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데뷔 30년 만에 천만영화를 가질 수 있을까? '서울의 봄'이 700만 명을 향해가고 있다.
10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지난 9일 하루 2,301개 스크린에서 62만 6,199명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638만 7,795명을 기록,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이날 '3일의 휴가'는 863개 스크린에서 5만 3,731명을 불러 모으며 누적관객수 16만 6,266명으로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나폴레옹'은 761개 스크린에서 3만 908명의 관객을 끌어 모아 11만 2,630명으로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싱글 인 서울'이 4위, '뽀로로 극장판 슈퍼스타 대모험'는 5위에 각각 랭크됐다.
사실상 1위 '서울의 봄'을 제외하면, 다른 영화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경쟁작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12월 극장가에서 독보적인 흥행으로 관객들을 싹쓸이 중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황정민은 반란군의 수장 전두광을, 정우성은 진압군을 이끄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으로 분해 인생 연기를 펼쳤다.
개봉 직후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고, 개봉 4일째 100만, 6일째 200만, 10일째 300만, 12일째 400만, 14일째 500만, 18일 만에 600만을 넘어섰다. 이미 올해 흥행 2위 '밀수'를 제친 '서울의 봄'은 2023년 유일하게 천만을 찍은 '범죄도시3' 이후 가장 빠른 흥행 추이를 보이며 한국영화 개봉작 흥행 TOP 2에 등극했다.
최근 영화관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 정상 영업으로 돌아왔지만, 코로나 시국보다 더 부진한 혹한의 겨울을 나고 있다. 그중 한국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작품이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외면을 받는 가운데, '서울의 봄' 덕분에 다시 한 번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극장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역대 천만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국제시장'(2014)보다 빠른 속도로 500만을 돌파하는 등 새로운 천만 영화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특히 정우성의 최고 흥행 영화는 2008년 선보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총 누적관객수 668만명)이다. 절친 이정재를 비롯해 동료 배우들이 필모그래피에 천만영화를 새길 때, 정우성은 '놈놈놈'의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의 봄' 기세가 600만을 돌파한 이후에도 꺾이지 않고, 실시간 예매율 55.8%와 예매관객수 20만 명 이상을 나타내는 등 놀라운 입소문과 화제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주말 정우성은 '서울의 봄'을 통해 '놈놈놈'을 제치고 개인 최고 흥행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우성은 '서울의 봄' 개봉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천만 영화에 대한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김성수) 감독님이 미친 영화를 만들었다"며 "여러분들이 '비트' 이후 감독님과 날 지지해준 걸 알고 있는데, 영화를 하면서 소망이 있었다면 우리 (김성수) 감독님도 천만감독 되는 게 소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극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잘 모르겠지만, '서울의 봄'이 영화적으로 인정받고, 좋은 영화로 평가받아서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것 같고, 그런 감독님을 만천하에 입증했다는 게 너무 좋다"며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기도 했다.
같은 날 무대 인사를 한 배우 이성민도 "우성 씨가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 거쳐 온 배우"라며 "나도 몰랐는데 아직 못 이룬 게 있더라. 뭐죠?"라고 물었고, 팬들은 "천만"이라고 외치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한 입소문과 평점마저 높아지고 있는 '서울의 봄'. 정우성의 첫 천만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감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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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