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동갑 포수들의 엇갈린 겨울…4년 전 쓴맛 봤던 김태군 '25억' 대박, 김민식은 '25억→5억' 헐값 계약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4.01.16 17: 00

순간의 선택이 엇갈린 겨울을 만들었다.
SSG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FA 포수 김민식(35)과 2년 총액 5억 원(연봉 4억 원, 인센티브 1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김민식은 지난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SG의 전신 SK에 입단한 김민식은 2017년 KIA, 2022년 SSG에서 두 차례 통합 우승을 이끌며 ‘우승 포수’의 명성을 얻었다. 김민식은 계약 체결 이후 “친정팀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기쁘다. 팀 선후배와 함께 다시 한 번 SSG가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계약 소감을 밝혔다.

SSG 김민식 /SSG 랜더스 제공

KIA 김태군 /KIA 타이거즈 제공

이로써 김민식은 FA 계약으로 한시름 놓고 2024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김민식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겨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냉정하지 못한 현실 인식과 판단으로 갈 곳을 잃을 뻔한 위기에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김민식은 C등급 FA로 이적에 제약이 없었고 포수라는 메리트까지 안고 있었다. 여기에 풍부한 경험과 주전 포수로서 우승 커리어까지 갖추고 있었다. A급 매물이라고 볼 수 없었지만 준척급 매물이었다. 무엇보다 보상규정에서 자유로운 C등급 FA라는 게 김민식의 최고 장점이었다. 
사실 김민식이 가장 필요한 구단은 SSG였다.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SSG가 김민식을 가장 필요로 했다. 당장 김민식이 이적하면 주전 포수가 없었다. 인천 토박이 이재원은 자진 방출을 요청하며 한화로 이적했다. 유망주 조형우가 있었고 2차 드래프트에서 박대온과 신범수를 영입했지만 이들에게 한 시즌을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김민식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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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는 지난 2022시즌이 끝나고 김민식과 비FA 다년계약을 추진했다. 25억 수준의 계약을 제시했지만 김민식 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더 나은 가치를 책정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고 FA가 됐다.
그러나 김민식도 갈 곳이 없었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포수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었다. 두산과 LG가 그나마 포수 라인업이 약한 팀이이었지만 주전 포수 자리만큼은 확고했다. 무엇보다 샐러리캡 부담이 있었다. LG는 기존 FA 선수들인 임찬규 김민성 함덕주 등을 잡는 것도 벅찼다. 두산도 양의지라는 주전 포수에 마땅한 백업 포수가 없지만 샐러리캡 상한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팀이었다. 당장 불펜 투수 홍건희와 계약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민식의 퇴로는 SSG밖에 없었던 상황. 여기서 상황이 급박해졌다. SSG는 김민식과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역시 시장에 있었던 포수 이지영과 협상을 벌였고 지난 12일 이지영과 2년 총액 4억 원(연봉 3억5000만원, 인센티브 5000만원)에 영입했다. 김민식 대신 좀 더 경험이 풍부한 이지영을 영입하며 포수 자리를 채웠다. 
김민식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었다. 김재현 단장은 “앞으로도 김민식과 계속 접촉은 할 것이다. 그동안 구단에 공헌도 많이 한 선수다. 포수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라면서도 “그동안 양측의 금액적인 차이가 있었다. 이제는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달라진 기류를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김민식은 1년 전 제안받았던 25억 계약에서 5분의 1 수준인 5억이라는 헐값에 계약을 맺어야 했다. 쓰라리고 추운 겨울일 수밖에 없다.
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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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생 동갑내기로서 올 겨울 시장에서 같은 위치에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김태군(35)은 반면, 김민식과 달리 일찌감치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김태군도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일찌감치 3년 25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대졸로 2012년에 입단한 김민식, 그리고 고졸로 2008년 LG에 입단한 뒤 2013년 NC로 이적 이후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꽃피운 김태군의 커리어는 엇비슷하다. 821경기 타율 2할2푼7리 425안타 24홈런 25타점 OPS .621의 성적을 기록했다. 김태군은 1147경기 타율 2할4푼8리 677안타 25홈런 291타점 OPS .627을 기록했다. ‘스탯티즈’ 기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는 김민식이 2.52, 김태군이 2.44다. 
김태군은 지난 2019시즌이 끝나고 첫 번째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도장을 찍기까지 오랜 시간 고생해야 했다. 당시 김태군은 원 소속팀 NC보다는 롯데의 관심을 받았다. NC는 양의지라는 특A급 포수가 있었기에 관심을 크게 쏟지 않았다. 대신 롯데 측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롯데는 ‘48시간’ 룰을 적용해 초기 제안 이후 더 이상 제안하지 않았다. 김태군 측도 롯데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었다. 
그러자 롯데는 한화와 트레이드로 지시완(당시 개명 전 지성준)을 데려오면서 포수 공백을 채웠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현 시점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롯데의 선택도 실패였지만 김태군 역시도 당시 롯데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FA 미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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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태군은 NC와 4년 최대 13억 원(계약금 1억원, 연봉 총액 8억원, 인센티브 4억원)이라는 시장평가보다는 낮은 금액에 계약을 맺었다. 이후 김태군은 여러 팀의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됐다. 준주전급 포수로는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2시즌을 앞두고 NC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고, 2023시즌 도중에는 삼성에서 KIA로 트레이드 됐다. KIA는 2022년 김민식을 SSG로 트레이드 시킨 이후 포수 문제 해결이 화두로 떠올랐고 결국 김태군을 데려왔다.
김태군을 영입하고 KIA는 한준수라는 젊은 포수의 성장 등까지 더해지면서 포수 라인업이 비교적 탄탄해졌다. 베테랑으로 접어드는 한승택도 있었다. 그러나 김태군이라는 주전급 포수의 존재는 당연히 필요했고 KIA는 망설이지 않았다. 김태군과 비FA 다년계약을 추진했다.
김태군도 4년 전처럼 시장에 무작정 나서지 않았다. 4년 전의 아픔은 현실적인 판단으로 이어졌다. 결국 작년 정규시즌 종료 직전이었던 10월 16일, 3년 총액 25억 원(연봉 총액 20억원, 인센티브 5억원)에 계약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김민식과는 비교되는 선택과 결과가 됐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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