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가야하는데 구치소 대기라니...KIA 창단 최악의 사태로 막내린 '김앤장' 체제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4.01.30 11: 06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의 체제는 비극이었다.
2021시즌을 마치자 KIA 타이거즈에 대격진이 일어났다. 창단 이후 최초로 9위라는 성적을 기록했고 팬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모그룹은 초유의 조치를 내렸다. 이화원 구단 대표이사, 조계현 단장과 외국인 감독 맷 윌리엄스를 모두 해임했다. 사장, 감독, 단장이 한꺼번에 물러난 것이다. 새 바람을 불어넣을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그룹은 최준영 대표이사를 선임해 새로운 체제를 꾸리도록 했다. 최 대표는 한 달 넘게 공을 들여 장정석 단장을 선임했다. 이어 김종국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의 알만한 인물들이 인터뷰를 했다. 당시 야인이었던 현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도 인터뷰를 했다. 단장후보라는 말에 부임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정석 단장이 김종국 감독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OSEN DB

30일 오전 KIA 타이거즈의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를 위해 서울지방법원으로 출석했다.KIA 김종국 전 감독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4.01.30 / rumi@osen.co.kr

30일 오전 KIA 타이거즈의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를 위해 서울지방법원으로 출석했다.장정석 전 단장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4.01.30 / rumi@osen.co.kr
장 전 단장의 부임은 의외였다. KIA에서 3년 동안 뛰었지만 타이거즈와의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현대와 넥센의 인물이었다. 매니저, 운영팀장을 지냈고 이장석 구단주의 신임을 받아 감독으로 전격 부임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실적을 냈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가 왜 타이거즈 단장을 맡게 됐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았다. 
김종국 감독은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26년 동안 주전선수와 코치로 타이거즈에 기여했고 윌리엄스 감독 체제에서는 수석코치까지 경험을 쌓았다. 26년 원클럽맨으로 역량도 갖췄다는 내부 평가를 받아 감독으로 부임했다. 새로운 체제에 걸맞는 인물이었다. "지속가능한 강팀을 만들고 재임기간 중에 꼭 우승을 하겠다"는 취임 포부를 밝혔다. 
장정석 전 단장./OSEN DB
김종국 전 감독./OSEN DB
그만큼 전력이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성적은 5할 승률에 실패한 턱걸이 5위였다.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하고 하루짜리 가을이 됐다. FA 자금 253억원, 선수와 현금 및 지명권까지 내누는 출혈 트레이드를 감수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고 팬들의 원성을 들어야 한다.  
문제는 스토브리그에서 터졌다. 시즌 중 포수 박동원과 비FA 다년 계약 협상이 틀어졌다. 시즌을 마치고 FA 협상을 벌였지만 이상하게도 타결소식을 들리지 않았다. 결국 박동원은 65억 원을 베팅한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당장 포수전력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또 키움과 협상을 벌여 황급하게 지명권을 내주고 주효상을 영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승택-주효상 포수 체제로 시즌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김종국 전 감독./OSEN DB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마친 가운데 2023 시즌 개막을 앞두고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박동원이 선수협회에 장 단장이 협상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녹취록을 넘긴 것이다. 선수협회는 녹취록을 KIA 모그룹으로 제보했다. 구단은 사실을 확인하고 즉각 해임을 결정했다. 초유의 단장 뒷돈 요구설로 구단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KBO는 자체조사를 벌였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KIA는 장 단장 후임으로 심재학 단장을 선임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종국 감독은 2023시즌을 도모했지만 결과는 6위였다. 최형우의 완벽한 부활과 나성범 김도영의 복귀를 앞세워 한때 9연승을 달리며 2위까지 넘봤다. 그러나 주전들의 줄부상이 이어지며 주저앉았다. 부상이 큰 원인이었지만 경기 운영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부 팬들은 김종국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구단은 김종국 감독에게 임기를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김종국 감독은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알차게 마치고 귀국했다. 그때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장 전 단장을 수사하던 검찰이 김 감독까지 수사선상에 올린 것이다. 장 전 단장의 수사 과정에서 김 감독의 금품수수 혐의를 포착한 것이다. 김 감독도 압수수색을 펼친 끝에 상당한 액수를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수차례 조사를 받았다. 
김종국 전 감독./OSEN DB
급기야 지난 28일 검찰 수사 사실을 인지한 구단은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은 모 업체로부터 선수 유니폼 견장 및 구장 광고 등을 하기위한 청탁 댓가로 보고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수사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 구단은 하룻 만에 초유의 감독 구속영장 청구까지 당하자 품위손상을 이유로 전격 해임했다. 김 감독은 격려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청탁 댓가인지 격려금인지 돈의 성격을 두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감독은 30일 영장실질심사후 구치소에서 대기한다. 캠프에 가야할 수장이 구치소에서 대기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결국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 체제는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구단의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 구단은 김감독 해임 발표와 함께 사과문도 게재했다.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