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 사는 것에 후회를 해본 적은 없다.”
배우 조진웅(47)은 6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저 스스로 이름값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환경을 만들어놨다. 아버지도 이제는 제가 ‘조진웅’으로 불리는 것에 익숙해지셨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조진웅의 본명은 조원준이지만 인간이자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아버지의 실명인 조진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조진웅은 “그런 상황을 저 스스로 만들어놓아서 그런지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도 어떨 때는 (단기 목표로 세운 걸) 내려놓을 때도 있지만 최소한 내 것을 지켜가며 살아가자는 생각이 크다”라고 캐릭터와의 연관성을 밝혔다.
그가 주연을 맡은 새 한국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제공 콘텐츠웨이브㈜, 제작 ㈜팔레트픽처스·㈜사람엔터테인먼트)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원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진웅은 죽은 사람으로 살게 된 바지사장 이만재를 연기했다.
바지사장 역의 조진웅은 이어 “그간 ‘그것이 알고 싶다’나 ‘추적60분’에서 (바지사장이라는 존재를) 스치듯 본 적은 있지만 내가 그동안 몰랐던 세계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 바지사장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잘 짜인 시나리오였다”며 “감독님도 실제 경험한 바 없지만 방송에서 접한 사건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담아 시나리오를 잘쓰셨다. 저도 스쳐 지나가면서 봤던 건데 (바지사장이) 우리 영화에서 다뤄졌다는 게 섬뜩하다”고 소재에 관한 느낌을 털어놨다.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안 좋은 일들이 많고, 아차 싶으면 잘못될 수 있다. 저희 아버지도 과거에 보증을 잘못 선 적이 있다. ‘바보 같이 그걸 알아보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보이스피싱도 마찬가지고, 어떤 일이 언제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거다.”
이어 조진웅은 “‘데드맨’의 시나리오 작업 과정 중에 봉준호 감독님의 조언이 있었다고 하더라. 봉 감독님이 캐릭터별로 조언을 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님이 하준원 감독님을 굉장히 애정하는 거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각본 및 연출을 맡은 하준원 감독에게 “저와 동갑이어서 장편 데뷔는 늦었지만 그래서 이번 영화가 더욱더 값진 작업이었다”며 “초반엔 현재의 완성본과 다른 형태의 엔딩이었는데, 감독님이 의견을 듣고 과감하게 엔딩을 바꾸셨다”라고 ‘데드맨’의 최종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진웅은 ‘데드맨’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잘 설계된 시나리오였다. “제가 보통 제안받은 시나리오를 소속사로부터 건네받을 때 ‘감독님 이름은 보여주지 말라’고 한다. 읽고 나서 마음에 들면 그 이후에 감독님의 이름을 보고 만나서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라고 설명했다.
출연을 결정한 후 캐릭터 분석은 감독 및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서 이뤄진다. “캐릭터 분석 과정이 제일 어렵다. 가장 중요한 건 감독, 작가와 나누는 대화다. 그 다음에 그 캐릭터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만나서 얘기하는 게 제일 좋다. 인터뷰 하는 게 제일 효과적인 거 같다”라며 “예전에 (형사 역할을 맡았을 때) 강력팀에 배정을 해줘서 합숙도 했었다. 제가 범인을 검거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에게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잡는지 지켜봤다”고 자신의 캐릭터 분석 과정을 들려줬다.
하준원 감독의 디렉션이 많지 않았다는 조진웅은 “현장 상황이 열악해서 감독님이 그 부분에 대해 미안해하셨다. 어느 현장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는 ‘그건 걱정하지 말라. 우리가 감안하고 가는 거다. 알고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조진웅은 “촬영할 때 하준원 감독님은 항상 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옆에 앉아 계셔서 제가 느낀 점을 말하면 그걸 적으면서 스크립트 역할까지 하셨다. 또 하 감독님 옆에는 현장편집 기사님까지 같이 있었다”고 치열했던 촬영기를 돌아봤다.
조진웅은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 역을 맡은 선배 김희애(56)에게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 영화를 통해 '왜 김희애인가’ 알게 됐다. 나도 연기 좀 한다고 깝죽거리고 있는데 선배님의 내공을 느꼈다. 선배님에게 ‘혹시 연기 학원에 다니느냐’고 여쭤봤다.(웃음) 내공을 뿜어내며 역할을 해냈다는 것은 후배로서 존경할 만하다”며 “선배님은 오랜 시간 일을 해오신 분이다. 근데 루틴이 딱 정해져 있다. 나는 그렇게 못 산다. 연기를 할 때도 그것과 완벽하게 조화가 되어서 놀랐다”고 김희애와의 호흡을 회상했다.
조진웅은 특히 김희애의 원신원컷을 짚으며 “배우들이 한 번에 그만큼의 대사, 감정, 호흡을 이어가기엔 레벨이 상당히 높다. 동선을 중간에 끊어서 찍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가자고 동의한 감독님도 대단하다”며 “김희애 선배님은 내공과 강단이 있어서 그걸 해냈다. 그럴 때 저는 정말 ‘심멎’ 했다. 현장에서 선배님을 봤을 때 내공만으로 설명되는 건 아니었다. 배우로서 진가를 지녔다”고 극찬을 보냈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데드맨’은 설 연휴를 앞둔 2월 7일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콘텐츠웨이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