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사인 1번만 보고 바로 던졌는데 4초 남는다” 피치클락 큰 변수…캠프 현장, 걱정 한가득 [오!쎈 스코츠데일]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4.02.03 06: 00

 LG 트윈스가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인디언 스쿨 파크의 베이스볼필드. 그라운드 한쪽의 불펜에는 대형 초시계가 설치돼 있다. 
LG 관계자는 “서울에서 피치클락용 초시계 3대를 가져왔다”며 “투수들이 불펜 피칭을 할 때부터 피치클락에 대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피치클락은 지난해 메이저리그가 도입해 경기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KBO는 올 시즌 전반기 KBO리그에서 피치클락을 시범운영하고, 퓨처스리그에서는 곧바로 정식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가 진행됐다.LG 손주영의 불펜 피칭 때 피치 클락에 대비한 타이머가 작동되고 있다. 2024.02.02 /sunday@osen.co.kr

이날 손주영이 LG 선수로는 가장 먼저 불펜 피칭을 했다. 혼자 불펜 피칭을 한 것. 손주영이 불펜 피칭을 준비하자 LG 운영팀은 포수 옆쪽에 초시계를 설치했다. 
직원 한 명이 리모콘을 들고서 손주영이 포수로부터 공을 받으면 리셋 버튼을 눌러서 18초를 설정했다. LG 관계자는 “누군가 리모콘을 눌러 일일이 리셋시켜야 한다”며 “피치클락이 도입되면 KBO에서 경기장 마다 따로 계측원을 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가 진행됐다.LG 손주영이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2024.02.01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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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투수코치가 옆에서 손주영의 피칭을 지켜보면서, 포수에게 한 차례 사인을 내고 던지게끔 했다. 김 코치는 “사인 1번 보고 바로 던졌는데 4초 남는다”며 “사인 2~3번 바꾸면 18초가 금방 지나가겠다”고 걱정했다. 
운영팀 직원은 “투수가 로진을 만지는데도 시간이 흐른다. 로진을 마운드에 두고서 집는 것보다 뒷주머니에 넣고서 만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시간단축 의견을 내기도 했다. 
투수와 포수가 사인 교환을 하는 것이 가장 걱정일 듯. 김 코치는 “불펜 투수는 2~3개 구종을 던지는 편이지만, 선발 투수는 4~5개 구종까지 던진다. 사인 교환에 선발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피치클락 준비에 대해 묻자 “사인 2~3번 바꾸면 시간이 오버 될 거 같더라”고 말했다. 시즌을 준비하는 각 팀 투수들에게 큰 과제가 추가됐다.  
“연차가 젊은 투수는 포수의 사인 리드대로 던지는 편이지만, 투수가 주도적으로 사인을 정하는 선수는 피치클락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만약 1~2초 남겨두고 사인을 정하지 못하면 비상 상황에서는 ‘직구’를 던진다는 사전 약속 같은 것도 정해야 하지 않겠나” 등등 대비책을 이야기 나눴다. 투수들이 캠프에서부터 미리 준비하게끔, 투수와 포수 파트에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가 진행됐다.LG 투수진이 수비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2024.02.02 /sunday@osen.co.kr
KBO는 지난해 KBO리그 투수들의 평균 투구 인터벌 조사 등 세부 지표를 분석하여 KBO 피치클락 규정을 확정했고, 피치클락 도입에 따른 시행 세칙을 발표했다.
투구 간 시간 제한은 주자가 루상에 없을 시 18초, 있을 시 23초를(MLB 기준 15초, 20초) 적용한다. 타자와 타자 사이(타석 간)에는 30초 이내에 투구를 해야 한다. 포수는 피치클락의 잔여시간이 9초가 남은 시점까지 포수석에 위치해야 하고, 타자는 8초가 남았을 때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수비측에는 볼, 공격측에는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피치클락 규정을 회피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타자의 타임 횟수는 타석당 1회로 제한되며, 수비팀에게는 ‘투구판 이탈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투구판 이탈은 견제 시도, 견제구를 던지는 시늉, 주자가 있을 때 투구판에서 발을 빼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수비팀의 타임 요청, 허용되는 시간 외의 포수의 포수석 이탈, 투수의 공 교체 요청 등도 투구판 이탈로 간주된다.
투구판 이탈은 타석당 3차례까지 허용되며, 4번째 이탈 시에는 보크가 선언된다. 단 4번째 투구판 이탈로 아웃을 기록하거나 주자가 진루할 경우에는 보크가 선언되지 않는다. 누적된 투구판 이탈 횟수는 한 주자가 다른 베이스로 진루하면 초기화된다.
일단 KBO리그에서는 전반기 시범 운영에 따라 피치클락 위반에 따른 볼·스트라이크 등의 제재를 적용하지 않고 경고가 부여된다. 또 견제 제한 등 투구판 이탈 제한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전체 규정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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