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 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타자 잊고 본업으로, 최준용은 APBC에서 정답을 찾았을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2.07 11: 40

“오죽 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 필승조 투수인 최준용(22)의 타자 전향은 롯데 마무리캠프의 최대 이슈였다. 김태형 신임 감독이 보는 앞에서 최준용은 불펜 피칭도 하고 타자로서 수비 펑고도 받고 배팅 훈련도 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뽑히기 전까지 바쁜 훈련 루틴은 반복됐다.
최준용은 타자 전향을 시도하던 당시, “4년 전인 20살 때부터 팔이 아팠다. 통증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자주 아팠다. 그래서 예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5월 초, 구단에 타자 전향이나 겸업에 대해 말씀 드렸다. 그런데 단장님이 바뀌셨다. 그래서 그냥 흘러가는 상황이 되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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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신임 감독도 일단 최준용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파악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부르시더니 ‘야수 한다는 소리가 들리더라. 이유가 뭐냐’라고 하셔서 계속 제가 아팠고 그래서 고민을 했다. 올해 5월에 구단에 말했다’라고 제 상황을 말씀드렸다. 그래서 감독님도 ‘한 번 해보자’라고 하셔서 훈련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주 아프고 재활하다 보니 심적으로 지치게 되더라. 원래 아프면 더 열심히 해서 (1군에) 올라가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해마다 한두 번씩 재활하고 올해만 세 번 재활했다. 아무래도 부상이 가장 큰 거 같다. 투수를 너무 하고 싶지만 좋아하는 야구를 아프면서 하니까 안 아플 수 있게끔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면서 고심 끝에 타자에 도전하게 됐음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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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용은 운동신경이 있는 선수다. 대천중 때까지는 유격수도 봤다. 고등학교 때는 투수로 완전히 자리잡았지만 이따금씩 프리배팅을 치면 파워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주형(키움) 노시환(한화) 등 경남고 시절 동기 및 선후배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프로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무대다. 어설프게 투타겸업을 시도하면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된다. 하나에만 집중해도 100%의 모습을 못 보여줄 수도 있는 곳이 프로무대다. 고등학생 때 타격 기록이 하나도 없는 최준용 입장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최소 3년은 밑바닥에서 새로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최준용에게도, 구단으로서도 모두 시간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 
김태형 감독은 “본인이 한 번 해보고 느껴봐야 한다”라면서 최준용의 타자 전향 도전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도 최준용은 불펜 구상에서 필승조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선수다. 그런데 타자 전향 소식을 들으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호기심이 아닌 부상 때문에 시도하는 전향이기에 “오죽 했으면 그렇게 생각을 했을까 싶기도 하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도 생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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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타자 전향을 고민하고 훈련을 하던 도중에 참가한 APBC 대회에서 답을 찾은 듯한 모습이다. 최준용은 일본야구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도쿄돔에서, 그것도 한일전에서 2경기 등판해 배짱있게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경기 등판해 2⅓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의 기록.
예선에서 치러진 한일전에서 8회말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루 쉬고 19일 일본과의 결승전에 다시 등판했다. 2-2로 맞선 7회말 등판해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의 성적을 남겼다. 최고 152km의 패스트볼을 자신있게 뿌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캠프 막바지, 최준용의 타자 전향에 대해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라면서 “대표팀에 함께했던 김현욱 코치가 귀띔을 해줬다. 팔 아픈 것들을 달리해서 던져보고 본인이 괜찮아졌다고 느낀 것 같다”라고 전했다.
‘건강하면’이라는 단서가 붙는 선수들은 결국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한 선수들이다. 부상이 반복되면 그것 역시 실력이 된다. 최준용도 이 지점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타자 전향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이제는 방황을 뒤로하고 본업으로 돌아간다. APBC대회에서 느낀 점을 꾸준하게 시도하면서 김태형 감독의 필승조, 믿을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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