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연봉' 만치니 감독, 뜬금없이 '조기 퇴근'→조국 이탈리아도 조롱... "분노하며 나갔다. 사우디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겠나?"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4.01.31 08: 11

 '세계 최고 연봉' 사우디아라비아의 로베르토 만치니(59) 감독이 '조기 퇴근' 무례를 범하며 조롱을 자초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사우디와 맞대결에서 연장 120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한국은 후반전 시작 33초 만에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극적인 대회 마수걸이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사진] 비인스포츠 트위터 캡처.

그리고 1-1로 돌입한 운명의 승부차기. 수문장 조현우가 펄펄 날았다. 그는 상대 3번 키커 사미 알나헤이와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로써 한국은 혈투 끝에 8개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1992년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뒤 언제나 8강 무대는 밟아왔다.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집념으로 희망을 이어가면서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향한 여정을 계속해 나가게 됐다.
조현우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페널티킥을 막아내고 있다. 2024.01.31 / jpnews.osen.co.kr
대표팀 선수들이 조현우와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4.01.31 / jpnews.osen.co.kr
사우디아라비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2024.01.31 / jpnews.osen.co.kr
이날 '조현우의 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는 사우디의 3번 키커 사미 알 나지와 4번 가리브의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사우디로서는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막판을 견디지 못한 데 이어 피말리는 승부차기에서 무릎 꿇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심지어 사우디는 희대의 장면을 만들어 냈다. 만치니 감독이 '조기 퇴장'한 것.
사우디가 선공이었기에 한국의 4번 키커가 성공시키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 360억으로 축구 감독 최고의 연봉을 받고 있는 만치니 감독은 한국 키커의 승부차기 성공 여부는 볼 것도 없다는 듯 클린스만 감독과 악수 대신 먼저 칼퇴근하는 무례를 범했다.
만치니 감독은 경기 후 '비인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 4번 키커가 실축하면서 승부차기의 결과가 나온 지 알았다. 그래서 나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랜시간 축구 감독을 해온 그이기에 변명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국전 패배에 대해선 "우리는 세계 최고의 팀 중에 하나인 한국 상대로 멋진 승부를 펼쳤다"라며 씁쓸해했다. 
[사진]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 소셜미디어 계정.
[사진]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 소셜미디어 계정.
만치니 감독은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SAFF)와 2027년까지 4년 계약을 맺었다. 
SAFF는 만치니 감독의 상세한 계약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대 2500만 유로(약 360억 원)의 계약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천문학적인 액수다. 
만치니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으로 평가받아 왔다.
2001년 이탈리아 피오렌티나를 통해 지도자 생활 첫 발을 내디딘 그는 라치오~인터 밀란(이상 이탈리아)~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러시아)를 차례로 이끌었다. 이탈리아 대표팀도 역임했다.
그는 화려한 결과를 남겼다. 피오렌티나 부임 첫 시즌 팀을 코파 이탈리아 우승으로 견인한 만치니 감독은 인터밀란 시절 땐 이탈리아 세리에A 3연패, 코파 이탈리아 2연패 등을 달성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여러 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 그중 하나가 오르기 힘들다고 소문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이다. 2011-2012시즌 때 달성했다. 칼라타사라이에서도 그는 튀르키예 컵대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8년부터는 이탈리아 사령탑으로 활동한 만치니 감독은 2020년 유로2020 우승을 일궈냈다. 조국을 무려 52년 만에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후 지난 8월 13일 자리에 물러난 그는 약 2주 뒤 사우디 지휘봉을 잡으며 새 출발을 알렸다. 
만치니 감독은 부임한 날부터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다.
사우디는 아시안컵 3회 우승 경력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우승이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때다. 27년 만의 아시아 정상 자리를 만치니 감독은 정조준했으나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국가대표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귀 기울이고 있다. 2024.01.29 / jpnews.osen.co.kr
만치니 감독의 무례함을 본 영국 매체 '토크스포츠'는 "사우디의 아시안컵 탈락 이후 만치니 감독이 사우디를 성공적으로 이끌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번 사건으로 신뢰를 잃을 수 있단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의 조국 매체인 '풋볼이탈리아'도 "만치니 감독은 한국에 패하자 승부차기 도중 분노하며 돌진했다"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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