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없는 베드신이다.”
배우 이윤우는 6일 오후 서울 이촌동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새 영화 ‘언더 유어 베드’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저는 베드신이 야하게 보이지 않을까, 저렴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걱정했는데 배우들이 잘해주셔서 한 번에 갔다.(웃음) 배우로서 캐릭터에 몰두해 예술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했다”라며 자신이 극 중 소화한 베드신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이어 이윤우는 베드신과 관련해 “저는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베드신이) 예뻐보였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관전 포인트도 짚었다.
‘언더 유어 베드’(감독 사부, 제작 ㈜미스터리픽처스, 배급 ㈜트리플픽쳐스)는 첫사랑을 위해 선을 넘어버린 한 남자와 밑바닥에 내팽개쳐진 한 여자를 통해 폭력과 욕망이 만연한 시대에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화. 이지훈이 첫사랑을 잊지 못한 남자 지훈 역을, 신예 이윤우가 지훈의 첫사랑 예은 역을, 신수항이 예은의 남편 형오 역을 맡았다.
연출을 맡은 사부 감독은 “저는 그간 코믹 장르를 자주 해왔던 감독인데 이 각본을 읽고 처음에 충격적이었고 당황했다”며 “영화마다 스태프 변경 등 환경을 조금씩 바꾸며 변화를 시도해왔는데 제가 쓴 시나리오가 아닌 작품을 연출했다는 게 환경이 가장 크게 바뀐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사부 감독은 ‘탄환주자’(1996), ‘포스트맨 블루스’(2000), ‘먼데이’(2000), ‘드라이브’(2002), ‘하드 럭 히어로’(2003), ‘버니드롭’(2012), ‘미스 좀비’(2014), ‘미스터 롱’(2017), ‘댄싱 메리’(2019), ‘마이 블러드 엔드 본즈 인 어 플로잉 갤럭시’(2020)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
신작 ‘언더 유어 베드’는 일본 장르 소설 작가 오이시 케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했으며, 이지훈 신수항 이윤우 등 한국배우들과 한국의 제작진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사부 감독은 “저는 이 배우들의 연기 합을 기대하고 있었다. 각자 맡은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했다”며 “4:3 화면비에 고정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요즘 작품들을 보면 템포가 빠르지 않나. 제 전작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런 의미에서 ‘언더 유어 베드’는 시대에 맞지 않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저는 어릴 적부터 시류를 거스르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고 그런 시도를 해왔다. 이 작품 역시 ‘사부가? 이런 영화를?’이라는 질문을 하며 보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지훈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김지훈 역을 맡았다. 출연을 결정한 과정에 대해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 새벽에 읽으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내가 어디서 이런 글을 봤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다음 날 고규필 형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이건 꼭 해야 해’라고 추천하시더라”고 전했다.
“이 배우들과 추운 날 재미있게 촬영했다”는 이지훈은 “사부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배움이 있었던 좋은 겨울이었다. 작년에 추운 날씨에 대기실도 없이 열심히 촬영한 영화인데 결과물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개봉을 앞둔 심경을 전했다.
지훈의 첫사랑이자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자 예은 역은 신인 이윤우가 소화했다. 그녀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충격을 받았고, 두 번째에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읽었을 때 저와 공감대가 형성됐다. 저조차 몰랐던 저의 어두운 모습이 예은에게 보이는 거 같아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예은은 저 자체였다”라고 털어놨다.
이윤우는 노출 및 베드신에 대해 “노출이 부끄럽고 걱정되는 부분이었으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너무 잘해주셨고 스태프도 도움을 많이 주셔서 연기에 몰두할 수 있었다”며 “저는 제가 선택한 것은 후회하지 말자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사부 감독님을 만난 것도 좋고 저는 이 작품을 너무 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항은 예은의 남편이자 정신과 의사 형오를 소화했다. 이날 신수항은 “시나리오를 받고 읽는 내내 너무 세다 싶었다. 특히 베드신, 폭력신이 너무 셌다. 정상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었다”고 입을 뗐다.
자신이 맡은 형오에 대해 “배우로서 악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도전의식이 불타올랐다”면서도 “저는 형오를 피해자이자 가해자라고 나눠서 생각하지 않았고 연기할 때도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다. 형오는 유년기에 부모님으로부터 학대를 당한 아픔을 가진 아이다. 그 아이가 성장하면서 그걸 극복하지 못하고 잘못된 강박증이 생겼고, 사랑을 폭력으로 표현하는 걸 정당화하는 사람이다. 악하지만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예은을 만나서 그도 모르게 ‘나는 예은이를 사랑한다. 사랑하면 이렇게 해도 된다’는 마음으로 죄책감 없이 폭력을 쓴다.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그게 잘못된지 모르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일부러 악하게 보이려는 노력은 안 했다”고 인물에 접근한 방식을 이 같이 전했다.
사부 감독은 결핍을 가진 세 인물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고독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SNS가 발달해서 예전에 비해 목소리를 내기 쉬운 상황이 됐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더욱더 강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여전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훈, 예은, 형오는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 인물들이다. 저는 ‘도와 달라’는 목소리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목소리를 냈을 때 듣는 쪽, 듣는 힘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런 점에서 제가 전작들에서 그렸던 것과 어느 정도 연결이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언더 유어 베드’는 닮은 작품이 없는 다른 영화다. (볼 때 불편할 수 있는)가시가 있는 작품이지만 보고 나면 그렇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사부 감독이 연출을 맡아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한 ‘언더 유어 베드’는 오는 12월 13일 극장 개봉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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