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 내준 치명적 실수’ 역적될 뻔했던 황인범의 반성 “축구인생 크게 남을 실수였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4.02.03 11: 01

황인범(28, 즈베즈다)이 한순간에 역적이 될 뻔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일 새벽 1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 알 자눕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23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손흥민의 결승골이 터져 호주를 2-1로 이겼다. 한국은 4강전에서 요르단을 만나 결승진출을 노린다. 무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의 꿈은 이어지게 됐다.  
손흥민의 원맨쇼였다. 한국이 0-1로 뒤진 후반전 46분 손흥민이 극적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황희찬이 깔끔하게 마무리해 1-1 동점이 됐다. 손흥민은 연장전서 환상적인 역전 프리킥골을 터트려 한국을 4강으로 인도했다.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전반 42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황인범이 평범한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박용우는 상대와 몸싸움에 밀려 슈팅을 막지 못했다. 결국 한국이 공간을 허용했고 크레이그 굿윈이 선제골을 넣었다. 김민재가 뒤늦게 발을 뻗어봤지만 실점을 막지 못했다.
이후 한국이 0-1로 뒤진 상황에서 조현우가 수차례 슈퍼세이브로 추가실점을 틀어막았다. 자칫 한국이 와장창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이 더 실점했다면 손흥민의 대활약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날 황인범은 77분을 뛰고 홍현석과 교체됐다. 벤치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보는 황인범의 표정이 내내 좋지 않았다.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얻고 황희찬이 동점골을 넣은 뒤에야 황인범은 안도했다. 손흥민의 프리킥이 터졌을 때 누구보다 좋아한 선수도 황인범이었다.
경기 후 황인범은 주관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내가 별다른 말을 할 처지가 아니다. 내 실수로 어렵게 끌고 갔다. 그 마음을 담아서 후반전에 모든 것을 쏟았다.
다음 경기에 할 수 있게 해준 팀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오늘의 일을 앞으로 경기장에서 다른 쪽으로 만회하겠다. 너무 고생했다.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승골이 터지고 황인범의 벤치 리액션이 화제가 됐다. 그는 “어떤 리액션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말이 안 나왔다. 간절하게 두 손 모으고 경기를 봤다. 이대로 패했다면 내 축구인생에서 크게 남을 실수였다.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준 팀원들에게 고맙다”며 비로소 웃었다.
황인범은 이제 요르단과 4강전을 준비한다. 조별리그서 2-2로 비긴 상대라 더 이기고 싶다. 그는 “120분 끝까지 뛴 선수들에게 나도 감동을 받았다. 나도 다음 경기서 보여주겠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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