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설연휴 극장 파이 작아졌지만 [Oh!쎈 레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4.02.10 21: 45

 올 설 연휴에 극장 개봉한 영화 라인업을 살펴보면 중소규모 예산이 들어간 작품이 대다수이다. 티켓값 상승에 따른 선택론, OTT와 극장이 선의경쟁하는 시대 속에서 명절 연휴 및 성수기 시장이 부진해왔기 때문에 영화가 제작되는 성격이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오른 티켓값에 따라 소비자는 ‘호평받은 딱 한 편만 보겠다’는 가성비를 꼼꼼하게 따지게 됐고, OTT 오리지널 드라마-영화의 작품성이 높아지면서 작품을 대하는 관객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
또한 SNS 반응이 예매율 등락과도 일부 영향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흥행작을 탄생시키는 일은 과거에 비해 많이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완벽에 가깝게 검증된 영화를 보려는 경향이 짙어진 셈이다.

명절 연휴에는 코미디나 사극이 잘된다는 정설이 있지만 올해는 현실 반영 드라마 장르의 영화가 설 극장 라인업을 꾸렸다. 이달 7일 개봉한 ‘소풍’, ‘데드맨’, ‘도그데이즈’는 각각 약 25만, 180만, 200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책정했다. 제작비 큰 규모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전무하다. 특히 돈이 몇 배로 많이 들어가는 시대극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가족이 같이 보기에 적절한 드라마는 사극, 액션 등 블록버스터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면서도 관객을 부담없이 불러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최소한의 리스크로, 최대의 이익을 볼 수 있는 경제적인 장르인 것.
먼저 김영옥과 나문희, 박근형이 만난 ’소풍’(감독 김용균, 제작 ㈜로케트필름, 공동제작 ㈜콘텐츠파크엔터테인먼트・청년필름㈜・㈜에스크로드,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에스크로드・(주)로케트필름)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 은심(나문희 분)과 금순(김영옥 분)이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노인들의 현실적 생계 문제 및 존엄사 이슈를 담고 있어서 2024년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
김희애와 조진웅 조합이 돋보인 ‘데드맨’(감독 하준원, 제공 콘텐츠웨이브㈜, 제작 ㈜팔레트픽처스・㈜사람엔터테인먼트)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 이만재(조진웅 분)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 바지사장이라는 존재를 영화의 주요 소재로 사용했다는 게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반려견과 인간의 공생을 다룬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제공배급 CJ ENM, 제작 CJ ENM, 공동제작 CJ ENM STUDIOS・JK FILM・자이온 이엔티㈜)는 성공한 건축가(윤여정 분)와 배달 라이더(탕준상 분) 등 외로운 사람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스토리를 그린다. 여러 명의 캐릭터들의 사연이 감동적으로 담겨 있어 눈물샘을 자극하며,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는 훈훈한 영화다.
흥행 성공 영화의 비결에는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기본은 단순하다. 한마디로 ‘재미가 있으면 극장에 가서 본다’는 것은 상황과 세월이 바뀌어도 진리로 통한다. 관객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혹여 역바이럴됐다고 해서, 일부 혹평이 존재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영화가 잘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캐릭터, 서사 등 기본적인 재미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것이지, 그게 일부에서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역바이럴로 인해 초반부터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극장에서 작품을 본 관객이라면, 누가 뭐라고 말하든 좋은 영화는 알아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소풍’, ‘데드맨’, ‘도그데이즈’는 각자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나름의 개성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적은 제작비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영화의 외형적인 사이즈를 키우는데 힘을 쏟지 않고, 관객이 원하는 지점을 소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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