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오진 날’의 필감성 감독이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티빙 오리지널 ‘운수 오진 날’의 필감성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동명의 인기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운수 오진 날'(연출 필감성, 극본 김민성·송한나,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더그레이트쇼·스튜디오N, 제공 티빙)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 분)이 고액을 제시하는 묵포행 지방 손님(유연석 분)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총 10부작으로 파트1, 파트2로 나눠서 공개됐다.
이날 필 감독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그래도 제 생각보다 흥미로운 평들이 많이 나와 재미있게 보고 있다. 평을 보는 게 재미있더라. 기억에 남는 반응은 ‘파트1은 금혁수가 다하고, 파트2는 오택의 이야기라고 해주시는데, 제가 의도한 흐름대로 봐주신 것 같아서 굉장히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님 연출부 출신인데, 김 감독님께서 요즘 바쁘신데도 너무너무 재미있게 잘 봐서, 궁금해서 계속 보겠다, 잘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뿌듯했다”라고 웃었다.
영화 ‘인질’ 등을 연출했던 필 감독은 ‘운수 오진 날’을 통해 첫 OTT 작품을 맡게 됐다. 이에 필 감독은 “저는 영화를 항상 보고 좋아했지만, OTT도 많이 보고 좋아했다. 저는 항상 캐릭터에 끌리는 사람이었다. 요즘은 영화 러닝타임이 계속해서 좀 짧아지지 않나. 한 작품 안에서 캐릭터의 흐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건 OTT 시리즈가 제격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원 없이 한 거 같아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라고 떠올렸다.
수많은 작품 중, ‘운수 오진 날’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를 10부작을 통해 하루 만에 이야기를 어떻게 하지? 라는 큰 도전 의식이 있었다. 본 적이 없는 드라마 형식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또한 제가 그런 스릴러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제가 항상 로드무비를 좋아해 왔다. 로드 무비와 스릴러가 함께 합쳐진 게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악역 금혁수를 제대로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PART1이 각자의 목숨을 건 치열한 싸움이었다면, Part 2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야만 하는 처절한 미션에 가까웠다. 여기에 결말이 담긴 Part 2는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과 확장된 스토리를 녹여내 웰메이드 장르물을 완성, 공개 첫 주 유료 가입 기여 자수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실감케 했다.
필 감독은 파트가 쪼개진 기준에 대해 “회의를 통해서 결정했다. 10부작이다 보니, 5부, 5부로 나눌까, 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야기 흐름 상 6부 4부로 나누어지는 게 맞는 것 같더라”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예상 밖의 전개가 펼쳐지기도 했다. 바로 황순규(이정은 분)의 이른 죽음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파트2 초반, 황순규의 이른 죽음으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필 감독은 “처음에는 2회씩 방영을 의도해서 작업이 됐었다. 그런데 한텀을 두고 파트2 가 나와야 하다 보니, 정은 선배가 시작되자마자 죽어버리더라. 그래서 의도한 것과 좀 달랐다. 이런 전략(파트가 나뉘는)을 생각했다면, 6부 마지막 부분쯤에 사망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tvN 방영 역시 말미에 결정된 사항이라고 전했다. 필 감독은 “처음에는 OTT 송출만 의도를 해서 만들었는데, 작업 후반부쯤에 tvN에도 송출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잔인함이 훨씬 더 부각된 부분도 있다. 아마 처음부터 tvN 방영이 예정되어 있었다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라며 “tvN에 방영된다고 했을 때도 ‘가능한가요?’라고 되물었다. 특히 6부는 수위도 수위지만, 설정 자체가, 주인공의 딸이 그렇게 된다는 게, 과연 티비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블러나 모자이크 문제도 연출자로서 과연 어떻게 표현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파트1 과 파트2 의 차이점은 작품 내 분위기는 물론, 원작 웹툰의 유무였다. 필 감독은 “원작 웹툰의 흥미로운 점은, 한정된 공간에서 금혁수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10부작 드라마로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오택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먼저 넣는 게 중요했다. 이 일에 왜 말려들었고, 어떤 감정을 겪어서 다시 만나게 되는가였다. 또 한 가지는 이정은 선배님의 이야기였다. 이성민, 유연석, 이정은 배우, 이 세 명이 충돌하면서 만나는 리듬감과 에너지를 만들어가고 싶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아무래도 작품 내에서 배경으로 보여줄게 별로 없지 않나. 판타지도 아니고 사실적인 이야기라, 좁은 공간 안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반응 같은 것을 어떻게 잘 보여드릴 수 있을까 싶었다. 특히 3화까지는 택시 안의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게 저에게는 큰 챌린지였다.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는 채울 수 없고. 다양한 촬영 기법을 사용해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장면을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차 안에서 찍을 수 있는 건 다했던 거 같다. 그린매트에서도 찍어봤고, 렉카에서도 찍고, 도로에서도 찍었다. 그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조화로울 수 있을까, 싶었다. 그게 가장 큰 챌린지였다”라고 회상했다.
더불어 파트2 각색 과정에 대해서는 “사실 요새는 나무위키만 들어가도 엔딩이 나와 있지 않나. 이걸 그대로 보여주면 의미가 없고, 허를 찌르는걸 보여주자고 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파트1 평을 보니까 ‘이 설정으로 10부까지 간다고?’하는 반응이 많았다. 이런 예측을 벗어나는 전개를 우리가 해보자, 했다. 그렇다면 ‘금혁수가 사실은 범인이 아니었다는 걸 하면 어떨까’, 하는 파격적인 전개를 만들었다. 저도 좋았다. 뻔한 복수극은 싫었다. 아무래도 오택이 리암 니슨은 아니지 않나. 갑자기 싸움을 잘할 수는 없고, 바닥까지 내려간 착한 아저씨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승리하는 건 착한 마음이라는 걸 보여주자는 의도가 있었다. 오택이 금혁수의 아내를 죽이고자 했지만, 돌아서지 않나. 결국 결정적 단서도 아내가 주니, 승리하는 건 착한 마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면서 “매번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인가, 였다. 오택이 가족을 구하려다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되지 않나. 하지만 이 선택 속에서 승리하는 건 선한 마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영화 속 전하고픈 메시지에 대해 전했다.
필 감독은 파트 2에 대한 걱정에 대해 “(파트1 과 는 달리) 이건 온전히 만든 이야기니까. 이 원작의 매력을 가져갈 수 있을까? 싶었다. 컨셉이 다르니까. 굉장히 고민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시청자의 반응은 물론 원작 작가 역시 호평을 받았다고. 필 감독은 원작 작가의 극찬에 “너무 감사하다”라면서 “작가님이 사실 작품에 출연하셨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1화에 보면 오택이 많은 손님을 태운다. 그 손님 중에서 ‘무슨 일 하시나요’라고 물었을 때 ‘만화 그립니다’라고 답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원작 작가님이다. 한번 출연시키고 싶었다. 자기가 만든 이야기에 캐릭터가 운전하는 택시에 타는 게 흥미로울 것 같았는데, 흔쾌히 출연을 승낙하셨다. 작품에는 안 나왔지만, ‘무슨 만화요?’ 하니까 ‘웹툰이요’라면서 대화를 계속했었다. 제목까지 말해서 제가 ‘컷’을 했다. 부산 영화제 때도 오셨다 1, 2화를 극장에서 보고 굉장히 좋아해 주셔서 뿌듯했다. 특히 유연석 씨의 연기에 대해 조커 같았다면서 엄청나게 좋아해 주셨다. 유연석 씨가 ‘조카입니다’라고 받아친 기억이 재미있었다”라고 웃었다.
일명 ‘연기 차력쇼’를 선보인 세 주역 배우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필 감독은 “캐스팅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도 200% 나온 것 같다. 저희는 첫 러브콜한 배우들이 출연해 응해주신 거다. 그때는 ‘이게 맞나?’라는 생각도 할 정도였다. 그 이후로도 배우들과 트러블 한 번도 없었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원작에는 이정은 씨가 없었고, 첫 대본에서는 그 역할이 남자였다. 그런데 자칫 부성애가 모택의 부성애와 겹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작가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 역할을 여성을 바꾸어서 이정은 선배 같은 배우를 캐스팅하면 어떨까?’ 했다. 그때는 ‘배우님이 하시겠어요?’하고 농담으로 넘겼는데, 정말로 응해주셔서 좋았다. 이정은 선배님의 역할을 생각하며 캐릭터를 많이 만들었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또한 “이성민 선배님도 대본에 쓰여 있는 황순규 캐릭터를 보고 ‘이거 정은이네!’라고 하시기도 했다. 그때가 정은 선배님 캐스팅 전이었는데도 그랬다”라면서 “‘오택’ 역할의 이성민 배우님은, 사실 다른 배우를 생각한 적이 없다. 천하의 순둥이 아버지부터, 딸을 잃은 뒤 금혁수를 닮아가며 복수의 화신이 되어가는 엄청난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줘야 했다. 그런 배우는 이성민 배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유연석 씨 경우는, 저는 항상 연석 씨의 다정한 연기도 좋지만, 무언가 서늘함이 항상 좋았다. 언젠가 내가 작품에서 저 이미지를 최대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아주 원 없이 썼다”라고 웃었다.
배우들과의 촬영 비하인드도 전했다. 필 감독은 “연석 씨는 항상 ‘저렇게까지 한다고?’와 같은 과감함이 있었다. 6부에서도 오택 딸의 머리를 가지고 와서 ‘둥가 둥가’를 한다. 너무 놀랐다. 너무나 좋았지만, 할 말이 없고, 무섭기도 했다. 하지 말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더 해보세요 하기도 그랬고, 묘했던 느낌이 있다. 찍으면서도 정말 무서웠다. 장례식장에서도 황순규의 아들을 죽게 만들고 엄마 앞에서 절을 하고 고개를 들며 몰래 보는 그 눈빛에 내가 다 화가 나더라. 저도 모르게 컷을 하고 ‘나쁜 놈!’이라고 해버렸다”라고 웃었다.
이어 “이성민 선배님은 오택을 연기하면서 힘들어하셨다. 선배님이 조금만 화내려 하면 ‘오택이 그러면 안 되죠. 파트 2에서 하세요’라고 했다. 파트 2에서는 오택의 감정이 휘발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다정다감하고, 무서워해하는 모습을 넣었는데, 점점 가면서 말라가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면서 “선배님의 연기가 참 좋았는데, 보면 눈 밑이 파르르 떨린다. 그걸 마그네슘 부족 연기라고 불렀는데, 마치 계산된 거처럼, 쫄지 않으려고 떠는 모습이 정말 제게는 ‘최애’였다”라고 극찬했다.
아쉽게 편집되어야 했던 장면도 언급했다. “1부에서 성민 선배님이 돼지를 안고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사실은 성민 배우가 돼지를 되게 무서워하셨다. 그리고 실제로 보면 돼지 냄새가 엄청나게 난다. 원래 콘티에서는 오택이 돼지에 완전히 덮이는 거였는데, 실제 돼지는 발톱이 너무 날카롭더라. 밟히면 큰일 날 거 같아서 성민 배우님께 ‘돼지를 안아 달라’고 했더니 경기를 일으키셨다. 한번 안고나서 ‘돼지가 너무 뜨겁다’하면서 놀라서 뿌리치시더라”라고 웃으며 “그런데 그때 얼굴이 되게 잘 나왔다. 그렇게 돼지를 싫어하심에도 너무 따뜻하게 잘 연기하셨다. 그때 보면서 ‘막상 안으니까 좋아하시네’ 했는데. 역시 배우는 배우다, 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필감성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차기작으로는 코미디를 생각하고 있다. 다들 놀라시긴 한다”라고 웃으며 “다만 그 안에 스릴러가 없지 않을 거 같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된다. 나는 왜 이럴까,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저는 스릴러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영화 ‘인질’에 이어 연이어서 스릴러를 하게 되었으니 다음 작품에는 다른 길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드라마도 항상 좋아했고, 이번에 정말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드라마 만드시는 분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걸작을 만들어내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드라마를 꼭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운수 오진 날’ 예비 관람객들에게 “평 중에서 ‘오택’의 결정이 조금 답답하다는 걸 봤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시원하게 되갚아주기 때문에, 선배님들의 쟁쟁한 연기를 보시면서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다. ‘5부 보다가 그만두신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6부까지 봐달라’는 평도 있는데, 정말 감사하더라”라고 웃으며 “7부부터는 오택의 다양한 모습이 나오고, 배우들의 명연기를 볼 수 있다는 귀띔을 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운수 오진 날' 파트2는 지난 8일 티빙을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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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티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