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캠프 데려갑니다” 39세 백업에도 밀렸던 LG 포수, 왜 두산에서는 기대주가 됐을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1.27 17: 00

LG에서 제3의 포수였던 김기연(26)이 두산 이적과 함께 양의지의 뒤를 받칠 제2의 포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22일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LG 포수 김기연을 지명하며 안방 뎁스를 보강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지명권을 패스한 두산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이형범(KIA), 외야수 송승환(NC)을 보내고, 김기연을 얻었다. 
두산은 이천 마무리캠프를 소화한 장승현, 안승한, 윤준호, 박민준에 재활 중인 박유연, 장규빈을 더해 무려 6명의 백업 포수 자원을 보유한 포수 왕국이다. 그런데 왜 2차 드래프트에서 또 포수를 지명한 것일까. 

두산 김기연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1.25 /cej@osen.co.kr

김기연 / OSEN DB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올해 (양)의지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포수가 없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의지가 베테랑이고, 지난해 NC에서 사실상 풀타임 지명타자를 맡아 무리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팀 사정 상 많은 경기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라며 “제2의 포수가 일주일에 2경기 정도 맡을 수 있는 능력이 됐다면 의지도 지명타자를 맡는 등 체력 안배를 했을 텐데 제2의 포수에게 역할을 믿고 맡기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장승현, 안승한이 잘해줬지만 내 기대에는 못 미쳤다”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사령탑의 말대로 두산은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구슬땀을 흘렸던 백업 안방마님들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특히 제2의 포수로 낙점된 장승현이 안방에서 390⅓이닝을 소화하며 76경기 타율 1할5푼8리 3홈런 9타점 OPS .465의 부진에 시달린 게 컸다. 득점권 타율이 1할1푼1리에 그쳤다. 이로 인해 양의지가 부상이나 체력 변수로 빠질 경우 포수 포지션의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장승현의 뒤를 이어 안승한이 80이닝, 박유연이 41⅓이닝을 소화했다.
김기연 / OSEN DB
2024년 FA 계약의 두 번째 해를 맞이하는 양의지의 나이는 37세다. 내년에도 타격, 수비 모두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와 마찬가지로 그가 혼자 144경기를 담당하기엔 현실적,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다. 또 그렇게 팀을 운영해서도 안 된다. 두산은 이에 2차 드래프트 지명 포커스를 처음부터 포수로 설정했고, 양도금 4억 원이 걸린 1라운드에서 과감히 포수 유망주를 선택했다. 
이 감독은 “2차 드래프트에서 때마침 포수 자원 나와 구단에서 픽을 해줬다”라며 “(양)의지의 체력 안배 차 일주일에 1~2경기를 뛰려면 김기연을 비롯해 장승현, 안승한, 윤준호, 박유연 등이 확실히 경쟁을 해야한다. 의지를 제외하면 모든 포수 경쟁은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기연 / OSEN DB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곰들의 모임' 행사가 열렸다.두산 양의지가 사인을 하고 있다. 2023.11.25 /cej@osen.co.kr
진흥고 출신의 김기연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34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미완의 포수다. 입단 후 8년을 보냈지만 통산 1군 기록이 42경기 타율 1할4푼 3타점이 전부이며, 팀이 29년 만에 우승한 올해도 알을 깨지 못하고 28경기 타율 1할1푼8리 2타점으로 부진했다. 39세 베테랑 포수 허도환에게도 밀리며 이천 생활을 전전했다. 
그러나 두산에서의 입지는 조금 달라질 전망이다. 이 감독이 “김기연을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간다”라며 내년 안방 플랜에 김기연을 포함시켰고, 경쟁을 통해 고교 선배이자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의 백업 자리를 차지할 기회를 얻게 됐다. 모든 건 이제 김기연 하기에 달렸다. 
이 감독은 “12월과 1월 자율훈련을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느냐에 따라, 또 2월 캠프에 가서 얼마나 코칭스태프에게 어필을 하느냐에 따라 제2의 포수가 정해질 것이다”라며 “배터리코치의 매의 눈을 한 번 믿고 잘 상의해서 선택해보겠다. 제2의 포수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때까지 선수들 스스로 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라고 백업 포수들의 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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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곰들의 모임' 행사가 열렸다.두산 김기연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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