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마 가오루(27, 브라이튼 호브 앤 알비온)가 일본 취재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일본은 3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1-2로 역전패하며 탈락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 간 맞대결이었다. 일본과 이란은 한국까지 포함해 '아시아 3대장'으로 뽑히는 강팀이다. 실제로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 이란은 21위로 아시아 국가 중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이 23위로 3위에 올라 있다.
출발은 일본이 좋았다. 전반 28분 모리타 히데마사의 대회 마수걸이 골로 선제 득점을 올렸다. 이후로도 이란의 위협적인 공격을 잘 막아내며 전반을 1-0으로 앞선 채 마무리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흐름을 내주기 시작한 일본은 후반 10분 모하마드 모헤비에게 동점골을 얻어 맞았다. 센터백 이타쿠라 고가 모헤비를 눈앞에서 놓친 게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란이 완전히 기세를 올리고 맹공을 펼쳤다. 하지만 일본의 츠쿠시 나오키 기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일본이 너무 밀리고 있다는 말에 "괜찮다. 미토마와 미나미노 다쿠미가 몸을 풀고 있다. 미토마가 나오면 흐름이 바뀔 것"이라며 기대를 걸었다. 그는 이란이 정말 좋은 팀이라고 칭찬하면서도 미토마에게 믿음을 보냈다.
나오키 기자의 바람대로 머지않아 미토마가 투입됐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후반 25분 마에다 다이젠, 구보 다케후사를 빼고 미토마, 미나미노를 넣으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일본이 자랑하는 '드리블 왕' 미토마는 이란 수비에 꽁꽁 묶였다. 이란은 그가 공을 잡으면 곧바로 라민 라자에이안과 알리레자 자한바크시가 달라붙어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미토마는 패스 성공 2회(2/5), 드리블 성공 0회, 지상 공 경합 승리 0회(0/3), 슈팅 0회를 기록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일본도 경기 종료 직전 이타쿠라의 실수로 페널티킥 역전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패배를 지켜본 나오키 기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기자와 악수를 나눴다.
경기 후 미토마는 "월드컵 때도 그랬지만, 팀에 기여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부상은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정말 분하다"라며 "직전 경기에서 120분을 뛰고 승부차기까지 간 팀을 이기지 못한다면 우리 실력이 아래라고 인정해야 한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한편 일본의 패배로 '운명의 한일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조 2위를 기록하면서 결승까지 올라가야만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연달아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지만, 일본은 8강에서 이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던 결승 한일전은 상상으로 끝나게 됐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요르단과 맞붙는다. 두 팀은 7일 0시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만난다. 반대편에선 이란과 카타르가 8일 0시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대망의 결승전은 11일 0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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