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타율 .158에 후회만 가득…37세 국민거포, 돌아온 MVP와 재기 꿈꾼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2.10 17: 00

2023년 악몽의 가을을 보낸 ‘국민거포’ 박병호(37·KT 위즈)가 ‘돌아온 MVP’ 멜 로하스 주니어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재기’라는 공통 키워드를 안고 2024시즌에 임한다. 
박병호는 KT와 3년 30억 원 FA 계약의 두 번째 해를 맞아 국민거포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홈런왕(35개)을 차지한 지난해에 비해 홈런 수(18개)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해 타율 1할5푼8리(38타수 6안타)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박병호는 NC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 모두 4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20타수 4안타 1타점 타율 2할로 흐름을 끊었다. 20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삼진 7개에 병살타 2개를 기록했고, 적시타는 4차전이 유일했다. 

LG가 9회 2아웃 이후에 짜릿한 홈런포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88%를 잡았다. 경기 종료 후 KT 박병호가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2023.11.10 /sunday@osen.co.kr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7회말 2사 1루에서 KT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3.11.13 /sunday@osen.co.kr

LG를 상대한 한국시리즈 또한 큰 반전은 없었다. 이강철 감독의 무한 신뢰 속 타순 변동 없이 그대로 4번타자를 맡았지만 1차전 4타수 무안타, 2차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3차전 홈런 포함 멀티히트로 잠시 평화의 시간을 보냈지만 4차전 2타수 무안타, 5차전 3타수 무안타 부진 속 LG가 우승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박병호는 “시즌이 끝난 지 조금 지났지만 마음에 많이 남는다. 보여준 것도 없이 허무함만 남았다. 내 활약이 있었으면 결과가 바뀌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아쉬운 한국시리즈를 보냈다. 다시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라고 자책하며 “반성을 해야 하는 겨울이다. 내년에는 잘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목표를 갖고 겨울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5회초 1사 1.3루에서 KT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2023.11.13 / jpnews.osen.co.kr
박병호가 셀프 진단한 가을야구 부진 원인은 ‘지나친 책임감’이었다. 박병호는 “이게 어쩔 수가 없다. 단순히 고참이 돼서가 아닌 팀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 성격이 유독 조금 더 그렇다. 다른 선수들과 짐을 나눌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비중이 팀에서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986년생인 박병호는 FA 계약의 마지막 해인 내년 38살이 된다. 은퇴를 앞둔 나이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선 다른 젊은 선수들보다 오프시즌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올해 홈런왕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기에 2023-2024 겨울 시즌은 박병호에게 혹독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2사 2루에서 KT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워 하고 있다. 2023.11.11 /sunday@osen.co.kr
KT 박병호가 KBO 수비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3.11.27 / jpnews.osen.co.kr
박병호는 “일단 무조건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노력을 해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꼭 한 번씩 부상이 와서 몸을 괴롭힌다”라며 “이제 100% 풀타임을 뛸 수는 없다. 따라서 80%로 꾸준히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는 성적을 냈지만 올해 부족했고, 많이 반성한다. 다시 한 번 좋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플랜을 전했다. 
얼마 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에 합류한 우규민은 박병호의 재기 전망을 밝히는 요인 중 하나다. LG 암흑기를 함께 보낸 박경수, 우규민과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된 박병호는 “(박)경수 형과 오랜만에 같은 팀이 돼서 좋았는데 (우)규민이 형까지 오게 돼 너무 반가웠고, 전화를 먼저 했다”라며 “어렸을 때 좋은 추억을 갖고 있던 선수들이 최고참급이 돼서 다시 만났다. 야구할 날이 얼마 안 남은 선수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똘똘 뭉쳐서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형들과의 낭만야구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아울러 KT는 2024시즌을 함께할 외국인타자로 3년 전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고 일본으로 떠났던 멜 로하스 주니어를 영입했다. 로하스 또한 일본프로야구에서 2년 동안 악몽의 시간을 보냈며 재기를 노리고 있는 상황. 박병호가 2024시즌 로하스와 함께 부활해 공포의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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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규민 / OSEN DB
1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1사 2루 상황 KT 박병호가 재역전 좌월 투런포를 날리고 홈을 밟으며 기뻐하고 있다. 2023.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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