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정우성, 11년 만에 '멜로 장인' 복귀한 이유[현장의 재구성]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3.11.27 20: 20

멜로 장인 정우성이 오랜만에 정통 멜로로 돌아왔다. 무려 11년 만이고, 13년을 기다려온 작품이기도 하다. 서로를 더욱 바라보면서 음성 언어가 아닌 눈빛과 표정, 수어로 사랑을 표현했다. 정우성의 또 다른 멜로를 볼 수 있는 기대작이다.
정우성은 2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극본 김민정, 연출 김윤진)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11년 만에 멜로로 돌아오는 소감과 13년 전 판권을 구입했던 작품을 내놓는 소회를 직접 밝혔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드라마다. 극 중 정우성은 청각장애를 가진 화가 차진우 역을 맡았다. 고독이 익숙한 그가 정모은과 만나며 서로 마음을 나누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배우 정우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1 / soul1014@osen.co.kr

이번 작품이 무엇보다 기대되는 이유는 정우성의 멜로 복귀다. 정우성은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드라마 ‘빠담빠담…나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 등을 통해 멜로 장인으로 불려왔다. 정우성표 멜로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사랑받으며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인생 멜로’로 꼽히기도 한다. 정우성은 올 겨울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통해서 또 다른 인생 멜로 연기를 보여줄 전망이다.
정우성은 멜로 작품 복귀에 대해서 “11년 만에 멜로를 했는데, 어떤 매력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보고 평가해주실 영역인 것 같다. 다만 아주 오래전에 원작을 보고 꼭 드라마화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긴 시간 동안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2023년에 드라마로 보여드릴 수 있게 돼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개인적인 의미보다는 여러분들이 드라마를 보시고 감성에 충분히 공감하신다음에 전해주시는 게 더 의미가 큰 것 같다”라며, “ 11년 만에 16부작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드리게 돼서 설레고, ‘어떻게 비춰질까?’하는 조심한 마음도 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배우 신현빈과 정우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1 / soul1014@osen.co.kr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는 기존의 캐릭터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수어로 대화하고 사랑 앞에서도 솔직하고 적극적인 모습이 아닌 소극적인 캐릭터다. 정우성은 “적극적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기 감정에 충실한 거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포박돼서 상대에서 이 마음을 전한다는 착각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일방적인 거다. 차진우는 그런 일방적인 사랑을 조심스러워한다. 자기 감정을 의심하고 다가오는 사람에게도 거리를 두면서 다치지 않도록. 물론 자기에게도 사랑에 대한 상처가 있어서 그럴 거다. 감성적 사랑과 이성적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청강 장애를 가진 주인공 캐릭터를 내세운다는 점 역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정우성은 “차진우라는 캐릭터로 사회적 의미를 갖고자 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 드라마를 보시고, 비단 청각 장애가 아니라 장애에 있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나 이런 것들이 새롭게 생각될 수 있는 여지가 된다면 좋겠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작품과 13년 전에 인연이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만들 용기가 없었던 것 같았다. 3부즈음에 남자 주인공의 말문을 트이자는 의견이 나왔었다. 지금은 미디어 환경 속에서 수용되긴 힘들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우리가 자막에 대해서 친숙한 미디어 환경이 됐다. 사회적 인식도 성숙됐겠지만, 미디어 환경도 거부감이 없는 시대다 보니까 더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발걸음이 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극 중 주인공들이 수어로 소통하는 만큼 정우성과 신현빈의 고민도 많았다. 정우성은 수어를 능숙하게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라 노력이 필요했고, 신현빈과 음성이 아닌 수어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를 더욱 바라보면서 호흡을 맞춰나가려고 노력했다.
정우성은 “‘이렇게 많이 이야기한 파트너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현빈 배우와는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감독님과 함께. 이 낯선 소통 방식에 있어서 이면에 우리가 가져야 할 감정 상태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같이 발전시켜 보기도 하고, 그런 시간이 굉장히 값진 시간으로 남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라고 밝혔다.
배우 정우성이 미소 짓고 있다.  2023.11.21 / soul1014@osen.co.kr
사실 ‘사랑한다고 말해줘’와 정우성의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우성이 일본 TBS 원작 드라마를 보고 판권을 구매했던 것. 이후 13년 만에 세상에 내놓게된 작품이라 그에게 의미가 남달랐다.
정우성은 13년 전 판권 구매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 “낯선 설정이다. 그때 당시 한국에서 계속해서 만들어졌던 드라마와는 전혀 다르다. 멜로의 주인공이 또 팀장님이 아니잖아요. 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나오는데 심장을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생각의 소리가 있지라는 것이 나를 계속 당기더라. 그때 과감하게 용기를 내서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때 당시에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만들 용기가 없었던 것 같아서 잠깐 인연이 끊겼었다. 그러다가 다시 제 앞에 아주 우연히 나타난 거다. ‘다시 용기를 내봐야겠다’ 해서 운 좋게 지금 이 시간까지 흘러왔다”라며, “성급하고 빠르고 달짝지근한 강한 맛을 주진 않아고, 차분하고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던, 생각할 수 있는 여지의 것이었지만 빠른 템포만 찾다 보니까 외면했던 감성을 다분히 담을 수 있다. 진우와 모은과의 감정에서 진정한 소통이 무엇이지, 사실 소통에 의미를 굉장히 크게 두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소통을 강조한 정우성이 원작에서 꼭 살리고자 했던 부분 역시 ‘소통에 대한 의미’였다. 정우성은 “당시에도 분위기가 자기 표현 목소리들이 굉장히 크게 나오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 드라마 본편에도 모은이의 ‘서울은 참 시끄럽다’는 내레이션이 짧게 들어가 있는데, 그때 내 기분이 그랬던 것 같다. ‘왜 모든 표현이 과장돼 있지?’, ‘침묵의 소리, 침묵 뒤에 담겨 있는 큰 울림은 왜 듣지 못하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상대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건가’, ‘이해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을 때 이 작품이 내 앞에 나타났던 것 같다. 침묵이 담고 있는 이 울림이 얼마나 크게 상대방의 마음 속에 전달할 수 있는지 개인적인 욕구가 담긴 작품인 것 같다”라고 설명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13년 동안 마음에 품었던 작품으로 돌아오는 정우성, 흐른 시간만큼 더 깊어진 그의 멜로가 시청자들에게 고요하고도 애틋한 설렘을 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늘(27일) 오후 9시에 지니TV와 ENA에서 첫 공개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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