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분 혈투' 어려운 길 자초한 클린스만, 그의 마지막 스리백은 '페북 사임' 직전 경기...끝내 포백 전환으로 득점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4.01.31 07: 32

4년 만에 꺼내 든 스리백 전술, 실패로 돌아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대결에서 승부차기 혈투 끝에 4-2로 승리했다.
한국은 후반전 시작 33초 만에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극적인 대회 마수걸이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사진] 헤르타 BSC 시절 클린스만 감독 /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장전을 득점 없이 1-1로 마친 뒤, 한국은 승부차기서 조현우의 빛나는 2회 선방으로 8강에 올랐다.
그야말로 극적인 8강 진출이다. 한국은 후반전 시작 33초 만에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극적인 대회 마수걸이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1-1로 돌입한 운명의 승부차기. 수문장 조현우가 펄펄 날았다. 그는 상대 3번 키커 사미 알나헤이와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로써 한국은 혈투 끝에 8개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1992년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뒤 언제나 8강 무대는 밟아왔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향한 여정도 계속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 이후부터 언제나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라고 공언했다. 클린스만호의 도전은 16강에서 꺾일 뻔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우승 희망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오는 2월 3일 8강 무대에서 호주와 맞대결을 펼친다.
좋은 게 좋은거라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클린스만 감독의 '깜짝' 스리백 전술이다.
이 경기 클린스만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정우영-손흥민-이강인이 최전방에서 득점을 노렸고 황인범-이재성이 중원에 자리했다. 설영우-김태환이 양쪽 윙백에 나섰고 김영권-김민재-정승현이 중앙 수비에 섰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그는 부임 이후 4-3-3, 혹은 4-1-4-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선 모두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정말 갑자기 꺼내 든 3-4-3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뒤로 중앙 수비수 세 명을 배치하는 전술은 단 한 번도 꺼낸 적 없다. 
어째든 8강에 올랐지만, 경기 내용은 좋지 못했다. 전반전 사우디와 펼친 탐색전에선 중원 장악력에서 밀리면서 주도권을 내줬다. 사우디가 때리고 한국이 막는 구도였다.
위기도 있었다. 전반 41분 알셰흐리의 헤더가 골대를 때린 뒤 라자미의 헤더로 이어졌고 다시 골대를 강타했다. 살렘 알다우사리가 다시 슈팅했으나 이번에 김민재가 어렵게 쳐냈다. 그야말로 '골대 신'이 구한 장면이었다.
전반전을 0-0으로 버틴 한국은 후반 시작 직후 실점하며 이후 경기를 아주 어렵게 풀어나갔다.
조규성의 종료 직전 헤더골로 연장전으로 향한 클린스만호지만, 스리백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그는 후반 19분 한국은 이재성을 조규성으로 정승현을 박용우로 바꿔주며 포백으로 전환했다.
경기 종료 후 클린스만 감독은 "실점하고 나서 변화를 가져가기 위해 수비수를 빼고 원래 사용하던 포백으로 돌아갔다"라며 전술 변화의 이유를 밝혔다.
사실 클린스만은 스리백 전술과 거리가 먼 감독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중앙 수비수 세 명을 기용한 경기는 지난 2020년 2월 8일 치른 헤르타 BSC 베를린과 FSV 마인츠 05의 분데스리가 경기였다.
[사진] 폿몹 캡처
당시 헤르타의 감독이었던 클린스만은 1-3으로 패배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 경기 3일 뒤인 2월 11일 클린스만 감독은 구단과 상의도 없이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단독으로 사임 결정을 발표했다.
한국은 8강에 진출하며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완파한 호주와 맞붙게 됐다. 호주는 아시아의 강호 중 하나로 선수 대부분이 서양인이다. 유럽 선수들의 체구를 가진 상대와 맞서야 하는 상황, 클린스만호는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가면서 체력을 모두 소진했다.
어찌저찌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며 우승을 향한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감독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다. /reccos2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