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거란 전쟁’이 강감찬과 소배압 간의 치열한 심리전과 ‘숨멎 엔딩’으로 토요일 밤을 장악했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 9회에서는 원종석(곽민석 분)의 배신으로 생사기로에 선 강감찬(최수종 분)이 지채문(한재영 분)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방송 시청률은 8.9%(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로 4주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원종석이 동군사 휘하의 군사들을 옥사에 가두는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 10.1%(전국 기준)까지 치솟으며 시청률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이날 백기를 들고 거란의 진중에 도착한 강감찬은 거란 황제인 요성종 야율융서(김혁 분)에게 표문을 전한 뒤 “친조를 허락하신다면 저희 성상께서 곧 폐하께 올 것이옵니다. 부디 대거란국 황제의 자비를 베푸시어 고려 군주의 친조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야율융서는 고려 백성들에 대한 약탈과 진격을 멈추고 현종(김동준 분)을 기다리겠다며 친조를 허락했다.
하지만 강감찬을 의심하던 소배압(김준배 분)은 아직 건재한 고려군이 굴복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처럼 거란을 기만하려는 강감찬과 속지 않으려는 소배압 사이의 치열한 심리전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소배압은 강감찬에게 고려의 항복이 진심이라면 거란의 사신들과 함께 서경으로 가서 항복을 받아오라고 명했다. 나아가 서경을 항복시키고 성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거란군이 무조건 서경으로 진격할 것이라는 엄포까지 했다.
같은 시각, 원종석은 거란에게 거짓 친조를 한 고려를 배신하기로 결심했다. 원종석은 거란의 사신과 함께 서경에 온 강감찬 앞에서 고려 국왕의 친조는 거짓이며, 지금 동북면에서 고려의 군사들이 서경으로 오고 있다고 폭로했다.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강감찬은 옥사에 갇혀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거란에게 끌려가는 순간에도 반역에 동참한 조자기(박장호 분)에게 “단 하루만 시간을 벌면 우리는 서경을 지킬 수 있네. 헌데 그 기회를 자네 같은 자들이 날려 먹고 있는 걸세. 적을 베라고 준 칼로 고려의 폐부를 찌르고 있단 말일세”라며 분노했다.
그 순간, 동북면에서 기병을 데리고 서경으로 향하던 지채문이 거란군을 처단, 강감찬을 가까스로 구해내며 짜릿함을 안겼다. 지채문의 도움으로 적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강감찬은 지채문의 만류에도 다시 적진으로 들어가 몇 시진이라도 시간을 벌겠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간절히 서경을 지키고 싶어 했던 강감찬의 충심이 온전히 전해지던 순간이었다.
방송 말미 서경의 항복을 기다리고 있던 소배압은 강감찬과 사신들이 돌아오지 않자 “틀림없이 서경 인근에서 고려군이 움직이고 있사옵니다”라며 진격을 명하여 달라고 간청했다. 나팔소리와 함께 출정하는 거란군 앞에 나타난 강감찬의 “진격할 필요 없습니다. 서경이 항복 했습니다”라며 막아서는 ‘숨멎 엔딩’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사극 대가’ 최수종의 연기 역시 폭발했다. 최수종은 서경을 지키기 위해 포로들에게 고려가 항복했다고 말해야 하는 강감찬의 비참한 심경을 눈빛, 표정, 거친 호흡과 숨소리로 표현해가며 극적 몰입도를 배가시켰다.
‘고려 거란 전쟁’ 10회는 오늘(10일) 밤 9시 25분에 방송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