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거란 전쟁’ 지승현, 피눈물로 쏜 화살...동포도 죽여야 사는 전쟁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3.11.27 07: 49

포로가 된 동족도 죽여야 끝난다. ‘고려 거란 전쟁’에서 처절했던 흥화진 전투를 실감나게 재현하며 울림을 남겼다.
지난 26일 방송된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6회에서는 고려와 거란의 30년 전쟁 첫 대전투 흥화진 전투 이야기가 그려졌다. 흥화진을 지키는 고려 장수는 도순검사 양규(지승현 분)였다. 그는 수적 열세를 딛고 40만 거란 대군에 맞서 공성전을 벌였다.
고려군 또한 30만을 자랑했으나, 동원령을 통해 징집된 촌부와 같은 군사들도 있었다. 반면 거란은 유목 생활로 인해 생존을 위해 수렵이 필수적이었고 40만 대군이라는 압도적인 정예군사를 보유한 상태였다. 여기에 더해 황제 야율융서(김혁 분)가 직접 출정한 군대라는 점도 군대의 사기를 높이고 있었다. 

반대로 양규가 지키던 흥화진은 소수의 군사들로 지키는 산성에 불과했다. 양적으로나 군사의 질적으로나 열세라고 볼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고려군 본대를 이끌던 강조(이종원 분)는 양규를 믿고 삼수채에서 본대를 준비했다. 고려 황제 현종(김동준 분) 또한 조정의 낙담에도 불구하고 백성들 앞에서 흥화진에서 승전보가 들려올 것이라고 설파하며 사기를 북돋았다. 
전투의 실상은 참담했다. 거란군은 치밀하게 거리를 조절해 가며 성벽에 맞출 수 있도록 불에 달군 돌들을 던졌다. 흡사 유성우처럼 쏟아지는 적군의 포화에 성 안에 들어와 피신해 있던 백성들은 겁에 질렸고, 성벽은 자욱한 연기로 뒤덮였다. 그러나 무너질 줄 알았던 성벽은 버텨냈다. 견고한 성벽 틈새를 뚫고 자라난 꽃처럼, 작지만 강한 생명력의 불씨가 양규의 불화살 끝에서 빛났다.
그 불씨를 따라 고려군의 방어 공격도 이어졌다. 양규는 자신의 불화살을 따라 맹화유를 일자로 날리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반격 공격으로 인해 거란군에게도 고려 성벽의 방어진지가 희미하게나마 노출됐다. 이에 거란군도 흥화진의 투석기를 향해 일점사했고, 양측의 투석기가 모두 불에 탄 뒤 거란군은 보병을 투입했다.
이에 맞서 양규는 촘촘하게 설치한 함마갱 등의 함정으로 맞섰다. 마치 빼곡한 수풀 사이 보이지 않는 적들을 향해 날리는 듯 효시로 먼저 활을 쏘는 양규와 그를 따라 고려궁수들의 화살 세례가 쏟아지며 장관을 연출했다. 그러나 거란 보병도 만만치 않았고, 모래주머니로 함마갱을 메우고 함께 화살을 날리며 대응하기 시작해 다시 한번 양측의 교착 상태에 가까운 분투가 이어졌다.
흥화진의 교착 상태에, 전투 첫날 “날발을 온 것 뿐”이라며 장수를 다독인 거란 황제도 달라졌다. 40만 대군으로도 일주일째 버티는 흥화진에서 승리하지 못하자 선봉 장수의 목을 치겠다며 격노한 것. 소배압(김준배 분)은 “공성전은 높이를 극복하는 전투다. 흥화진은 산자락 위에 진을 친 산성이다. 그 산비탈의 높이까지 더해진 것이 흥화진의 높이”라면서도 “대신 우린 군사의 수가 많다. 우린 군사들을 쉬게 하며 공격할 수 있지만 저들은 그럴 수 없다. 고려군이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게 만들게. 결국 성벽 주위 한 곳이라도 무너진다면 그럼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수적 열세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척후병을 이용해 고려 본군의 위치를 탐색한 거란군은 타초곡, 즉 약탈을 자행했고 그 중에서도 포로 생포에 집중했다. 살아남은 포로들은 그대로 고려군을 맞서는 거란군의 화살받이가 됐다. 시체의 산을 넘고 피칠갑이 된 성벽 아래, 고려인들은 목줄이 묶인 채 뒤에서는 거란군의 창칼에 찔리고 앞에서는 고려군의 활 시위에 조준당한 채 성벽에 올라야만 했다. 
양규는 “쏘지 마시오”라는 동포 고려인들의 절규 아래 차마 화살을 내렸다. 그러나 거란군이 포로들을 앞세워 성벽에 접근해오는 상황. 흥화진을 지키지 못한다면 더 많은 포로와 희생자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흘리며 결단을 내린 양규는 지시를 재촉하는 고려군을 향해 “쏴라!”라며 울부짖으며 함께 활 시위를 당겼다. 결국 고려인 포로들도 거란군과 함께 죽임 당하는 상황. 아군도 적군도 생명의 희생이 없는 전쟁은 불가능했다. 한반도의 중세, 잔혹했던 전쟁의 참상이 ‘고려 거란 전쟁’을 통해 구현됐다. / monamie@osen.co.kr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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