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승현이 '고려 거란 전쟁' 촬영 비하인드와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는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의 배우 지승현 인터뷰가 진행됐다.
‘고려 거란 전쟁’은 공연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2의 새 드라마로,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극 중 흥화진사 양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지승현은 지난 방영된 16회에서 강렬한 전투 후 죽음을 맞이하며 극에서 퇴장했다.
이날 지승현은 "오늘 인터뷰에 오면서도 제 마지막 장면을 봤는데, 연출도 너무 좋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극의 액션이 아니었나 싶어서 뿌듯했다. 보조 출연자분들이 모두 고생해 주셨는데, 장면이 너무 잘 나와서 좋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인기를 예상했냐는 질문에 “대하 사극 아닌가. 어느 정도 사극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좋아하실 거라고만 생각했다. 다만 양규 장군은 잘 모르고 계시지 않나. 저도 작품을 접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그래서 '양규를 잘 알려야겠다.',만 생각했는데, 그 숙제를 제가 잘 해낸 거 같아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캐릭터 연기에 부담감에 대해서는 “없었다. 그저 잘 표현하고 싶었다는 욕심이 컸다. 어떤 연기를 할 때나 해당 배역에 몰입하는데 집중하고, 준비하는데 긴장감은 늘 있다. 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만큼 액션 같은 걸 준비를 많이 해서 전투 장면을 찍을 때 표현만 잘 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양규 장군을 준비한 과정에 대해서도 전했다. 지승현은 "제 안에 양규 같은 마음도 있는데, 그 안에 그걸 최대한 끄집어내려고 했다. 연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상상과 집중이라 생각한다. ‘이 사람이라면 이렇게 했겠다’라고 연기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그걸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라면서 "처음에 양규 장군을 접했을 때는, '정말 이런 사람이 있었어?’ 싶었다. 육천 명이 지키고 있는 성을 천 칠백 명으로 공격한 게 말이 안된다. 사료에는 방법이 안 나와 있었다. 실제 고려사에는 곽주에 별똥별이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어떤 역사학자 분들은 ‘별똥별이 떨어졌을 때 성을 침입했다’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업적을 세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사료가 전체적으로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작가님이 써주신 양규 캐릭터의 기본 틀, 강직함, 승리에 대한 고집 등, 성격과 말투를 생각해서 만들어냈다. 가장 중요한 건, 양규는 전쟁 장면이 많다 보니 ‘하는 척 ’하지 않게끔 연습을 많이 했다. 승마장에 배우들 리스트와 말을 타야 하는 사람은 ‘승마’가 있었는데, 양규 옆에만 ‘정말 잘 타야 함’이 쓰여 있었다. 감독님도 ‘말 타면서 활을 막 쏴야 한다. 연습 많이 해주십시오’ 해서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강조했다.
활시위를 당기는 연기에 대해서는 "활 자체가 무거운 게 아니라, 파운드라고 하는데, 당기는 힘이 힘들다. 각궁으로 제작을 해달라고 했다. 가벼워 보이면 안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양규 장군님은 6균의 활을 당겼다고 하는데, 그게 지금으로 따지면, 약 200 파운드(약 90kg) 정도다. 처음에는 활을 당기기만 해도 팔이 떨렸다"라면서 "전투 장면 연습은 두 달 정도 했고, 활 연습은 전쟁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4~5개월을 했다. 승마도 원래 하긴 했었지만, 1박 2일 씩 집중적으로 연습을 했다"라고 회상했다.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거란 군과의 전투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도 들을 수 있었다. 지승현은 "당시에는 실제 갑옷을 다 부수고 급소를 찌르는 훈련을 많이 했다. 힘들었던 건, 굉장히 많이 맞았다는 거다. 실제로 등이나 어깨 등을 터치를 했어야 했기 때문에 많이 맞았어야 했다. 약 3일 동안 정말 많이 맞아야 했는데, 보람이 있었다"라고 웃으며 "촬영하면서 제 손도 다 터지고 다쳤는데, 지금은 다 아물었다. 사실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다쳤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끝났다. 어제도 감독님이 ‘영하 10도에 그걸 안 했어야 했는데 했네’라고 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액션 촬영이 정말 힘들었다. 드라마 특성상 현장에서 합을 맞춰보는데, 연습을 좀 더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들이 무술팀, 제작팀을 다 불러서 기존에 짜놓은 합을 해보면서 다 같이 조율을 맞춰봤다. 찍고 나니 ‘욕심내길 잘했다’ 싶었다. 제안했을 때도 흔쾌히 오케이 해주셔서 3일 동안 찍을 때 제가 100합을, 김숙흥(주연우 분)이 80합을 했는데, 합 때문에 걱정 없이 감정과 타이밍만 신경 써서 찍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촬영 마지막 날 생일을 맞이하기도 했는데. 이에 지승현은 “그것도 운명적인 거 같다. 원래는 전주에 촬영이 잡혀 있었다. 그때는 날씨도 굉장히 따뜻했었는데, 스케줄이 변경되면서 생일날, 그리고 무지 추운 날 촬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오히려 입김 같은 것들이 처절하게 잘 그려졌다. 저에게도 생일날 죽어서 뜻깊은 죽음이었다. 그간 고생했던 그림이 잘 나올 것 같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마쳐서, 행복하게 생일을 맞이한 거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
지승현이 직접 뽑은 '양규 장군의 명장면'에 대해서는 "감독님의 편집에 놀랐던 장면이 있다. 흥화진 전투가 끝나고 불 화살이 날아오는 걸 지켜보면서 ‘온다’라고 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도 숨이 멎었다. CG가 없이 연기를 한 건데, 그런 그림들이 너무 좋았다"라면서 "또한 6부 끝에 인질로 앞에 끌려 나온 고려인들에게 ‘쏴라’라고 하는데, 대본에는 울지 않았다. 그저 ‘고민한다’였는데, 현장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감독님께 ‘이거 눈물이 나오는데요’라고 하니 ‘신파가 되지 않을까요?’하고 고민하셨다. ‘하지만 전 울 거 같습니다. 울어도 장군처럼 하겠습니다’라고 해서 그 장면을 같이 만들어 나갔다. 더불어 감독님이 ‘눈물이 떨어졌을 때, 눈물을 의식해달라’고 하더라. 평소 울지 않는 양규의 모습을 그 찰나에 보여달라고 하셨다. 이후 그 장면을 보면서 현장이 생각나서 그 엔딩이 너무 좋았다. 편집적인 부분들이 연기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나서 좋았다"라고 떠올렸다.
강렬한 엔딩을 선사하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일각에서는 극 중 빠른 양규 장군의 퇴장에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이 있기도 했다. 이에 지승현은 "사실 촬영을 할 때는 빠른 퇴장이라는 생각을 잘 못했다. 다만 어제 뉴스에서 불러주시고 해서 이제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전혀 아쉽지 않다. 왜냐하면, 보통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정말 그 마음이 든다. 거기에 더해 이번에는 정말 다 한 느낌이다. 한번 뭘 더 한다고 해서 제가 했던 것보다 더 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시원하다. 정말 기분이 좋을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지승현은 빛나는 열연으로 지난 ‘2023 KBS 연기대상’에서 인기상과 우수상 장편 드라마 남자 부문을 수상, 데뷔 18년 만에 첫 수상의 쾌거를 얻기도 했다. 지승현은 수상 소감에 관해 묻자 “너무 당황했다. 정말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리가 안되는 거다. 그냥 나가서 생각나는 대로 말했는데, 내가 받을 상이 아닌데 받은 거 같더라. 평생 인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양규 장군의 캐릭터를 좋아해 주는 거 같아서 뿌듯하긴 했다. 양규 홍보대사로서의 뿌듯함이었다”라고 웃었다.
시상식 비하인드도 들을 수 있었다. ‘2023 KBS 연기대상’에서 '고려 거란 전쟁'은 총 7관왕을 수상하며 인기와 화제성을 모두 입증했던바. "시상 후 '고거전' 팀의 비하인드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승현은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뿐"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아직 드라마 촬영 중이라, 다음 날도 스케줄이 있어서 끝나고 단체 사진 정도 찍었다. 서로 축하의 마음을 전달하고 그랬다. 그게 비하인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당시 시상식에는 김준배(소배압 역)와 김혁(야율융서 역)이 거란족으로 분장한 채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분장 사실을 알았나"라는 질문에 지승현은 "다들 정말 몰랐다. 다들 ‘어? 왜?’ 라는 반응이었다"라고 웃었다. 이어 "그러면서 절 보고 안아 주려 하는데, 야율융서를 밀쳐내야 하나? 고민하긴 했다. 안아드리려 했더니 절 밀쳐내더라"라고 떠올리며 "사실 전 그때 촬영이 모두 끝났을 때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이 컸다. 끝나고 제 뒷자리에 오셔서 노래를 부르시는데, 저도 좀 당황스러웠다. 그만큼 재미있는 그림이었다"라고 전했다.
남다른 화제성으로 인한 주변 반응도 쏟아졌을 터. 지승현은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에 대해 "제 아들 양대춘이 있는데, 극 중에 잠깐 출연했다. 실제 사후에 현종이 양규의 집에 곡식을 하사했다고 한다. 아들인 양대춘에게도 벼슬을 주는데, 나중에도 아버지를 닮아 유능한 사람이었다는 사료가 있다. 그런데 '지승현을 양대춘으로 다시 출연시켜라', '20대로 변신해서 나와라'라는 반응이 있었다. 또 '연인'의 '구원무'를 언급하는 댓글도 재미있었다. ‘원무일때 미워해서 미안하다. 사실은 사랑했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앞서 지승현은 2011년 2살의 연하 아내와 결혼, 슬하에 2명의 딸을 두고 있다. 지승현은 "원래 가족들이 잘 반응을 안 해주는데, 이번에는 인정해 줬다. ‘너무 잘했다’는 문자 같은 것들을 보내주셨고, ‘네 마음속엔 네가 대상이다’라는 이야기도 자주 해주셨다"라면서 "자녀들은 잘 모르는 거 같다. ‘아빠 나오네’ 정도다. 그래도 한번은 자녀들이 화장실에 갔다가 나왔을 때였다. 거울에 습기가 차 있는데, '양규'라고 쓴 후 양옆에 하트를 그려놨더라. 어느 정도의 자부심은 있었던 거 같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지승현은 지난해 '다작'의 한 해를 보냈다. 그는 "'7인의 탈출'은 1월에 촬영이 끝났고, ‘최악의 악’도 초반에 끝났다. ‘형사록2’는 특별출연이었지만 죽었고, 양규 장군님도 돌아가셨고. 정말 많이 죽었다"라고 웃었다. 특히 MBC '연인'에 이어 KBS2 '고려 거란 전쟁'까지, 인기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게 된 지승현은 "생각해 보니, 제가 작품 복이 있는 거 같다"라고 놀라워했다. '잘 될 작품임을 예상했나'라는 질문에 "사실 전 그런 생각을 잘 안 한다. 그저 ‘내가 잘할 수 있을까?’가 고민의 시작이다. 작품을 고른다고 하지만, 저는 고르는 입장이라기보단, 불러주시면 열심히 해보는 입장이다. 그 안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2006년 말에 활동을 시작한 지승현은 지난 2007년 TV 단역을 출연으로 데뷔 18년을 맞이하고 있다. 지승현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저는 정말 단역부터 시작했다. 극 중반부쯤에 나오는 웨이터 같은 역으로 시작을 한 거다. MBC ‘히트’가 제 첫 드라마인데, 그때 마동석 선배와 19부에 나와서 ‘형사님!’ 한마디 하는 역할이었다. 영화 ‘바람’이 나중에 유명해진 후에도 전 계속 단역이었다. 최근에야 비중 있는 역을 맡고 있는데, 그때를 어떻게 버텼는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네 싶다. 최근에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런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간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예전 작품을 챙겨보는 편이 아닌데, 최근에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TV에서 해주시길래 봤다. ‘태양의 후예’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그때는 힘들어서 정말 연기를 포기하려 했다. 사전 제작이라 1년 촬영 후 다음에 방영이 됐는데, 1년 동안 그 작품 하나밖에 없었다. 그게 잘 되어서 (연기를) 다시 하게 된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했던 드라마는 사실 다 기억에 남는다"라면서 "제가 인생 캐릭터는 정말이지 양규다. 제가 숙제를 해낸 거 같다. 양규를 우리나라에 알린 것 자체로도 좋다. 아무래도 올해 중고등학교 자료 화면에 많이 써지지 않을까 싶다. 제가 양규 장군 홍보대사를 자처하겠다"라고 웃었다.
양규를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이 없다.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면서 "촬영하면서도 정말 비하인드가 많았다. 예를 들어 승마 장면을 하다가 큰일 날뻔했다. 로데오를 쳐서 날아가서 떨어질 뻔하기도 했다. 손 분장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기 위해 분장팀 형이 고생했는데, 이런 한분 한분의 노고를 다들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승현은 2024년, 새해를 맞이한 소감에 대해 "작년 소망이 ‘소처럼 일하고 싶다’였는데, 그런 한 해가 되어 감사하다. 올해도 드라마 영화 제작 많이 해서 불러주셨으면 좋겠다. 배우니까, 연기로 인사드리는 게 저의 바람"이라며 "사람 지승현으로서의 목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자기계발서가 많다. <나폴레온 힐 성공의 법칙>과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같은 책이 있는데, 한해 한해 제가 늙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른스러운 건 어떤 것 건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저는 현장에 있는 게 제일 좋다. 그래서 연기를 (제일) 하고 싶다.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차에 타서 현장으로 갈 때. 전 그때가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생각날 거 같다. 실제로도 매니저랑 그런 이야기를 한다. ‘지금이 제일 좋다’고. 작품을 많이 해서 인사를 많이 드리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남은 '고려 거란 전쟁'의 후반부를 지킬 배우들과 시청자들에게 한마디를 전했다. "아마 오늘도 촬영하고 다들 고생 많으신데, 끝까지 다치시는 분들 없이 잘 촬영 마무리되길 바란다"라며 "또 다른 장군들의 반란과 내부적인 갈등과, 현종의 성장, 그리고 최수종 선배님의 귀주 대첩이 남아있다. 특히 그 귀주 대첩은 정말 CG 작업에 몰두했다. 감독님도 ‘탈아시아급 전투 장면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저도 매우 기대가 된다. 시청자 입장에서 지켜볼 테니, 여러분도 끝까지 시청 부탁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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