찰관들은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우리에게 다가와 셀카를 찍었다. 전리품처럼 말이다. 그들은 행복해했고, 자신들을 영웅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데일리 메일 소셜 미디어.
문제가 커지자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축구장 안팎에서 폭력을 행사할 장소는 절대 없다.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본 것과 같은 사건들은 우리 스포츠나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다. 예외 없이 모든 선수와 팬, 스태프, 관계자들은 축구를 하고 즐길 수 있도록 안전해야 한다. 관계 당국이 이를 모든 수준에서 존중될 수 있도록 조치하길 촉구한다"라고 발표했다.
FIFA도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브라질 '글로부'에 따르면 FIFA는 사건 조사를 개시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브라질 대표팀이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FIFA 징계 규정 17조에 따르면 경기 개최 팀과 협회는 경기 전, 중, 후 질서와 보안과 모든 종류의 사고에 대해 책임을 갖는다. 따라서 브라질은 벌금, 혹은 홈 경기를 중립 장소에서 치르거나 팬 없이 비공개 개최, 심지어는 승점 삭감 등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브라질 축구연맹(CBF)은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경기 조직과 계획을 수행했다. 또한 모든 공공 기관, 특히 주 군사 경찰과 지속적인 대화를 나눴다"라며 항변했다. 하지만 양 팀 팬들의 응원 구역을 분리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브라질 대표팀에 또 하나의 악재가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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