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가라앉으면 망해" 사라진 감독→참담한 출국길…150억 캡틴은 가시밭길 어떻게 극복할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4.01.31 17: 40

KIA는 스프링캠프 시작 전부터 사법리스크에 휩싸였다. 사령탑을 맡고 있었던 김종국 감독이 지난 28일,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직무정지를 당했다. 이튿날인 29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이 김 감독을 장정석 전 단장과 함께 배임수재 혐의를 들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결국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진 이후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고 공식발표했다.  
배임수재는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적용되는 죄목이다. 김 감독과 장 전 단장은 KIA 타이거즈의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각각 1억원대,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KIA 타이거즈와 후원 협약을 맺는 것 등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에 걸쳐 김 감독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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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난 30일 오후 늦게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영장심질심사를 진행한 유창훈 판사는 “금품수수 시기 이전의 구단에 대한 광고 후원 실태, 본건 후원 업체의 광고 후원 내역, 시기 등 일련의 후원 과정 및 피의자의 관여 행위 등을 관련자 진술에 비춰볼 때 수수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혐의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된 점, 물의를 야기한 책임을 통감하는 피의자들의 심문 태도, 피의자들의 경력 등에 의할 때 증거 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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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에는 코칭스태프가, 30일에는 선수단이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를 출국해야 하는데 감독이 비위행위로 해임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최악의 방향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스프링캠프 출국길의 풍경은 설렘과 긴장, 기대감이 엿보이면서 또 비장하다. 그런데 KIA의 스프링캠프 출국길은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김 전 감독 대신 코칭스태프의 수장으로 취재진 앞에 선 진갑용 수석코치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감독 부재 상황 속에서 선수들은 진갑용 수석코치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진 코치는 모든 부담감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진 코치는 “나도 언론을 통해서 소식을 접했다.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닥쳤다. 아직 마음의 준비는 안돼있다”라고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심재학)단장님과 만나서 얘기했는데 책임자로서 책임을 느끼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지만 내가 책임자라고 생각한다. 코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잘 준비하겠다. 선수들도 많이 놀랐을 것이니 동요하지 말고 우리 운동을 하자고 선수들에게 얘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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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스태프가 선수단을 잘 다독이고 수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동요를 막을 수는 없다. 동요가 안 될 수도 없는 상황. 그렇기에 이번 스프링캠프는 선수단과 더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주장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올해 이적 3년차를 맞이하면서 KIA의 주장 중책을 맡은 나성범에게는 주장 부임과 동시에 가시밭길이 열리게 됐다. 
나성범은 지난 30일 출국길에서 "생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선수들이 오늘에야 모였다. 그전에 각자 훈련하느라 만남도 없었다.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도 없다. 아마 스프링캠프에 가면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선수단과 머리를 맞대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리고“선수들이 달라진 것은 없을 것이다. 선수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다. 우리는 준비한 대로 스프링캠프에서 야구하는데 집중하겠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 좋은 성적으로 선물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의 참담한 분위기가 계속되면 시즌 내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좋은 흐름이 반드시 성적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안 좋은 분위기와 흐름은 시즌 내내 부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마저 가라앉는다면 한 시즌이 망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나성범이다.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하고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그는 “너무 분위기가 이러니까 선수들마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동요되는 선수도 있을 것 같다. 고개 숙이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미리 미팅을 가지고 ‘너무 동요하지 말자. 우리는 준비한대로 출발할거다. 준비한대로 하면 되니까 시즌 준비를 잘하자’라고 당부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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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은 선수단의 새로운 수장이 정해질 때까지 선수단을 잘 다독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길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빠르게 감독 선임이 되는 것이 상황을 수습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나성범은 “한 시즌을 시작하는 시점인데 웃고 좋은 분위기에서 하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조금 어두울 수밖에 없다”라면서 “그렇지만 선수들이 너무 고개를 숙이고 침울한 것보다는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누가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오셔서 팀을 다시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구단에 빠른 감독 선임을 촉구했다.
과연 KIA는 지금의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나성범의 어깨에 그동안 체감할 수 없었던 짐이 얹어져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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