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라’ 이영애 둘러싼 운명의 폭력은 언제 끝날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4.01.08 12: 02

[OSEN=김재동 객원기자] 겉보기에 그녀는 이단아다. 포디움에 흔치 않은 마에스트라라는 점만으로도 그렇다. 거기에 최고의 자리는 손쉽게 마다한다. 대신 해체 위기에 몰린 오케스트라를 맡아 최고로 키워내는 행보만 보인다. 그럴 정도의 능력, 그리고 그에 걸맞는 카리스마로 무장했다. 당연히 워커홀릭이다. 생각의 하나부터 열까지가 자신의 오케스트라만을 지향한다.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의 차세음(이영애 분)은 그런, 시쳇말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캐릭터다. 하지만 그녀 역시 살가죽은 얇고 그 아래엔 찰랑찰랑 피가 흐른다. 뒤늦게 밝혀졌지만 그 당당한 차세음은 평생을 공포에 시달려왔다. 유전자에 담겨있는 레밍턴병의 잔재가 공포의 정체였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불상의 인물이 내뿜는 살의에도 노출됐다. 스코틸라민이란 연구용 독극물에 중독된 것이다. 레밍턴병과 유사한 증상을 초래하는 이 독극물에 중독된 차세음은 연주회 도중 포디움에서 쓰러지고 만다. 누군가 그녀에게 이 독극물을 주입한 것이다. 누굴까?

사실 차세음은 사람을 꽂히게 만드는 인물이다. 그녀에게 꽂힌 사람들이 주변에 널널하다. 우선 유정재(이무생 분)에겐 한 세상 같이 놀기 제일 좋은 사람이 차세음이다. 이혼 소송 중인 남편 김필(김영재 분)에겐 옆에 있어만 줘도 김필을 빛내줄 사람으로 낙점됐다. 한강 필의 악장 이루나(황보름별 분)에겐 입덕의 대상이자 롤모델이고, 남편 김필의 상간녀 이아진(이시원 분)에겐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이유가 바로 차세음이었다. 하다못해 형사 추동식(백성철 분)에게 마저 그녀의 범죄를 기대하게 만드는 피의자의 아우라를 발산하기도 한다.
차세음에게 남편 김필은 잘못 잠근 겉옷 단추 같은 존재다. 프로포즈하며 건넨 ‘Sunflower’란 제목의 빈 악보에 너무 쉽게 감동했다. 김필의 트레이드 마크 다정함은 무능의 다른 말이었고 겸손한 미소는 제 안의 저열함과 뻔뻔함을 감추는 탁월한 위장이었다. 작곡가로서의 한계를 절감한 김필은 차라리 레밍턴병으로 꺾인 천재 지휘자 차세음의 순애보적 남편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한다.
레밍턴병에 대한 공포에 잠식된 채 극단적 선택을 했던 차세음을 살려낸 것은 유정재다. 인생을 유희로 생각하던 유정재에게 차세음과 보낸 청춘의 한 때는 그야말로 화양연화였다. 다시 만나 차세음 주위를 맴돌면서 유정재는 자신의 ‘놀이’에 시나브로 진지함이 덧씌워지는 줄도 모른 채 ‘차세음바라기’에 매몰되고 있다.
이루나는 인생 최악의 시기를 롤모델 차세음을 보며 이겨냈다. 차세음에게 다가가려 유학을 준비하던 차에 차세음이 본인 소속 한강 필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며 ‘성공한 덕후’가 될 수 있었다. 이루나에게 차세음은 신앙이고 사랑이다. 그 도가 지나쳐 위태로워 보일 지경이다. 광신은 때로 파멸적 결과를 빚기도 한다.
이아진은 감성적 인간이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쉽게 받고 그러다보니 고통에 취약하다. 아진에게 내연남 김필의 아내 차세음은 연적이다. 상간녀로서 자신은 괴로운데 차세음은 빛이 난다. 자신의 고통을 전가하고 싶었지만 차세음은 요지부동이다. 김필의 비겁함이 상처주는 것은 차세음이 아닌 자신이라서 부당하게만 느껴진다. 결국 제 모든 괴로움의 원천 차세음을 향해 어불성설의 적의를 활활 태우는 중이다.
이런 주변인들 틈바구니에서 차세음은 억울할 따름이다. 모든 과도한 호의와 적의가 그녀를 가로막는다. 그냥 음악만 하게 해주면 좋을 텐데 세상이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게다가 살의라니. 음악을 사랑하고 오케스트라만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무슨 죽을 죄를 졌다고.
남편 김필이 선물한 향수에서 훼손된 흔적을 발견했다. 중독의 혐의가 김필을 향한다. 그렇든말든 이미 바닥을 드러낸 이 저렴한 인간과는 한순간도 함께 할 수 없다. 기습적으로 이혼을 발표했다.
그에 앞서 유정재를 의심한 것은 과민반응이었다. 김태호(김민규 분)의 핸드폰을 도촬한 이루나도 과했고 그걸 보고 유정재를 찾아가 질타한 차세음도 과했다. “점심은? 내가 말한대로 했어?” “지휘자실에 샌드위치랑 커피 갖다놨어” 이 문구 어디에 독극물 주입을 의심할 여지가 있는 지는 작가에게 묻고 싶은 대목이다. 김태호를 비서로 붙인 것도 차세음을 걱정하는 유정재가 그렇게 욕 먹을 일도 아닌 것 같고.
어쨌거나 차세음이 의심하는 김필이 피습당했다. 누군가와 약속된 듯 한강 둔치에 나갔다가 주사기테러를 당했다. 이아진 차 브레이크 파손- 김봉주(진호은 분) 사망에 이어 또 하나의 중대 사건이 차세음 주변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제야말로 형사 추동식의 활약이 기대된다. 아울러 운명의 폭력에 떨고 있는 차세음의 영혼도 조속히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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