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삼달리’ 신혜선 한정 위로 특효약 지창욱, “내 꿈이라서!”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3.12.18 13: 08

[OSEN=김재동 객원기자] “내 꿈은 엄마랑 삼달이야. 꿈이 꼭 직업여야 돼? 두 사람이 꿈을 이루면 내 꿈도 이루어지는 거지.”
그거 참 맹랑하고도 참신한 꿈이다.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의 조용필(지창욱 분)은 어린 시절부터의 그 꿈을 아직까지 한시도 놓지 않고 있다. 그 중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떴으니 조삼달(신혜선 분)만이 현실에 남은 조용필의 유일한 꿈이다.
한 날 한 시 태어난 이래 함께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용필에게 삼달은 엄마와 같은 반열의 ‘꿈’이었다. 성장기를 거치며 그 감정이 사랑임을 깨우쳤고 그 때 이후로 서른을 훌쩍 넘긴지금까지 그 사랑은 퇴색하긴커녕 나날이 간절해지기만 한다. 한 때 공식적으로 사귀었고 한 때 공식적으로 헤어졌지만 그 헤어짐조차 ‘포토그래퍼’란 삼달의 꿈을 위한 희생이었다.

용필의 희생 덕인지 삼달은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룬 듯 보였다. 끔찍한 8년 어시 생활 포함, 십 수 년의 노력 끝에 세상이 주목하는 포토그래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영광의 순간은 너무 짧았다. 4년이나 어시로 데리고 키우던 ‘믿었던 도끼’ 방은주(조윤서 분)가 삼달의 발등을 찍었다.
남자 친구 천충기(한은성 분)를 빼앗은데 이어 자살을 시도하고 그 이유를 삼달의 갑질로 포장했다. 세계가 주목한 포토그래퍼에서 철면피한 갑질녀로 전락한 채 패잔병처럼 제주로 낙향한 삼달을 상대로 용필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괜찮냐고 물어주기, 같이 맥주 마셔주기, 비 맞을 때 우산 씌워주기, 그리고 ‘네가 그랬을 리 없다’ 믿어주기 정도에 불과했다.
다행히 삼달이 애용하는 노천 카페 삼달리 방파제에 제주기상청이 관할하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 근황 관리에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주 밖은 위험해!’ 싶던 삼달이 갑작스레 서울행에 나섰다. 방은주가 삼달의 포트폴리오를 훔쳤다는 어시스턴트 고은비(김아영 분)의 전언 때문이었다.
그동안 삼달을 괴롭힌 건 세계적 패션잡지 파리매거진의 월드투어 낙마도 아니고, 사진작가 15년을 정리하는 전시회 불발도 아니었다. 자신으로 인해 후배가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사실이었다.
삼달은 제주살이 내내 곱씹고 곱씹어 보았다. 그 정도로 모질었던가? 그 정도로 잔인했던가? 그렇진 않았던 것 같은데 후배는 죽으려 할 정도였다니... 내가 성공에 취해 나도 모르게 변해버린 건 아닐까? 돌을 던져놓고 그 돌에 개구리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자괴감에 처참했었다.
방은주의 포트폴리오 절도소식은 가뭄 끝 단 비였다. 후배의 자살기도는 나 때문이 아니었을 수 있다. 확인하자. 삼달의 돌발행동은 용필을 긴장시켰다. 함께 지켜본 부상도(강영석 분)와 함께 무작정 서울행에 동행했다.
삼달이 매거진X 프로젝트 회의실로 들이닥쳤을 때 방은주는 삼달의 포트폴리오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모두를 내보내고 삼달이 물었다. “진짜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너 죽으려고 그랬던 거야?” 빤히 보던 방은주가 답한다. “아니요. 아니예요.” 건조한 답을 내놓고 방은주가 헛웃음을 짓는다. 삼달의 순수함을 멍청함으로 규정짓는 비웃음을.
나오지 않는 삼달을 찾아 용필이 회의실을 찾았을 때 삼달이 울고 있다. 호기심으로 위장한 잔인한 시선들에 둘러싸여. 그리고 그 망할 놈 천충기는 삼달을 다그치고 있다. 삼달을 데리고 나오며 막아서는 천충기에게 용필은 치밀어오른 분노를 눌러 낮게 으르렁거린다. “건들지마, 이 쓰레기 같은 새꺄. 죽여버리기 전에!”
로비에서 다시 울음이 터진 삼달. 삼달은 복받치는 설움에 메인 목소리로 말한다. “나 때문이 아니래... 아닌 거 맞대... 나 아닌 거 맞대” 마음고생이 길어서일까? 삼달의 울음은 오래도록 멈추지 않는다. 용필은 그저 울음에 진 빠져 기대오는 그녀를 안고 하릴없이 토닥일 뿐이다.
언제나처럼 용필의 품은 삼달 한정 특효약이다. 한껏 위로를 충전한 삼달은 다시 방은주를 찾아 천충기를 가리키며 “이거처럼 이것(포트폴리오)도 너 하라구. 내 컨셉 가지고 나랑 똑같은 카메라, 똑같은 조명, 똑같은 스태프로 한 번 해보라구. 남의 것 훔쳐서 얼마나 갈 수 있을 것 같애? (천충기 가리키며) 저건 얼마나 갈 것 같니?”라 비웃어주고는 “고맙다. 니 덕분에 모든 것 다, 싹 다 가짠 줄도 모르고 진짠 줄 알고 살 뻔했잖아.”외려 감사까지 표하고 돌아선다.
할 일 있다며 다시 사옥으로 들어간 삼달이 문을 닫도록 나오질 않는다. 용필과 상도가 삼달을 찾아 헤매던 중 용필은 문득 한 장소를 생각해낸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제주사랑은행 앞 계단. 어시스턴트 시절 괴롭고 힘든 일 있을 때면 삼달은 항상 그 계단에 쭈그려 앉아 설움을 달래곤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삼달은 거기 있었다. 용필이 묻는다. “왜, 서울 한복판에서 여기만 고향같디?” “고향 같기는 무슨.. 나 같지.” “너 같은 게 뭔데?”“서울 도심 한복판에 제주은행, 쌩뚱맞잖아. 지는 얼마나 어색할 거야. 그런데도 되게 뻔뻔하게 버티고 서 있다? 육지에 마음 둘 곳 하나 없으면서 짠하게.” “그래서 그게 너 같애?” “나 같았었지. 근데 지금도 나 같네. 지금까지 열심히 뻔뻔하게 버텼는데 여전히 여기서 마음 줄 곳 하나 없잖아. 내가 죽어라 달려왔던 이 길이 빈 껍데기 같애.”
용필은 의기소침해 고개 숙인 삼달을 안쓰럽게 바라만 볼 뿐이다. 위로할 어떤 말도 해주지 못하는 답답함. 삼달이 다시 말을 꺼낸다. “20년을 사진기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이게 사라지고 나니까 내가 없다? 사진작가가 아닌 나는 뭘 하고 살았는 지 기억이 안나.”
할 말이 생겼다. “야 삼달아, 찾자. 찾으면 되잖아. 사진작가 조은혜 말고 조삼달. 꿈이 사라진 거지 진짜 너가 사라진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찾자구. 사진작가 조은혜 말고 진짜 조삼달.”
그러니 어린 시절 꿈을 이야기하던 조용필은 틀렸다. 정확히는 부연설명이 틀렸다. 삼달이 꿈을 이루는 것이 용필의 꿈은 아닌 것이다. 그저 진짜 조삼달만이 용필의 꿈이었던 것이다.
17일 6회 방영분에선 어시스턴트 시절 제주사랑은행 앞에서의 회상씬이 압권였다. 3일 동안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잤는데 카메라는 다 깨지고.. 그 복받치는 어시의 설움에 울음보가 터져버린 신혜선의 연기는 귀여워서 웃프고, 그거 달래주겠다고 조용필의 ‘꿈’까지 열창하는 지창욱의 오두방정은 젊은 연인들의 따뜻한 현실 사랑법을 보여줘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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