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못 받는다고 인생 잘못되나” 방황하는 160km 괴물 루키, 문동주 선배가 남긴 '특급 조언'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2.05 06: 00

올 시즌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고 있는 문동주(20·한화)가 혹독한 데뷔 시즌을 치른 후배 김서현(19·한화)을 향해 ‘내려놓기’를 주문했다.
서울고를 나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김서현은 데뷔 첫해 프로의 벽을 제대로 실감했다. 1군 마운드에 20차례 올라 승패 없이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의 난조를 겪은 것. 트랙맨 기준 최고 160km에 달하는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22⅓이닝 동안 탈삼진 26개를 잡았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으며 볼넷 또한 23개, 사구가 7개에 달했다. 다만 30이닝을 넘기지 않아 내년 신인왕 자격 조건은 유지했다.
김서현은 8월 17일 NC전 2이닝 3피안타 4볼넷 1탈삼진 3실점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퓨처스리그에서도 들쑥날쑥한 제구로 슈퍼루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9월 6일 두산전 3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4실점(3자책)을 남기고 다사다난했던 데뷔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2군 성적은 14경기 3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01. 

한화 김서현이 문동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02.11 /jpnews@osen.co.kr

4일 오전 서울 강남 엘리에나 호텔에서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2023 시상식이 진행됐다. 한화 문동주가 신인상을 수상한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김서현의 1년 선배이자 2023 KBO리그 신인왕의 주인공 문동주는 후배의 내년 시즌 성공 조건으로 ‘부담 내려놓기’를 꼽았다. 4일 2023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은 문동주는 “(김)서현이가 나로 인해서 부담을 느낄 거 같고 주변에서 많은 말을 들을 것 같다”라며 “모두가 똑같은 길을 걸어야하는 건 아니다. 신인상이 아니더라도 김서현이라는 선수를 모두가 인정하고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내년에 신인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걸 못 받는다고 야구 인생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부담이 많이 되겠지만 안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4일 오전 서울 강남 엘리에나 호텔에서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2023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상식 이후 최고구원투수상 서진용과 최고투수상 고영표, 최고타자상 노시환, 신인상 문동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이는 문동주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였다. 문동주 또한 한화 1차 지명된 2022년부터 지금과 같은 투구를 선보이진 못했다. 13경기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로 1군 무대의 벽을 느낀 뒤 이듬해 23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문동주는 “나 또한 부담이 많이 됐다. 올 시즌 초반부터 신인상을 생각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고, 그 마음은 계속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잘 달려올 수 있었다”라며 “부담이 생길 때마다 옆에서 도움 주신 분들이 많았다. 아마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신인왕이 힘들었을 것 같다. 또 신인왕 경쟁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다. 윤영철(KIA) 선수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밝혔다. 
한화 문동주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트로피에 키스를 하고 있다. 2023.11.27 / jpnews.osen.co.kr
문동주는 2024시즌 김서현에게 야구와 관련한 조언을 일절 하지 않을 계획이다. 누구보다 김서현의 성공을 바라기에 내린 결단이었다.
문동주는 “김서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겠다. 최대한 야구 이야기를 안 하는 게 부담을 줄여주는 길이다. 신인상도 아예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신인상 경쟁 중에 내게 질문을 하면 답을 주겠지만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진 않을 것이다. 그건 부담을 주는 것밖에 안 된다. 김서현이 야구를 재미있게 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분명 실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 김서현 / OSEN DB
김서현은 기대에 못 미친 데뷔 시즌을 뒤로하고 지난 10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11월 마무리캠프에서 보완점을 진단하고 2년차 시즌 방향을 정립했다. 김서현은 여전히 한화가 기대하는 특급 유망주이며, 내년 시즌 또 다른 슈퍼루키 황준서(장충고)의 합류로 문동주-김서현-황준서 아기독수리 3인방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의 제구가 좋아졌다. 스트라이크만 들어오면 치기 쉽지 않은 볼이다. 황준서와 함께 우리가 (잠재력을) 터뜨려야 할 선수”라고 김서현을 2024시즌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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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문동주가 불펜 피칭을 마치고 이동하며 김서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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