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현이 ‘비밀’을 통해 활동 복귀에 나섰다. 짧지 않은 공백을 지나 드라마 ‘꼭두의 계절’로 시작해 영화 ‘비밀’로 올 한해를 마무리 지은 김정현이 “더 열심히, 잘 하고 싶다”는 굳은 각오를 전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는 영화 ‘비밀’(감독 임경호, 소준범) 주연 배우 김정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비밀’은 잔혹하게 살해된 사체에서 10년 전 자살한 영훈의 일기가 발견되고, 그 이면을 파헤치던 강력반 형사 동근(김정현 분)이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추적 스릴러.
김정현이 영화 주연을 맡는 것은 데뷔작인 ‘초인’ 이후 8년만이다. 김정현은 “주연롤을 맡은 건 데뷔작 이후 처음이다. 촬영한지 2년 좀 안 됐다. 어렵게 개봉해서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비밀’은 당초 11월 개봉이었지만 연기돼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 김정현은 “초조함은 없었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지만, 상영관 이슈도 있고 그럴수 있겠다 싶더라”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오랜만의 주연 영화인 만큼 김정현은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 “사실 모든 작업이 그렇다 생각하는데 주변에 같이 해주는 분들이 있다. 감독님들이 2015년부터 ‘비밀’ 작업을 하신걸로 알고 있다. 대화도 잘 통했고, 의견을 내는 것도 여러 방면으로 도와주셨다. 부담보다는 가족처럼 재밌게 작업했다”고 화기애애했던 현장을 알렸다.
김정현이 ‘비밀’의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작중 등장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김정현은 “원래 그 문장을 좋아한다. 예전에도 팬분들한테도 수첩에 좋아하는 문구를 적어서 선물하는 이벤트도 했었다. 그걸 보고 처음에 ‘굳이 이 문장이 나온 이유가 뭘까’라고 생각해서 유심히 봤고, 몰입도 있게 책을 읽었다. 영화 작업도 하고싶었다 보니 운명적인 느낌때문에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작중 강력반 형사 이동근 역을 맡은 김정현은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 약 10kg을 증량했다. 처음에는 70kg 후반에서 70kg 중반까지 감량했다는 그는 “감독님이 에이스 형사니까 예민해 보여야 한다고 하셨다. 뭐라도 힌트를 주기 위해 살을 빼서 그런 부분을 어필하고 싶었는데, 형사분들이 다 너무 마르셨더라. 차별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감독님한테 ‘유용한 설정이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결국 다시 10kg을 증량해 80kg대 후반까지 살을 찌워 촬영에 임했다고.
이밖에도 수염이나 걸음걸이 등 세세한 부분에서 이동근 캐릭터만의 차별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김정현은 “전반적으로 몸집을 키우다 보니 의상도 덩치있게 나왔다. 감독님과 형사팀이랑 다른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 형사팀이 다들 깔끔하니 오히려 얼굴에 톤 다운 하고 주근깨도 많이 넣고 그렇게 가자고 결정했는데, 첫날에 분장을 받고 갔더니 감독님이 ‘분장이 너무 심하다’고 하시더라. 그 뒤부터는 수정이 돼서 분장이 약하게 들어갔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비밀’은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대두되는 학폭(학교폭력), 군대 내 가혹행위, 물질만능주의, 이기심 등을 다루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 그런만큼 김정현은 “감독님과 초반에는 라이트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심각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게 너무 보여서 숨쉬기 힘들것 같더라. 그런 부분을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고, 후반으로 갈수록 동근이가 압박을 많이 받는데 침몰되지 않도록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밝혔다.
자신의 연기를 잘 못 본다는 김정현은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 ‘저 상황에서 좀더 좋은 선택이 있었을텐데’하는 부분들을 바꿀 수 없지 않나. 제가 어떻게 했는지 제가 알지만 돌이킬수 없으니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든다. 좀더 좋은 선택 있었을텐데 창피하기도 하고 들키면 어떡하지 싶어서 드라마할때도 모니터링을 잘 안 한다. 실수했을 것 같은 부분만 클립으로 체크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큰 화면에서 저를 봤더니 뛰쳐나갈 뻔 했다. 그래서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심적으로 힘든게 아니라 못 보겠더라. 주변에 누가 있으면 더 창피하니까”라며 “욕심을 내려놔야 되는데, 내려놓기에는 아직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는게 있더라. 이 일을 하는 것에 있어 감사함도 있고, 그러다 보니 더 잘하고싶다는 마음이 자극이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특히 김정현은 작중 자신의 아역을 맡은 SF9 다원을 보며 “저의 모습이 초라해지더라”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연기를 즐기는 모습과 달리 스스로의 연기를 평가하면서 채찍질하는 모습이 창피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자신 역시 신인때 열정이 있었고, 현장이 너무 재밌고 즐거웠고, 지금도 연기하는 건 즐겁지만, 연기 자체를 재밌고 즐거워하는 다원이 부러웠다고. 김정현은 “영화를 볼 때 ‘연기를 왜 저렇게 했을까’ 이런 생각만 했던 제가 부끄럽고 반성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감 때문이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며 “그걸 중요하게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제가 책임을 진다고 해서 책임질 수 있는 게 몇개 안 되더라. 물론 책임감을 버려야한다는게 아니라 촬영은 많은 도움을 받고 함께하는 작업이다. 열정은 가져야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적다. 현장에 다들 도와주려고 하시는 분들만 있을텐데, 많이 기대고 의논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데뷔 초 김정현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믿고 볼만한 배우”가 되고싶다는 바람을 드러내 왔다. 여전히 그 목표가 “변함없다”, “오히려 그것때문에 욕심을 못 놓는 것 같다”고 밝힌 그는 “어느 순간 주변에서 ‘믿고 볼수 있는 배우다’라는 얘기를 해주시는 날이 올수 있지만, 스스로 ‘나 그런 배우 된것같은데’라고 스스로 판단하는 순간은 끔찍할 것 같다. 그걸 경계하려고 한다. 물론 속으로 ‘내 연기랑 인지도면 돈 안아깝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순간이 안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 연기 보는게 힘들고 부족하고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고싶은 마음이 아직도 있는것 같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조금 더 할수있어’ 하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정현은 “솔직히 걱정된 것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김정현이 여러 명의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2020년 종영한 ‘사랑의 불시착’ 이후 처음. 그는 “사람과 오래 대화하는 것도 오랜만”이라며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뵙는 것에 대한 설렘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간 김정현은 여러 이슈에 둘러싸여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여전히 김정현 하면 이슈가 부각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는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은 “그건 대중분들이 스스로 저를 보시고, 어떤 느낌으로 보실 건지 판단하는 부분이다. 단지 제가 노력할수있는건, 저를 이슈로 보시는 분들 보다 연기로 봐주시는 순간이 생기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속상하다고 해서 변할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정진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으로 김정현은 올 한해를 돌이켜 보며 “좀더 잘하고 싶다. 너무 갈길이 멀고, 해야할 것들도 많다. 그래서 ‘내년부터’ 보다는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것도 언젠가 써먹을 곳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하는거다. 내년에도 이 마음의 연장으로 더 열심히 잘 해내고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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