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못 챙겼을 것” 패자부터 예우한 LG 우승 캡틴, 39세 옛 동료가 경의를 표했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1.27 06: 00

KT 캡틴 박경수(39)가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패자를 예우한 LG 캡틴 오지환(33)의 사려 깊은 행동에 경의를 표했다. 
시간을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주 전으로 돌려보자. 
LG 트윈스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KT 위즈와의 5차전에서 6-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을 확정 지었다.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 KT와 경기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1차전을 패한 후 4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경기를 마치고 우승한 LG 주장 오지환이 KT 박병호-박경수와 포옹하고 있다. 2023.11.13 / dreamer@osen.co.kr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 KT와 경기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1차전을 패한 후 4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10월초 정규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LG는 정규시즌이 끝나고 한국시리즈까지 3주 가량 훈련을 하며 준비했다.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후 3연승 리버스 스윕, 마법같은 여정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KT를 투타에서 압도하며 4승 1패로 승리했다.  1994년 우승 이후 무려 29년 만에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 한풀이에 성공했다. 염경엽 감독은 넥센, SK 사령탑 시절 이루지 못한 '우승 감독'이 됐다.  MVP를 차지한 LG 오지환이 환호하고 있다. 2023.11.13 /sunday@osen.co.kr

늘 그렇듯 우승이 확정되자 승자인 LG는 선수단 모두가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고, 패자인 KT는 3루 측 파울 선상에 도열해 추운 날씨에도 열렬한 응원을 보낸 원정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그 순간 KT 진영에서 LG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가 포착됐다. 한국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은 오지환이 KT 선수단 쪽으로 발길을 돌려 패자를 예우한 것. 과거 LG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박경수와 박병호를 찾아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잠시 접어두고 5차전까지 멋진 승부를 펼치며 우승을 더욱 빛내준 옛 동료들을 예우한 오지환이었다. 
오지환, 박경수, 박병호 모두 과거 LG 암흑기 시절 촉망받는 유망주이자 기대주였다. 2003년 신인드래프트서 LG 1차 지명된 박경수를 시작으로 박병호가 2005년 1차 지명, 오지환이 2009년 1차 지명을 통해 나란히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박병호가 2011년 넥센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이들은 한솥밥을 먹으며 우승의 꿈을 키웠다. 
LG 시절 오지환-박경수 키스톤콤비 / OSEN DB
박경수와 박병호는 모두 LG를 떠난 뒤 잠재력을 발산했다. 박경수는 2015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8억2000만 원에 막내 구단 KT와 FA 계약하며 거포 2루수의 면모를 되찾았고, 박병호는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우뚝 섰다. 세 사나이의 한국시리즈 포옹이 유독 뭉클하게 느껴진 이유다.
지난 26일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선승관에서 열린 2023 KT 팬 페스티벌에서 만난 박경수는 “난 오지환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우리가 부족해서 진 거고, LG 기세가 너무 좋았다. 정말 잘했다”라고 2주 전을 회상했다. 
KT 박경수 / OSEN DB
그러면서 “아마 나였으면 예전 선배들을 그렇게 못 챙겼을 것 같다.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오)지환이가 먼저 와서 울면서 안아주는데 정말 고생했고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해줬다. 지환이가 MVP를 받아서 더 기분이 좋았다. 정말 따뜻하게 축하해줬다”라고 후배의 예우에 경의를 표했다. 
박경수는 내년 시즌 V2에 재도전하기 위해 현역 연장을 결심했다. 최근 이강철 감독과 나도현 단장으로부터 현역 연장 제의를 받았고, 고심 끝에 40세가 되는 내년에도 후배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호흡하며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KT 박경수 / OSEN DB
박경수는 “내 목표는 원래 38살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거였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정말 좋은 팀에 왔고, 좋은 지도자분들을 만나 야구를 하고 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렇기에 KT는 내게 더 특별하다. 내가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 팀이다”라고 말했다.
2024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박경수는 “어떻게 보면 올해 되게 좋은 경험을 했다. 그렇게 위안을 삼고 있다”라며 “여기 와서 꼴찌도 해보고, 6위도 해보고, 4위도 해보고, 우승도 해보고, 한국시리즈 가서 준우승도 해봤다. 이런 부분이 우리에게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실패했으니 다음에 한국시리즈 가면 어떻게 하겠다는 감이 잡힌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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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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