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두산 야수 고과 1위에 연봉이 어느덧 2억5000만 원을 돌파한 강승호(30). 그런데 왜 그는 고과 1위 이야기가 나오자 부끄럽다고 했을까.
지난 9일 두산 베어스가 발표한 2024년 연봉 계약에 따르면 강승호는 종전 2억 원에서 5500만 원 오른 2억5500만 원에 2024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7경기 타율 2할6푼5리 7홈런 59타점 51득점 OPS .703 활약에 힘입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산 비FA 야수 고과 1위를 차지했다.
10일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강승호는 “같이 뛰는 형들이 다 FA라서 고과 1위가 된 것이다. 부끄럽다. 그나마 경기 출전을 많이 해서 고과가 높게 나온 거 같다”라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그래도 1위라고 해주시니 감사하고,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올해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게끔 확실하게 고과 1위를 해보고 싶다”라고 연봉 계약한 소감을 전했다.
강승호는 지난 2020년 12월 최주환(당시 SSG)의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북일고를 나와 2013 신인드래프트서 LG 1라운드 3순위 지명을 받은 그는 2018년 문광은과의 트레이드로 SSG의 전신인 SK 유니폼을 입은지 3년 만에 잠실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강승호는 이적 첫해 113경기 타율 2할3푼9리 7홈런을 거쳐 2022년 마침내 두산의 주전 2루수로 도약했다. 134경기에 출전한 가운데 타율 2할6푼4리 117안타 10홈런 6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각종 타격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썼다. 감격의 데뷔 첫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었다.
강승호는 이에 힘입어 1억1500만 원에서 8500만 원(73.9%) 인상된 2억 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팀 내 최고 인상액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커리어 세 번째 팀에서 마침내 꽃을 피운 강승호는 “여기 와서 잘해서 그런 걸수도 있는데 두산이 제일 잘 맞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야구, 하고 싶은 야구를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팀이 두산이다”라고 흡족해했다.
강승호는 부끄럽지 않은 연봉 고과 1위가 되기 위해 ‘기복 줄이기’를 새 시즌 목표로 설정했다. 강승호가 지난해 타율 2할6푼5리를 기록했지만 잦은 기복 탓에 타율이 한때 2할3푼6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기복은 감독의 선수 기용과 관련한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강승호는 “지난해 초반 많이 고전했다. 6월까지 그랬던 것 같다”라며 “이번 캠프에서 기복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기복을 확실하게 줄여야만 꾸준히 잘할 수 있다. 아직 공격, 수비, 주루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많이 부족한데 확실한 기량을 보여드리면 내 자리를 확실하게 굳히지 않을까 싶다. 또 그런 마음이 있다”라고 밝혔다.
어느덧 30살이 된 강승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부터 새롭게 캡틴을 맡은 양석환을 도와 선배와 후배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 중이다.
강승호는 “(양)석환이 형은 워낙 밝은 선배다. 밑에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나이 많은 형들도 잘 이끄는 능력이 있다. 주장으로서 적합하다”라며 “석환이 형이 처음 주장을 맡아 어려운 부분도 있을 텐데 나와 (김)인태가 중간 나이라 다리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강승호는 지난해 9월 광주 KIA전에서 KBO리그 역대 30번째, 두산 6번째 사이클링히트를 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홈런-3루타-2루타-단타 순으로 때려내며 KBO 최초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히트의 주인공이 됐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가 빠지며 2경기 연속 사이클링히트가 아쉽게 불발됐다.
강승호는 “당시에는 2경기 연속 사이클링히트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욕심도 없었다”라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보니 아쉽기는 하더라. 세계 최초가 될 수 있었다고 하니 더 그렇다”라고 되돌아봤다.
강승호는 올해 대기록에 또 도전하겠냐는 질문에 “사실 그것보다 두 자릿수 홈런 치는 게 더 좋다”라고 웃으며 각오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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