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충분히 했다" FA 25억 아깝지 않았던 이태양 복귀 시즌, 내년에는 더 큰 꿈꾼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2.18 17: 40

“다시 돌아와서 좋은 소리 듣고 싶었다.”
한화 투수 이태양(33)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FA로 돌아온 흔치 않은 케이스다. 지난 2020년 6월 SK(현 SSG)로 트레이드된 뒤 지난해 11월 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4년 25억원에 계약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도 있었지만 가족이 있고, 청춘을 쏟아부은 대전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한화를 택했다. 
FA 계약 첫 해부터 ‘모범생’으로 활약했다. 선발과 구원을 넘나들며 50경기(12선발)에서 100⅓이닝을 소화한 이태양은 3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했다. 개막전부터 갑작스런 부상으로 자진 강판한 버치 스미스를 구원 등판하며 시즌을 시작한 이태양은 롱릴리프, 필승조, 추격조, 대체 선발 등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를 가리지 않았다. 8월 중순 이후로는 선발 로테이션을 쭉 돌며 시즌을 마쳤다. 

한화 이태양. 2023.09.24 /jpnews@osen.co.kr

한화 이태양. 2023.04.08 /jpnews@osen.co.kr

마운드의 만능 키로 한 시즌을 든든히 뒷받침한 이태양이 없었더라면 한화의 탈꼴찌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태양 같은 투수는 상당히 고맙다”며 “50경기에 100이닝을 던졌다. 그 정도면 몸값을 충분히 했다”고 칭찬했다. 최원호 감독은 마무리캠프를 마친 뒤 이태양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년에도 투수조장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마운드 위에서 활약뿐만 아니라 리더십도 인정했다. 
시즌을 마친 뒤 짧은 휴식을 끝내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개인 운동을 재개한 이태양은 “쉴 만큼 쉬었다. 내년에도 아프지 않고 즐기면서 성적을 잘 내기 위해선 겨울에 준비를 잘해야 한다. 직업병이다. 안 움직이면 불안하다”며 웃은 뒤 “내년 1월초에는 (이)민우와 일본 오키나와로 가서 보름 정도 운동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복귀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에 대해 이태양은 “다시 한화에 돌아온 만큼 좋은 소리를 듣고 싶었다. 시즌 전에는 불안감이나 걱정도 있었지만 시즌이 끝난 뒤 스스로한테 ‘고생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 것 같아 다행이다”고 돌아봤다. 
3년 연속 100이닝 이상 넘겼고, 2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꾸준함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투구 내용을 보면 압도적이진 않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불같은 강속구는 없어도 공격적인 투구로 맞혀 잡는 피칭을 펼치며 안정감을 유지했다. 삼진이 필요할 때는 주무기 포크볼을 앞세워 위기를 넘겼다. 어느 자리에 내보내도 계산이 서는 투수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다. 
한화 이태양. 2023.08.16 / foto0307@osen.co.kr
한화 이태양. 2023.05.16 / dreamer@osen.co.kr
이태양은 “나이가 서른을 넘어가면서 마운드에서 운영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다. 안 좋을 때 감정적으로 던지다 보니 3점 줄 것이 5점, 7점으로 커졌다. 연차가 쌓이면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마인드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3점 줄 것을 1점만 주는 식이었다”며 “갑자기 실력이 좋아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 마운드에서 다음 것을 생각하고 이성적인 마인드를 갖게 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야구는 멘탈 싸움이라는 표현이 그에게 어울린다. 나아가 투수조장으로서 어린 투수들의 ‘멘탈 케어’도 맡아야 한다. 그는 “모든 프로야구 선수가 잘 던지고, 잘 치고 싶어 한다. 그래야 연봉도 오르고 팀 성적도 오른다. 시즌 중에는 그런 생각을 하기 쉽지 않은데 지나고 나면 공 하나, 한 타석이 중요하다. (노)시환이도 올해 안타 1개가 부족해 3할 타율이 안 됐다. 시즌 초반 40타석(43타석) 연속 무안타 기간이 있었다. 본인도 너무 아깝다고 하더라. 후회와 아쉬움이 없는 시즌이 없겠지만 그걸 하루하루 최소화해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오늘 경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 시즌은 선발로 준비할 가능성이 높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보직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선발이 좋긴 한데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요구는 (문)동주나 돼야 할 수 있는 것이다”며 미소를 지어보인 이태양은 “어떤 보직을 맡을지 모르겠지만 구단이 계속 투자를 하면서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는 진짜 5강 싸움을 해봐야 한다. 선수들도 그런 동기 부여가 커졌다. 내년에는 시즌이 늦게 끝났으면 좋겠다”며 가을야구에 열망을 드러냈다.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였던 2018년 이태양은 불펜 필승조(63경기 79⅓이닝 4승2패12홀드 평균자책점 2.84)로 활약했다.
한화 이태양(왼쪽)이 홈런을 친 채은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9.23 /jpnews@osen.co.kr
2018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때 이태양. 2018.10.19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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