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선균의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 동료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삭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KBS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윤종신은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이선균은 경찰의 3차 출석 조사를 이어가던 중, 지난해 12월 27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에 윤종신은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함께 자리한 이원태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인의 생전 녹취록을 보도한 KBS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작년 11월 24일 이선균씨 마약 투약 혐의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은 최대한 절제된 것”이라며 “보도에 사용된 녹취는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관련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기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고 이선균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남 소재의 유흥업소 실장 A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만 간이 시약 검사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신체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으며, 고인 역시 마약류인 줄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생전 고인은 A씨 등에게 협박 받아 3억 5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압박감이 컸던 나머지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한 공원에 세워진 차에서 극단적 선택을 감행했다. 이에 연예계는 충격에 빠졌고 그를 사랑한 많은 이들은 여전히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고 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재개정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