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아니었다면…” 협상 2번 만에 도장 쾅! LG서 방황하던 거포는 어떻게 78억 FA가 됐나 [오!쎈 인터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2.01 06: 40

FA 시장 개장부터 두산을 떠나는 선택지는 없었다. 트레이드로 인연을 맺은 두산에서 정착에 성공했고, LG에서 방황하던 내야수는 그렇게 최대 78억 원을 받는 FA로 우뚝 섰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달 30일 “내야수 양석환(32)과 4+2년 최대 78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첫 4년 계약의 총액은 최대 65억 원(계약금 20억 원, 연봉 총액 39억 원, 인센티브 6억 원)이며, 4년 계약 종료 후 구단과 선수의 합의로 발동되는 2년 13억 원의 뮤추얼 옵션을 포함했다”라고 FA 최대어 양석환의 원소속팀 잔류 소식을 전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두산과 양석환은 단 두 번의 만남으로 FA 계약을 성사시켰다. 11월 27일 첫 만남에서 계약의 아웃라인을 잡은 뒤 29일 구체적인 협상 조건이 오갔고, 양 측의 의견 조율을 거쳐 속전속결로 FA 계약서가 탄생했다.

두산 양석환 /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양석환 / OSEN DB

두산 관계자는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선수가 남곘다는 의지가 있어서 그런지 계약이 빨리 진행됐다”라며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두 팀 정도 양석환 영입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우리 쪽 제안이 나쁘지 않아 빨리 계약을 한 것 같다. 서로간의 이견도 조율이 잘 이뤄지면서 빠르게 계약이 성사됐다”라고 FA 계약의 막전막후를 전했다. 
두산 양석환 / OSEN DB
FA 계약 후 OSEN과 연락이 닿은 양석환은 “팀을 옮긴다는 생각은 안 했다. 여기서 협상이 잘 되면 남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구단 측에서 좋은 조건을 주셔서 진행이 빠르게 잘 됐다. 두산에 와서 만족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팀에 대한 애정이 많았고, 그래서 남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생애 첫 FA 계약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FA 최대어라는 프레임이 사실 조금 부담 됐다. 내가 말한 것도 아닌데 계약이 잘 안 됐을 경우 괜히 이상한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부담 아닌 부담이 있었다. 그래도 계약이 잘 진행돼서 다행이다”라고 계약 과정에서 겪은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두산 잔류를 가장 반긴 건 3년 동안 동고동락한 두산 동료들이었다. 양석환은 “형들을 오프시즌에 오며가며 만났는데 왜 빨리 계약을 안 하냐고 떠보더라”라고 웃으며 “계약 발표가 나고 (양)의지 형, (김)재환이 형, (허)경민이 형, (정)수빈이 형 모두 축하 연락을 해주셨다. (최)원준이는 ‘내 공을 치기 싫어서 안 떠난 거냐’라고 해서 내가 ‘시즌 때 페이스를 끌어올리려면 네 공을 쳐야한다’라고 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두산 양석환 / OSEN DB
양석환은 신일고-동국대를 나와 2014년 신인드래프트서 LG의 2차 3라운드 28순위 지명을 받은 우타 거포 유망주였다. 입단 4년차인 2017년 첫 두 자릿수 홈런(14개)에 이어 2018년 22홈런으로 잠재력을 터트렸고, 곧바로 상무에 입대하며 병역 의무를 해결했다.
불행히도 군 복무는 양석환 야구인생의 첫 전환점이 돼버렸다. 2020년 8월 전역 후 설 자리를 잃은 가운데 1군 성적이 40경기 타율 2할4푼6리 3홈런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준플레이오프에서 엔트리에 포함되고도 벤치를 줄곧 지키며 씁쓸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두산 양석환 / OSEN DB
그런 양석환에게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2021년 3월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LG에서 라이벌 두산으로 팀을 옮겼고, 이는 성공적인 FA 계약을 뒷받침한 신의 한 수가 됐다. 
양석환은 베어스의 5번 1루수를 맡아 첫 시즌부터 ‘트레이드 복덩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21시즌 133경기서 타율 2할7푼3리 28홈런 96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루수 고민을 지움과 동시에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첫해와 달리 작년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고질적인 내복사근 부상이 재발했고, 5월 복귀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107경기 타율 2할4푼4리 20홈런 51타점의 저조한 성적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두산 양석환 / OSEN DB
양석환은 올해 이승엽 감독 부임과 함께 두산의 홈런타자 역할을 수행했다. 140경기 타율 2할8푼1리 21홈런 89타점 장타율 .454의 파괴력을 뽐내며 홈런 부문 5위에 올랐다. 양석환은 3년 연속 20홈런(28개-20개-21개)을 친 수준급 우타 거포로, 두산은 물론 타 구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결말은 원소속팀 잔류였다.
양석환은 “사실 그 트레이드가 아니었으면 이런 일 자체가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두산에 깊은 애정과 감정이 있었다”라며 “더 열심히 준비하고 더 열심히 운동장에서 뛸 생각이다. FA 계약했다고 느슨해질 생각은 죽어도 없다. 오히려 더 악착 같이 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FA 계약을 한 번 더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두산 양석환 / OSEN DB
리더십까지 탁월한 양석환은 베어스 잔류와 함께 2024시즌 선수단을 이끌 주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양석환은 “나도 언젠가 주장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이승엽 감독님께서 믿고 시켜주시면 그 믿음에 보답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누구보다 이번 계약을 기다렸을 두산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양석환은 “많이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 아내 SNS를 통해서 좋은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데 일일이 답장 못 드렸지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내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야구다.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좋은 모습, 재미있는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라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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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룡 단장(좌)과 양석환 /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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