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성공' 수원 FC 이광혁 "1부와 2부 레벨 차이 보여주고 싶었다"[오!쎈 인터뷰]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2.10 10: 08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너무 좋다."
캐슬파크의 기적을 일궈낸 이광혁(28, 수원FC)이 드디어 환하게 웃었다.
수원FC는 9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3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5-2로 제압했다. 

9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23 2차전 수원FC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진행됐다.연장 전반 수원FC 이광혁이 추가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1,2차전 합계 4-3 역전. . 2023.12.09 / soul1014@osen.co.kr

9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23 2차전 수원FC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진행됐다.연장 전반 수원FC 이광혁이 추가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1,2차전 합계 4-3 역전. . 2023.12.09 / soul1014@osen.co.kr

이로써 최후의 승자는 수원FC가 됐다. 수원FC는 지난 1차전 1-2 역전패를 딛고 승부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전반 15분 만에 최준에게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막판 김현과 이영재의 연속골로 합계 점수 3-3 균형을 맞춘 뒤 연장에서만 3골을 몰아치며 부산을 무너뜨렸다.
반대로 부산은 이번에도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며 4년 만의 1부 복귀가 좌절됐다. K리그2 최종전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부산은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였던 승강 PO에서조차 뒷심 부족으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9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23 2차전 수원FC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진행됐다.연장 전반 수원FC 이광혁이 추가골을 넣고 있다. 1,2차전 합계 4-3 역전. . 2023.12.09 / soul1014@osen.co.kr
후반 교체 투입된 이광혁이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경기장에 들어가자마자 위협적인 드리블로 부산 측면을 흔들며 수원FC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해결사 역할까지 했다. 이광혁은 연장 전반 5분 우측에서 공을 잡은 뒤 박스 안까지 직접 돌파해 들어갔다. 그리고는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갈랐다. 수원FC가 이번 승강 PO 승부에서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광혁은 "축구하면서 승강 PO라는 무대도 이렇게 강등권에서 싸운 것도 처음이었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어떻게 보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내가 한동안 골도 없고 아쉬운 모습도 보여드렸는데,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너무 좋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 다음은 이광혁과 일문일답.
- 후반전 시작하면서 선수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했나.
내가 벤치에 있을 때 선제골을 내주면서 많이 힘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경기 전 미팅에서 과거 대전과 강원의 PO 영상을 봤다. 강원이 먼저 골을 내준 뒤 역전하는 영상을 보고 나왔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벤치로 온 (정)재용이 형이 '진짜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할 수 있다. 들어가서 우리가 뒤집자'라고 했는데 정말 그대로 됐다. 나보단 재용이 형 역할이 컸던 것 같다. 두 골 차지만, 긍정적인 생각만 가지자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 측면에서 자신감 있는 돌파가 인상적이었다.
부산이 1차전에 일대일 수비를 많이 했다. 측면에서 일대일 상황이 생기면 도전적으로 하고, (이)용이 형과 2대2 상황이 나오면 패스 플레이로 (김)현이 형과 로페즈에게 많이 올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대일로는 우리가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이 잘 먹혔다.
- 5골이나 나왔지만, 운이 따른 경기는 아니었다. 골대도 두 번이나 맞고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되기도 했는데.
경기장에서는 정신없이 경기하느라 바빴다. 개인적으로는 '진짜 잘 안 풀리는 경기긴 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축구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이런 경기를 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 연장전을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골이 많이 터질 줄도 몰랐다. 골대를 두 번이나 때리고도 5골이나 나올 줄 몰랐다. 알면 알수록 힘든 게 축구인 것 같다.
9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23 2차전 수원FC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진행됐다.연장 후반 수원FC 로페즈가 골을 넣은뒤 기뻐하고 있다 1,2차전 합계 6-4. 2023.12.09 / soul1014@osen.co.kr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었다. 수원FC가 '캐슬파크의 기적'을 쓰며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수원FC는 9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3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5-2로 제압했다. 그 덕분에 1, 2차전 합계 스코어 6-4로 승리를 거뒀다.경기종료 후 수원FC 이승우가 김도균 감독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23.12.09 / soul1014@osen.co.kr
- 언제 승리를 확신했는지.
로페즈의 골이었다. 그 전에 추격골을 내줬을 때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이번 시즌 실점도 많았고, 늦은 시간 실점도 많았다. 추가시간도 7~8분 정도 남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점해서 악몽 같았다. 정말 힘든 경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로페즈의 골이 들어가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2차전 이승우의 퇴장 공백이 많이 언급됐다. 부담감은 없었는지.
사실 승우가 1차전 이후 많이 힘들어했다. 꼭 해달라고, 할 수 있다고 얘기하더라. 그 말을 해줘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경기를 같이하다 보면 (윤빛)가람이 형이나 승우나 기술이 되게 좋아서 많이 의지된다. 승우가 있으면 편하게 공을 줄 수 있고, 편하게 공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까지 빠진 선수들도 모두 한 팀으로 준비했다. 이겨서 승우가 짐을 놓지 않았나 싶다. 정말 힘들었을 텐데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 승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여기까지 끌고 와줘서 정말 고맙다. (오늘 회식은 이승우가 사는 걸로) 돈도 많으니까 사야 한다(웃음).
-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 이승우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성질 좀 죽여라(웃음). 내가 1차전 때 신경전을 한 번 했다. 1-0으로 이기고 있었고, 시간도 좀 끌 겸해서 살짝 신경전을 걸었다. 그 정도 선에서만 해야 한다. 너무 잡고 그러지는 마라(웃음).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었다. 수원FC가 '캐슬파크의 기적'을 쓰며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수원FC는 9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3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5-2로 제압했다. 그 덕분에 1, 2차전 합계 스코어 6-4로 승리를 거뒀다.경기종료 후 수원FC 김도균 감독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2023.12.09 / soul1014@osen.co.kr
- 득점 장면에서 왼발 감아차기 슈팅이 정말 정확했다. 슈팅하는 순간 골을 직감했는지.
첫 터치가 생각보다 짧게 되면서 첫 스텝이 살짝 꼬였다. 그래서 한 번 쳤는데 수비가 뒤쪽으로 붙는 게 보였다. 다른 수비가 나오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천천히 해도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자리기도 해서 슈팅했다. 그런데 골키퍼는 안 보이고 그물만 보이더라. 골키퍼가 못 움직였구나 싶었다. 그래서 '아 들어갔구나'라고 직감했다.
- 경기 끝나고 김도균 감독과 주장 이영재가 눈물을 흘렸다.
나는 울컥하진 않았다. 사실 경기 전에 어떤 세레머니를 할지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1부라고, 우리가 위에 있다고 강조하는 의미의 세레머니를 일부러 했다. 아직 2부와 1부는 레벨 차이가 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차전 하기 전부터 준비했다. 그런데 최준 선수가 선제골 넣고 나서 우리 팬들 앞에서 굳이 세레머니를 하더라. 그래서 그걸 보고 너는 2부고 우리는 1부니까 이대로 마무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 원정석 앞이라서 같이 도발도 됐던 것 같다.
- 다음 시즌 목표가 있다면.
일단은 득점과 공격 포인트다. 올해도 그게 좀 아쉬웠다. 잘할 수 있을 때 주춤주춤했다. 기복을 더 줄이는 게 제일 큰 목표다.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리그에서 손꼽히는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올해 부상이 많았다 보니까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느꼈다. 내년엔 훨씬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finekosh@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