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서 버스라니' 만원 관중 울린 수원, 생존 자격 없었다... 차라리 강등이 약일지도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3.12.03 05: 19

이기기 보단 버티고 다른 경기의 결과를 지켜본다?. 안일한 마음이 결국 수원 삼성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수원 삼성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에서 강원 FC와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최하위는 수원의 몫이 됐다. 수원은 8승 9무 21패, 승점 33점으로 수원FC와 승점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다득점에서 35골대44골로 밀리면서 12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다이렉트 강등이라는 잔인한 현실을 받아들게 됐다.

수원 삼성이 결국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창단 28년 만에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됐다.수원 삼성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에서 강원 FC와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경기 종료 후 수원 삼성 선수단이 관중들의 야유를 받고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수원 구단 역사상 첫 강등이다.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줄곧 1부리그를 지켜왔다. K리그 우승 4회, FA컵 최다 우승(5회, 전북과 동률)에 빛나는 전통의 명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감독을 두 번이나 교체하고도 꼴찌로 추락하며 2024년은 K리그2에서 맞이하게 됐다.
2023년 들어서 축구는 단순한 포메이션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을 기점으로 남미 축구의 주류로 자리 잡은 릴렉서너리즘(Relationism)이 흐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과거의 포메이션 위주의 축구서 선수간의 관계와 태도, 자세, 연계, 호흡 등을 모두 전술적 요소로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포지셔닝 축구와 대비되는 릴렉서너리즘은 경기장 내 공간 관리와 볼 운반자와 다른 선수들의 유동적인 움직임, 의사소통 및 팀워크, 정신적인 태도에 초점을 맞춘다. 최근에는 미신적인 요소로 여겨지던 정신력이나 선수들간의 케미도 하나의 변수로 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날 수원은 살아남을 자격이 없는 팀이었다. 사실 수원은 어떻게 보면 강등권 3팀 중 가장 단순하게 경기를 풀이할 수 있었다. 바로 무조건 승리. 상대팀 경기를 신경쓰지 않고 오직 이겨야지 생존할 수 있는 수원이기에 무조건 이긴다는 자세가 절실했다.
하지만 정작 수원은 오히려 수비적으로 나섰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강원이 무조건 이기기 위해 공세를 취했지만 수원은 라인을 내리고 버티기에 급급했다. 같은 시간 수원 FC가 패배한다면 이 선택도 틀리지 않았겠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경기의 결과에 기대는 수동적인 대응이었다.
어떻게 보면 염기훈 대행 체제서 수원이 그나마 재미를 봤던 선 수비 후역습의 스탠스. 실제로 이전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후반에 김주찬, 뮬리치, 정승원 등 공격 자원을 대거에 투입하면서 재미를 봤다. 하지만 '비겨도' 자력 생존이 가능한 강원이 라인을 내리자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전반을 내줬다.
해외 축구에서 수비적인 축구로 유명한 감독이라고 해도 반드시 이겨야 되는 토너먼트나 승점 3을 따야 하는 리그 경기에서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겨야 되는 경기서 '버스'를 세우고 버티려고 한 것은 이전 전술을 유지했다고 쳐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결국 이것이 복선이 됐다. 수원 FC가 이영재의 프리킥으로 1-1로 균형을 맞추면서 수원은 후반전 들어서 무조건 골을 넣어야 되는 상황이 됐다. 수원은 공격적인 교체 카드를 통해 골을 노렸지만 뻔한 노림수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수비적인 선택이 충격적인 강등으로 이어졌다.
출장 정지인 윤성환 감독을 대신해서 나온 정경호 강원 수석 코치는 "상대 수원은 강원보다 더 승리가 필요했음에도 수비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다 공격적으로 나왔다면 우리도 힘든 장면이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전체적으로 쉽게 풀어나간 경기"라고 평가했다.
사실 강등권 싸움은 그만큼 정신력이나 대응 등에 마음 가짐에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키기만 해도 이길 상황이 있겠지만 이기는 것이 확실한 상황서는 능동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경기에서 남에 의존해서 창 대신 방패를 택한 수원은 살아남을 자격이 없었고 치욕의 강등의 쓴맛을 보게 됐다.
경기에 임하는 수원의 태도도 문제였지만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프런트의 대응이나 대처 역시 최악이었다. 시즌 내내 두 명의 감독을 교체하는데다 여러 혼선으로 인해서 현장이 꾸준하게 축구에 집중하지 못하게도 만들었다.
결국 수원은 이로 보나 저로 보나 강등 당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팀이었다. 명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내부부터 망가졌던 수원의 충격적인 강등이 차라리 극약같은 충격 요법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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