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한소희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로 '왜 한소희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여배우 필드에서 1순위 캐스팅으로 손꼽히는 한소희는 이 작품으로 한층 더 넓어진 스펙트럼과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며 그가 가진 이름값을 증명해보였다. 세밀하고 깊은 감정선부터 선 굵은 액션, 시대극에 녹아들면서도 본연의 개성을 잃지 않는 분위기까지. 특히 한소희의 감정선이 극에 달한 장면에서 선보인 오열 연기는 강한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는 평이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 일본 경찰에게서 벚꽃이 지기 전까지 사라진 자신의 애첩을 찾아내지 못하면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을 빼앗겠다는 협박을 받은,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 장태상(박서준)이 만주에서 온 토두꾼 부녀에게 도움을 청하며 주인공들의 본격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토브리그’ 정동윤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강은경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한소희는 극중 토두꾼 윤채옥 역을 맡았다. 이 시리즈에서 윤채옥 캐릭터 목표는 단 하나다. '10년 전 사라진 엄마 찾기'.
어머니와 마주하며 해맑은 웃음을 짓던 한복을 입은 고운 소녀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찾는 10년의 과정에서 닳고 거칠고 혹독해졌다. 처절한 하루하루 속 자신의 삶을 가꿔가는 생명력 강한 독립적인 캐릭터. 하지만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그 집요함 만큼 고난의 상황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먼저 도와주려고 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윤채옥은 한소희를 만나 생생하고 설득력있게 탄생했다.
숱한 미녀들에게도 끔쩍 않던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 장태상이 한 눈에 반할 만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 역시 사로잡은 박서준과의 싸움신 슬로우컷은 회심의 장면으로 불리기 충분하다. 파리한 민낯에 그늘이 있는 얼굴에서도 빛을 발하는 윤채옥의 생동감은 한소희의 아름답고도 개성적인 마스크 덕에 풍부해졌다. 고위직만 출입할 수 있는 옹성병원에 잠입하던 순간, 평소 채옥과는 정반대에 있는 의상으로 장태상의 눈을 낚아 챈 모습은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가장 돋보인 것은 한소희의 극한의 상황에서 펼쳐보이는 눈빛과 감정의 섬세한 변주다. 탐욕으로 얼룩진 옹성병원에 잠입한 윤채옥은 괴물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사라진 어머니에 대해 언급하는 일본군에게 보이는 분노, 의심, 충격 등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빛은 이 시리즈 부제의 하나이기도 한 '혼돈'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괴물을 마주한 순간 목놓아 토해내는 "어머니!"란 외침은 보는 이의 감정까지도 거세게 끝으로 몰아넣는다.
한소희는 MBC '돈꽃', tvN '백일의 낭군님' 등을 거쳐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톱스타 대열에 올라서고 JTBC '알고 있지만'으로 MZ의 아이콘이 됐다,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으로 액션 분야에 대한 감각을 드러냄과 동시에 글로벌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많은 이야기들이 금광처럼 묻혀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강은경 작가의 말처럼 한소희가 배우로서 더 많은 포텐을 금광처럼 묻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한편 27일(한국 시각) 플릭스 패트롤 집계를 보면 ‘경성크리처’는 26일 TV 쇼 부문에서 전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같은 시각을 기준으로 IMDB 집계 결과 10점 만점에 7.2점을 달성했다. 더불어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한소희가 박서준과 함께 우리나라 국권을 강탈한 일제 강점기 배경의 작품에 출연을 결정한 것은 분명 용기 있는 선택이란 점에서도 의미 있다.
7회로 구성된 파트1은 22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파트2는 2024년 1월 5일 공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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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OSEN DB,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