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우승 1년 만에 단장→감독→단장 줄줄이 교체, 왜 SSG는 대혼란으로 빠져드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3.11.26 11: 10

 SSG 랜더스가 프로야구에 뛰어든 지 이제 3시즌이 지났다. 그런데 짧은 시간 많은 얘깃거리를 남겼고, 최근 1년 사이에는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팀은 정체성을 잃어가고 흔들리는 모양새다.정용진 구단주의 의중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최근 행보는 좌충우돌이다.
2022년 11월 8일. SSG는 키움을 4승 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 시즌 개막전부터 1위 자리에 올랐고, 시즌 끝까지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통합 우승으로 SSG는 구단 인수 후 2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용진 구단주는 SSG 선수들과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런데 우승 이후 SSG는 스스로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2022년 12월 12일 류선규 단장이 사퇴했다. SSG 구단은 류 단장이 자진사퇴했다고 했지만, 경질이었다. 불과 하루 전 SSG팬들과 통합우승 축하 행사 ‘팬 페스티벌’을 치를 때까지 사퇴 분위기는 없었다. 우승을 차지한 직후 프런트 수장인 단장이 더 높은 자리로 영전도 아닌 구단을 떠난 사례는 없었다. 

SSG 랜더스가 구단 인수 후 2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22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SG 선수단과 김원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정용진 구단주와 김강민이 우승 깃발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2022.11.08 / dreamer@osen.co.kr

김원형 전 SSG 감독 / OSEN DB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은 김강민 / OSEN DB

갑작스런 단장 사퇴로 ‘비선 실세’ 논란이 새어 나왔고, 이틀 만에 SSG 구단은 후임 단장으로 김성용 퓨처스 R&D 센터장을 임명했다. 김성용 단장은 야탑고 감독을 지내다 2021년 11월 SSG에 입사했고, 1년 만에 단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평소 개인 SNS 공간에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정용진 구단주는 단장 사퇴와 교체 과정에서 팬들이 불만과 의혹을 제기하자, SNS에 감정적인 글을 올렸다가 지우고 댓글 창을 막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류선규 SSG 전 단장 / OSEN DB
2023시즌, SSG는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10월 25일 4위 NC에 3패로 업셋 탈락했다. SSG는 10월 31일 “김원형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뜬금 소식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도중에 SSG 구단은 김원형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다며 재계약을 깜짝 발표했는데, 1년 만에 경질한 것이다. 김원형 감독은 2021년 2년 계약으로 사령탑에 올랐고, SSG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을 1시간 앞두고 김 감독과 재계약을 깜짝 발표했다. 김원형 감독과 총액 22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5억원)에 재계약했다.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았는데 경질됐다.
그런데 SSG 구단이 밝힌 감독 경질 이유가 거창했다. SSG는 “팀 운영 전반과 선수 세대교체 등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팀을 쇄신하고 더욱 사랑받는 강한 팀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당초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한 변화 범위를 뛰어넘어 현장 리더십 교체까지 단행하게 됐다.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단언컨대 성적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감독 경질 이유로 성적이 아닌 세대교체와 혁신을 이유로 꺼냈는데, 선뜻 납득할 수 없었다. 육성, 세대교체는 감독의 역량 보다는 단장 등 프런트의 권한이 더 강하게 작용해야 한다. 감독은 1군 성적을 내는 것이 최우선이다. 2022시즌 통합 우승 후 단장 교체로 한 차례 파동을 겪었다. 김성용 단장이 퓨처스 R&D 센터장에서 단장에 임명된 이유가 육성 전문가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당시 SSG 구단은 “김성용 신임 단장은 올 시즌 퓨처스팀을 총괄하며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정립을 통해 SSG가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선수단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선수 중심의 사고, 선수 주도 성장, 선수별 맞춤형 육성 전략을 통해 1군 선수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립해 올해 SSG가 우승하는데 기여한 점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김원형 전 SSG 감독 / OSEN DB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은 김강민 / OSEN DB
최주환과 김성용 전 SSG 단장 / OSEN DB
최근 실시된 2차 드래프트에서 SSG 구단은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팬들의 비난에 휩싸였다. 2001년부터 23시즌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 김강민을 보호선수로 묶지 않아, 한화의 지명을 받고 팀을 떠났다. 
SSG는 시즌이 끝나고 김강민의 현역 연장과 은퇴를 두고 내부 논의를 했다. 그런데 보호선수에 넣지 않은데다, 별도 내용을 표시할 수 있는 비고란에 김강민의 은퇴 논의 사실을 표기하지 않았다. 김강민이 지명되자, "다른 팀에서 뽑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김강민은 23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뛰었고, 40세가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공수에서 1군 선수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2022년 한국시리즈 MVP였다. SSG팬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SSG는 김강민의 은퇴를 종용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김강민은 은퇴가 아닌 한화 유니폼을 입고 내년 시즌 뛰기로 결심했다. 김강민은 지난 24일 한화 구단 사무실을 찾아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한화에서 선수로 뛰겠다고 밝혔다. SSG는 25일, 최근 감독 및 코치 인선과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생긴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성용 단장을 R&D센터장으로 보직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말이었다. 김원형 감독과 한국시리즈 MVP 김강민은 통합 우승 인사차 언론사들을 돌아가며 방문했다.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영광의 주인공들은 딱 1년 만에 나란히 팀을 떠났다. 우승 단장도, 우승 감독도, 우승 MVP도 이제 SSG에 없다. SSG는 “성적과 육성을 위한 적임자"라며 이숭용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과연 성적과 육성이 제대로 이뤄질까. 
이숭용 SSG 신임 감독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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