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유민이 캐릭터와 혼연 일체된 모습으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지난 25일과 26일 방송된 MBN 주말 미니시리즈 ‘완벽한 결혼의 정석’(연출 오상원, 극본 임서라) 9, 10회에서는 자신을 짓눌렀던 사람들에 대해 강하게 반격하는 한이주(정유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이주는 새어머니인 이정혜(이민영 분)가 자신이 아버지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더 나아가 자신과 친어머니를 해치려 했다는 사실에 혼절했다. 남편 서도국(성훈 분)의 품에서 정신을 차린 한이주는 배신감에 오열했고, 이제라도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아버지 한진웅(전노민 분)을 찾아가 진실을 말했다. 한이주가 분노를 억누르듯 “내가 아버지의 친딸이에요”라고 폭로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분노와 슬픔, 원망과 애정을 오가는 정유민의 감정 변주는 시청자들을 더욱 빠져들게 했다. 한이주는 이정혜의 음모에 맞서 주총을 준비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한이주는 쿠킹 클래스의 사장이자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줬던 제이미(진희경 분)가 자신의 친모라는 사실까지 알게 됐고, “날 사랑하긴 했어요?”라며 야속한 마음을 드러냈다. 평생 자신을 외롭게 한 엄마를 그리워하는 한편 마음을 좀처럼 열지 못하는 한이주의 내적 갈등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복수라는 목표에 가까워지면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굳게 약속하는 한이주와 서도국의 애틋한 관계가 안방극장에 전율을 일으켰다. 서도국과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믿으며 폭풍과도 같은 상황을 헤쳐나가는 한이주의 모습 역시 따뜻한 감동을 안겼다. 이렇듯 정유민은 진정한 사랑을 만나 내면이 단단해진 한이주의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이어진 10회에선 이정혜와의 싸움에서 한이주가 승기(勝機)를 잡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한진웅이 병상에 누워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주주총회가 열렸고, 회사를 집어삼키려는 이정혜의 작전이 실현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한이주는 할아버지 한운재(이병준 분)를 데려와 이정혜의 음모를 밝히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할아버지에게 넘겨받은 지분을 통해 회사를 새로 경영하겠다고 선언하는 한이주의 당당한 모습은 안방극장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한이주가 한평생 인정과 사랑을 갈구했던 새어머니를 지옥 끝까지 보내 버리겠다고 경고하는 대목은 몰입감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이복동생 한유라(진지희 분)와 맞서는 장면에서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며 앞으로 더 큰 비밀이 남아 있음을 암시했다. 정유민은 한이주의 서슬 퍼런 눈빛과 싸늘해진 목소리, 복잡한 감정이 공존하는 표정을 200% 전달하며 캐릭터와 하나 된 듯한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정유민은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더욱 빛을 발한 열연을 통해 한이주의 요동치는 감정선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종영을 단 2회 남겨두고 위기를 맞이한 한이주가 과연 복수에 성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kangsj@osen.co.kr
[사진] MBN '완벽한 결혼의 정석’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