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A씨의 일부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정서 학대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교사로서 피해 아동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짜증 섞인 태도로 정서적으로 학대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 “부모와 교사 간의 대립으로 비치질 않길”
6개월 만에 라이브 방송으로 시청자 앞에 선 주호민. 그는 “어마어마한 비난이 쏟아졌다. 서이초 사건으로 인해 교권 이슈가 엄청 뜨거워진 상황에서 민감도가 엄청 올라가고 그 사건과 엮이며 완전 갑질 부모가 됐다. 그런 상황에서 아내에게 비난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다”며 “어떤 해명을 해도 들어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6페이지 짜리 입장문을 내면 60페이지 짜리 욕이 돌아왔다”고 그간의 심적 고충을 밝혔다.
주호민은 이번 판결에 대해 “자기 자식이 학대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부모로서는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다.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다”라며 “얼마 전 대법원에서 ‘몰래 한 녹음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해 굉장히 우려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특히 주호민은 이번 사건과 판결이 부모와 특수교사들 간의 대립으로 비치질 않길 바란다는 마음이다. 그는 “둘은 끝까지 협력해서 아이들을 키워나가야 하는 존재”라며 “특수교사 선생님들의 사정을 보면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가중된 스트레스가 있었고 특수반도 과밀학급이어서 제도적 미비함이 겹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학교나 교육청에서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는데 여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주호민은 “아이가 있던 특수학급은 선생님이 그렇게 되면서 부재중인 상태다. 선생님이 오시긴 했는데 기간제 교사만 올 수 있었나 보다. 15개월 동안 7번이나 선생님이 바뀌었다고 한다. 자폐아들은 선생님과 유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돼서 아이들도 부모님도 힘들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 “특수교육까지 파괴했다”
반면 이번 판결로 특수교육 뿐만 아니라 교단에 선 선생님들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몰래 녹음한 내용이 증거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번 사건과 판결로 인해 선생님들이 생활 지도를 더 하기 어려워지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파괴왕’ 주호민이 특수교육을 넘어 공교육까지 파괴했다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우려를 전했다. 임 교육감은 “여러 상황을 감안해 선고한 것은 이해하지만, 궁극적으로 유죄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이번 판결은 경기도의 사건이지만 대한민국 특수교육 전체에 후폭풍을 가지고 올 수 밖에 없다.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참아가며 버텨온 선생님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되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박에 없다. 교육현장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라는 한탄의 말이 들린다. 특수학급 뿐만 아니라 장애 학생과 일반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을 맡지 않으려는 선생님들의 기피 현상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교육을 더 이상 확대하기 어려워지면, 특수학생이 받는 공교육 혜택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특수학생과 그 가정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특수교사로서의 사명감과 선생님‧학생‧학부모 간의 신뢰감으로 유지해온 현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특수교사 A씨 측은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A씨 측은 “몰래 녹음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증거 능력을 인정했는데 경기도교육청 고문 변호사로서 재판부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 몰래 녹음에 대해 유죄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교육청에서는 수업 시간에 몰래 녹음한 부분에 대해 증거 능력이 없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린 만큼 앞으로 차분하게 항소심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