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백은 6명, 공격수는 2명? 클린스만이 자초한 '비효율'...아시안컵 최대 변수 될까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2.29 08: 03

전문 센터백은 사실상 6명이지만, 전문 공격수는 2명뿐이다. 위르겐 클린스만(59)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결국 비효율적인 형태로 선수단을 꾸리는 선택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8일 용산 CGV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설 26인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해외파를 포함해 기존에 발탁되던 선수들이 그대로 이름을 올렸다.
가장 큰 관심사는 늘어난 3자리였다. 이번 대회는 기존과 달리 출전 명단이 26인으로 확대됐다. 선수단 운용에 여유가 생긴 만큼,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대표팀 붙박이 공격수였던 황의조(노리치)가 불범촬영혐의로 조사받으며 제외됐기에 공격수 포지션에도 많은 눈길이 갔다.

28일 오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축구대표팀 아시안컵 최종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28 / rumi@osen.co.kr

28일 오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축구대표팀 아시안컵 최종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3.12.28 / rumi@osen.co.kr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에 진출에 성공한 김은중호가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아르헨티나에서 귀국했다.U-20 대표팀 김지수가 환영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3.06.14 /cej@osen.co.kr
[사진] 김주성 / 대한축구협회 제공.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유망주 발탁이었다. 2004년생 중앙 수비수 김지수(브렌트포드)와 2000년생 중앙 수비수 김주성(서울), 그리고 2002년생 윙어 양현준(셀틱)이 이름을 올렸다. 세 명 모두 클린스만호에 승선한 경험이 있는 자원들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기존 23명 대신 26명을 등록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앞으로 한국 축구 미래를 이끌어 갈 선수들에게 기회라고 느꼈다"라며 "김지수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선수다. 사우디아라비아전 이후 계속해서 팔로우했고, 성장 배경도 살폈다. 추가 3명의 선수를 잘 성장시켜야 한다는 논의 끝에 발탁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3옵션 스트라이커를 뽑는 대신 유망주 성장에 집중한 셈이다. 아시안컵은 그가 부임 직후부터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던 중요한 대회다. 그럼에도 귀중한 엔트리를 소모해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택한 것.
사실상 선택 아닌 선택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간 보수적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A매치 친선전에서도 새로운 선수들을 꾸준히 테스트하기보다는 기존 선수들 위주로 조직력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9일 오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2차전 중국과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황의조가 출국장으로 향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1.19  /sunday@osen.co.kr
2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이 열렸다. 후반 한국 오현규가 조규성과 교체돼 피치를 향하고 있다. 2023.03.24 / dreamer@osen.co.kr
공격수 중에서는 황의조,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만 선택을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까 황의조를 대체할 인물을 찾으려면 아예 새로운 얼굴을 뽑아야 하는 상황.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도 한 번도 발탁하지 않은 선수를 아시안컵에 데려가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선택지를 좁힌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포지션 불균형이다. 26명 중 중앙 수비수는 김민재와 김영권, 정승현(이상 울산)에 김지수, 김주성까지 합류하면서 5명이나 된다.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박진섭(전북)까지 포함하면 6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는 미드필더로 분류되긴 했지만, 수비 성향이 큰 선수이기 때문.
반면 전문 공격수는 조규성과 오현규 두 명뿐이다. 지난 10월 A매치와는 정반대 모습이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수를 조규성, 황의조, 오현규 모두 뽑으면서 중앙 수비수를 김민재, 김영권, 정승현 3명만 뽑았다. 하지만 본 무대인 아시안컵에선 오히려 중앙 수비수를 6명 가까이 늘리는 선택을 내리면서까지 공격수 두 명만으로 만족했다.
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베트남의 평가전이 열렸다.후반 대한민국 네 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10.17 /cej@osen.co.kr
28일 오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축구대표팀 아시안컵 최종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이재성, 조규성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3.12.28 / rumi@osen.co.kr
23인도 아니고 26인 명단에서 공격수가 두 명밖에 없는 별난 상황. 클린스만 감독은 "26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부족한 포지션을 메울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라며 "손흥민을 가짜 공격수로 기용할 수 있고, 양 측면에서 능력을 보여줄 선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안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다. 조규성이나 오현규 둘 중 한 명이 부상당하거나 부진에 빠진다면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손흥민 9번 전술은 어디까지나 정통 공격수가 있을 때 변칙적으로 활용 가능한 카드다. 대회 내내 끌고 갈 수 있는 선택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엔 클린스만 감독이 자초한 일이다. 그는 지난 3월 이후 조규성, 황의조, 오현규 체제만을 고집했고, K리그 득점왕 주민규(울산) 등 다른 선수들은 모두 외면했다. 주민규의 플레이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다른 선수를 실험할 수도 있었지만, 클린스만호의 공격진엔 이렇다 할 경쟁이 없었다. 
어찌 됐건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은 역대급 전력과 함께 64년 만의 아시안컵 제패에 도전한다. 클린스만 감독도 "상당히 기대가 많이 된다. 기다려진다"라며 "좋은 성적을 거둬 큰 선물을 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공격진의 변수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소셜 미디어.
[카타르 아시안컵 2023 26인 최종명단]
GK : 김승규(알 샤밥), 조현우(울산), 송범근(쇼난 벨마레)
DF :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 김민재(뮌헨), 김진수(전북), 이기제(수원삼성), 김주성(서울), 김지수(브렌트포드)
MF : 손흥민(토트넘), 이강인(PSG), 박용우(알 아인), 이재성(마인츠), 홍현석(헨트), 황인범(즈베즈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이순민(광주), 문선민, 박진섭(이상 전북), 양현준(셀틱)
FW :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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