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해줘’가 탄생되기 까지 13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던 배우 정우성이 작품을 세상에 내보인 소감을 전했다.
최근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종영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정우성은 “이토록 집중을 요구한 드라마는 없었다”는 이야기에 “그것까진 생각 못 했는데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며 “육성 언어 연기를 하지 않아서 이렇게 집중을 요구하는 작품이 될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드라마. 1995년 방송된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을 원작으로 한다.
정우성은 이미 오래 전 ‘사랑한다고 말해줘’ 원작을 본 후 판권을 직접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작품을 택한 이유를 묻자 “13년 전 원작 드라마를 봤다.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2부 엔딩에 나오는데, 그 소리가 제 가슴에 와서 찔린것 같은 느낌이었다. 당시 천천히 곱씹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차분히 침묵하면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상실해가고 있을 때니까 그런 개인적인 욕구가 있었던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아니나 다를까 그당시 제작을 하겠다고 하니 방송국에서 ‘주인공이 소리 없이 16부작까지 연기 하면 사람들이 안 본다. 3부 쯤에서 목소리를 트는게 어떠냐’고 하더라. 이걸 제안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요구였다. 이 드라마가 가진 주제가 있는데, 그 시절의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멜로를 한다고 하니 그것만 오케이하고 내용은 다 수정해서 뻔한 길거리 화가와 연극배우를 꿈꾸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만 상상 하는거다. 그래서 ‘아직 안 되는구나’하는 생각에 한번 작품을 놨다”며 “시간이 흘러서 또 제 앞에 이 판권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때도 여기저기 많이 두드렸다. 그러다 지금의 제작사와 만나 몇년간 준비해서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래도 소비되는 드라마의 패턴이나 트렌드를 따른다는 목적 하에서 자꾸 요구되는 것들이 있지 않냐. 사건이 많아야한다, 갈등이 많아야한다. 그런데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관계 속에서 갈등은 입장차로 인한 것이고, 서로의 감정에 부합하지 못하는 나의 의견을 발견하는게 커다란 사건이다. 그 안에서 소통 방식, 음성 언어를 쓰고있는 우리간의 소통의 진지함, 깊이는 정당한가 그런 여러 요소를 담고 있는 드라마여서 그건 훼손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지켜나가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윤진 연출을 만나고 신현빈 배우를 만나면서 그런 방향성에 동의와 서로에 대한 믿음, 신뢰 이런걸 계속해서 확인했다. 대본이 나오고 회의를 할 때도 ‘좀 더 재밌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보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어울리는 감정이 무엇일까를 계속해서 찾아갔던 작업의 연속이었다. 끝까지 그걸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런게 시청자분들께 전달이 잘 된 것 같아서 다행이고 기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매력 포인트를 짚었다.
수어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작중 차진우는 청각장애인인 만큼, 정우성은 내레이션을 제외하고는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만 대화를 주고받아야 했다. 그는 “아무래도 소리에 반응하는걸 배제하는 게 가장 첫번째 였다. 수어는 당연히 내가 가져가야하는 새로운 언어였고, 진우의 표정은 절제해야겠다는 계산을 넣었다”며 “저보다는 기현(허준석 분)이나 서경(김지현 분) 같이 말을 하면서 수어를 하는 게 정말 어려운 연기였다. 수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어순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더 큰 고생을 한 연기였다. 저는 그냥 글로 작성된 대사를 수어로 바꿔서 배우고, 이 대사를 수어 표현법에 맞게 바꾸거나 삭제한 뒤 다시 대사를 외우고 연기하면 됐다”고 전했다.
작중 차진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탓에 여러번 오해의 상황에 처해야 했다. 정우성은 “다수가 공유하는 소리가 배제된 상황에서 생활하는 진우는 오해받을 여지가 더 많다. 하지만 같은 음성 언어를 쓰는 우리들 간에도 얼마나 말도안되는 오해가 많냐. 사실 어떻게 보면 진우의 청각장애는 은유라는 생각을 한다. 남녀간의, 이성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간의 소통을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가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농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큼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는 자막의 비중이 높다. 정우성은 “(수어 장면에) 목소리를 함께 담자고 하는 의견은 연출을 통해 잠깐 들었는데 심각하게 논의되진 않았다. 어느 순간 의도치 않게 우리 사회에서 모든 영상에 자막을 달고, 자막으로 상황을 인지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자막으로 전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여도 되겠구나 싶더라”라고 말했다.
정우성은 작품 전반에 깔린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집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 드라마는 고요 안에 있는 차진우라는 인물을 다루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적일때의 작은 소리의 크기는 정말 세심하지 않나.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소리가 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지나가는 차의 소리, 화단에서 울고 있는 풀벌레 소리,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 소리가 담긴 드라마를 볼때 좋더라. 우리 드라마는 그래야한다고 연출에게도 계속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또 차진우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차진우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보다는 현재의 세상과, 앞에 있는 대상과의 관계를 유지할때의 마음가짐은 어떨지를 생각했다. 차진우는 지나간 감정도 놓지 않고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팠다고 해서 버리지 않고, 갖고있다고 해서 그에 연연하려고 하지 않은 채 간직하려 한다. 순간 순간 앞에 오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상은 규정짓기 바쁘다. 뭐가 맞고, 틀린지, 어느게 좋고, 싫은지 이분법적 사고로 계속해서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지 않냐. 그러다 보면 온전한 개인의 삶은 사라진다. 시간도 없어서 쫓기고, 빨리 답을 내서 밝혀야될것 같고.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담고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고민이 배우나 제작사로서 작품에 임 할때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질문에 “문제 의식만을 가지고 작품에 다가갈 수는 없다. 저도 인간이고, 제 사고가 프로젝트에 반영될 수밖에 없으니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영향을 조금씩 미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문제 의식을 알리고 세상과 공유해야한다는 책임의식으로 작품을 대하진 않는다. 그럴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정보가 됐든, 책이 됐든, 음악이 됐든, 그림이 됐든 사고의 확장이지 않나. 그걸 주면서 ‘모든 사람이 이걸보고 내가 원하는 이 느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1994년 영화 ‘구미호’를 통해 데뷔한 정우성은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열일행보를 이어왔던 그는 “이제 쉬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사랑한다고 말해줘’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바로 ‘서울의 봄’ 개봉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었다는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방송 됐을때 ‘이제 쉬어야된다’ 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오랫동안 인연을 갖고있던 작품을 제작해서 온에어 하고 나니 하나의 숙제를 해결한 느낌이 들었다. 챕터 하나를 끝낸 기분”이라고 한층 후련해진 마음을 드러냈다.
이런 시점에 ‘서울의 봄’까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정우성은 데뷔 30년만에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에 정우성은 “부담이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천만은 ‘서울의 봄’이 한거지 제가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영화계가 건전하고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300만에서 500만 관객 영화가 많아야한다. 그런데 오히려 300만, 500만 짜리 영화를 만들기 힘들어진 생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천만이라는 로또가 당첨되는 마음으로 계속 영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지 않냐”고 씁쓸한 현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쉬면서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정우성은 “운동을 좀 다시 시작하고 싶다. 체력이 너무 없어졌다. 또 제가 취미를 다 포기해서 잡기가 없다. 하도 배우들이 골프를 많이 치니 나도 배워볼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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