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형 따라잡으려고…" 한화에도 '마그넷 최' 있다, 가족 여행을 한 번도 안 간 '독종'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1.21 08: 40

“최씨가 많이 맞는 것 같다.”
‘몸에 맞는 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역시 최정(SSG)이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19시즌 통산 사구가 328개로 KBO리그를 넘어 전 세계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이 공에 맞았다. 자석처럼 몸에 공이 붙는다는 의미에서 ‘마그넷(Magnet) 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화에도 최정처럼 공에 잘 맞는 선수가 있다. 최정과 같은 최씨 성을 가진 포수 최재훈(35)이다. 통산 사구 133개로 역대 공동 13위인 최재훈은 현역 선수 중 최정, 양의지(두산·163개), 강민호(삼성·154개) 다음으로 많이 맞았다. 타석당 사구로 따지면 최재훈(24.7타석)이 최정(27.1타석), 양의지(33.6타석), 강민호(53.6타석)를 능가한다. 

한화 최재훈이 6회초 2사 2루 NC 와이드너의 투구에 허벅지를 맞고 있다. 2023.06.23 / foto0307@osen.co.kr

한화 최재훈. 2023.06.14 / foto0307@osen.co.kr

한화로 이적한 2017년부터 최근 7년간 사구는 109개로 최정(144개)에 이어 2위. 2022년 21개, 지난해 23개로 최근 2년 연속 사구 20개를 넘겼다. 시즌 중에는 공에 맞은 자국과 멍이 몸 곳곳에 선명했다. 아찔한 사구가 여러 번 있었지만 최재훈은 큰 부상 없이 2017년부터 7시즌을 풀타임으로 보냈다. 
한화 최재훈이 두산 최승용의 공에 몸을 맞고 있다. 2023.05.03 / dreamer@osen.co.kr
롯데 유강남이 4회초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는 한화 최재훈을 위로하고 있다. 2023.04.26 / foto0307@osen.co.kr
갈수록 늘어나는 사구에 대해 최재훈은 “최씨가 많이 맞는 것 같다. 정이형을 따라잡으려고 한다. 나도 마그넷 최”라며 웃은 뒤 “맞아서라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공을 안 피하게 된다. 선배로서 맞고서라도 출루하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다”며 “올해도 출루율을 높여 다음 타자들이 편하게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20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44명 중 출루율 10위(.384)에 오를 정도로 최재훈은 출루 능력이 뛰어난 포수다. 포수 중에선 양의지(.405) 다음 2위. 볼을 잘 골라내 2021년 시즌 중반부터 2번타자로 테이블세터를 맡기도 했던 그는 공에 맞는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출루형 포수’로 거듭났다. 
최재훈의 독종 마인드는 가족 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7년 결혼한 뒤 슬하에 아들, 딸을 둔 최재훈이지만 신혼 여행을 포함해 가족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야구를 쭉 잘한 것도 아니었고, 연봉도 낮았다. 비시즌이라도 운동 열심히 해서 야구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라고 하지만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화 최재훈. 2023.04.08 /jpnews@osen.co.kr
한화 최재훈. 2023.04.27 / foto0307@osen.co.kr
한화에 오기 전까지 두산에서 양의지의 그늘에 가린 백업으로 야구에 목마른 시절이 있었다. 2021년 시즌 후 5년 54억원으로 FA 대박을 터뜨린 뒤에도 최재훈의 마인드는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 야구할 날이 길지 않다. 마지막까지 야구에 집중한 뒤 (은퇴하고) 편하게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는 것이 최재훈의 진심이다. 멀리 여행을 가진 않지만 집이나 키즈 카페 등 일상 속에서 최대한 많이 아이들과 놀아주며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 
새 시즌을 앞두고 한화에는 안치홍, 김강민, 이재원 등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그동안 고참 선수로서 부담감이 적지 않았던 최재훈은 “FA 계약 이후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컸다. 선배들도 많지 않아 이야기할 사람도 적었다”며 돌아본 뒤 “힘들 때 끌어줄 수 있는 좋은 선배들이 있어야 어린 선수들도 성장할 수 있다. 많은 베테랑들이 오면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후배들이 좋은 것을 보고 뺏어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같은 포수 포지션에 2년 선배 이재원이 들어온 게 반갑다. 최재훈은 “우리 팀 포수 중 내 나이 또래가 없어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재원이형은 주전으로 우승을 여러 번 해본 포수다. 우리 어린 포수들뿐만 아니라 나도 재원이형의 좋은 것들을 보고 배우며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며 “개인적인 목표도 있지만 팀이 올라가야 한다. 다른 팀들이 얕잡아볼 수 없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한화 만나면 무섭다’ 이런 생각이 들게끔 해야 어린 선수들도 더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다. 올해 가을야구를 목표로 내년, 내후년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싶다”는 말로 한화의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
한화 최재훈. 2023.05.16 / dreamer@osen.co.kr
한화 최재훈.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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