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부터 아이유까지 가수들이 암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간 가수들과 공연 기획사들은 암표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왔다. 예전부터 암표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때로는 가수들이 직접 콘서트 암표를 파는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암표를 없애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암표상이 조직화 되고 수법도 고도화 되었으며, 기획사의 암표 추적을 교묘하게 피해나가기 일쑤다. 공연 규모가 크면 클수록 암표를 잡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렇듯 암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곤 했지만 이제는 스타들도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암표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임영웅은 지난 9월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IM HERO’(아임 히어로) 예매를 오픈했다. 남녀노소 전국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임영웅의 콘서트는 ‘피켓팅’으로 불릴만큼 치열한 예매전쟁이 펼쳐진다. 이번 전국투어 콘서트 예매 역시 서울 예매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단 1분 만에 최대 트래픽인 약 370만을 기록하며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전석 매진했다고. 하지만 동시에 암표상들도 들끓었다.
임영웅 콘서트 티켓은 매진된 뒤 16만 원짜리 VIP석 티켓 2장을 무려 180만 원에 판매한다는 암표가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소속사 측은 “서울 콘서트 티켓이 예매 시작과 동시에 수백만원 이상의 판매 공고를 내는 암표상들이 등장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공연 문화와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주최 측은 불법 거래로 간주되는 예매 건에 대해 사전 없이 바로 취소시키고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팬들에게 불법 티켓 거래로 인한 사기 피해에 대한 주의와 당부도 거듭 전했다.
성시경은 지난 7월 ‘2023 성시경 with friends [자, 오늘은]’ 티켓 오픈이 종료된 뒤 “많은 성원 감사드린다. 근데 벌써 암표가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암표는 사지도 팔지도 말아라. 오늘 무통장 입금 안된 표들이 순차적으로 새벽에 풀린다고 하더라”고 알렸다.
이어 성시경은 “암표가 많은 앞자리 티켓은 현장 수령만 가능하다. 그래도 팔아도, 사도 티켓 못받는다”라며 “암표를 거래 할 때 우리 매니저 조심해라. 큰일 난다”고 묵직한 경고를 전하기도 했다.
이어 최근 ‘2023 성시경 연말 콘서트’ 예매 오픈 후 성시경은 SNS를 통해 자신의 매니저가 암표상과 대화를 나눠 티켓을 취소시키는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암표상은 성시경의 연말 콘서트 티켓을 공식 가격 15만 4000원의 세 배가 넘는 45만원, 5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시경의 공연 티켓을 구하는 팬인 척 대화를 나눈 매니저가 암표상이 예매한 티켓 좌석 번호와 계좌번호, 이름 등 정보를 받은 뒤 티켓을 취소했다.
성시겨은 "암표 듣기론 내년에는 법안이 통과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세상에서 죄질이 제일 안 좋은 게 말하려면 끝도 없지만, 그중 분명한 한 가지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는 범죄인 것 같다”라며 “그냥 사지 않아 주길 바란다. 공연 기획사와 매니저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유는 불법 거래를 신고한 팬에게 콘서트 티켓을 포상으로 주는 일명 ‘암행어사 전형’을 시도했다. 앞서 아이유는 지난 9월 ‘2023 아이유 팬 콘서트 I+UN1VER5E’를 개최하고 팬들과 만났다. 콘서트를 앞두고 티켓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자 아이유 측은 제보와 모니터링 등을 통해 부정 거래로 의심되는 건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소명 요청을 진행했다.
이후 아이유 측은 부정 티켓 예매로 확인되는 총 12건의 예매에 대해 팬클럽 제명 조치, 예매 사이트 이용 1년 제한 등의 철퇴를 내리쳤다. 그리고 부정 거래 등을 제보한 이들에게 취소된 티켓을 전달하며 일종의 ‘포상’을 내렸다. 팬들 사이에서는 취소된 티켓을 받은 것을 두고 ‘암행어사 전형’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엠와이뮤직 측은 소속 아티스트인 정준일과 디어클라우드가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진행한 콘서트에서 예매 내역서와 좌석표를 위조해 여러 사람에게 입금을 받고 잠수를 타는 방식으로 사기를 벌인 A씨에 대해 업무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A씨는 준일, 디어클라우드 외에도 아이유, 영탁, 박효신, 윤하, 10cm, 에일리, 자우림, YB, 강형호, 소란, HYNN 등 여러 건의 티켓 판매 사기를 벌여 최근 법정에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듯 가수들과 소속사에서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성행하고 있는 암표를 뿌리 뽑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는 최근 법무부에 암표 법률 개정을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음레협 측은 암표 정의에 대해 “50년 전에 만들어진 법안으로 현재는 존재하지도 않는 ‘나루터’를 예시로 들고 있으며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이라는 장소를 특정하기 때문에 온라인, SNS 및 입구 이외의 장소에서 거래될 경우 법에서 암표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는 매크로를 이용해 입장권을 부정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공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내년 3월 시행될 예정. 하지만 음레협 측은 “2024년 3월 공연법 개정으로 매크로를 이용한 구매를 불법으로 정의하게 되었지만 현실적으로 분업화된 암표상 개개인의 매크로 구매를 적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음레협 측은 “암표가 기승을 부리면서 암표를 이용한 사기 행각도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순진한 팬심을 이용하여 산업 구조를 무너뜨리는 이런 불법 행위는 중죄로 처벌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범죄로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단번에 암표 자체를 근절하기 어렵지만 우선 50년 전에 만들어진 암표 법률부터 개정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음레협 측은 당초 법무부에 제기한 해당 청원은 경범죄에 해당해 경찰청에 이관되었으며 현재 청원 처리 연장 통지를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mk324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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