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몬스터, 컨택만 잘하면 넘긴다"…196cm 거인의 자신감, 롯데 거포 갈증 해소하나 [오!쎈 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4.02.19 10: 40

롯데 자이언츠는 그동안 외국인 타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거포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최근 롯데가 영입한 타자들은 거포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거포 유형의 선수를 영입했다고 하더라도 그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다. 
2020~2021년까지는 MLB급 수비를 선보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 함께했고 2022년에는 거포를 때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DJ 피터스를 영입했지만 컨택 능력에 심각한 결점을 보였다. 결국 공갈포로 전락한 채 퇴출이 됐다. 피터스를 대신해서 합류한 잭 렉스는 2022년 후반기 맹활약을 펼쳤다. 거포 보다는 중장거리 타자에 가까웠지만 장타력을 충분히 갖춘 타자로 2023년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렉스도 2023년에는 무릎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중도 퇴출됐다. 렉스를 대신해서 합류한 니코 구드럼은 거포와 거리가 멀었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었는데 수비력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거포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결국 홈런은 1개도 때려내지 못한 채 짐을 싸야 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올해 빅터 레이예스를 새 외국인 선수로 맞이했다. 레이예스와 지난해 12월, 총액 95만 달러(보장액 70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에 계약했다. 
196cm, 87kg의 건장한 체구를 갖고 있다. 우투양타, 스위치히터로서 외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2012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한 뒤 2015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팀을 옮겼다. 그리고 2017시즌이 끝나고 열린 룰5드래프트를 통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2018년부터 디트로이트에서 5시즌을 버티면서 394경기 타율 2할6푼4리(1214타수 321안타) 16홈런 107타점 OPS .673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에서 128경기 타율 2할7푼9리(502타수 140안타) 20홈런 83타점 OPS .792의 기록을 남겼다.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커리어 최다의 홈런을 기록했다. 트리플A에서는 4시즌 230경기 타율 2할9푼8리(896타수 267안타) 34홈런 156타점 OPS .830의 기록이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레이예스는 분명 미국에서 거포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롯데도 “뜬공으로 홈런을 펑펑 쳐내는 그런 유형의 타자는 아니지만 라인드라이브의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트리플A에서 36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124개의 삼진을 당했다. 볼넷/삼진 비율이 0.29로 좋지 않다. 트리플A 통산 볼넷(64개)/삼진(193개) 비율도 0.33이었다. 선구안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성적이다. 이에 롯데는 “삼진 비율이 높은 것은 분하지만 컨택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다. 스위트스팟에 맞히는 확률도 좋다”라고 강조했다.현장에서 레이예스를 지켜본 김태형 감독은 타석에서의 자세와 모습에 대해 “공을 잘 친다. 청백전이나 라이브 배팅 때 보면 컨택이 괜찮다. 그렇다고 공을 붕붕 휘두르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외국인 타자들이 신중한 편이 아닌데 공을 잘 골라내는 것 같다. 공을 막 따라다니지는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김태형 감독은 취임 당시 롯데 팀 내에 “장타칠 수 있는 거포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장타력의 부족을 외국인 타자가 해소해주기를 바랐다. 레이예스는 스스로를 “공격적인 타자이고 힘이 좋은 선수다. 라인드라이브나 중장거리 타구를 많이 생산해내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사실 레이예스가 앞으로 마주할 부산 사직구장은 높은 담장으로 유명하다. 사실 타자들에게는 악명이 높다고 봐야 한다. 2022시즌을 앞두고 구장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좌우는 95m에서 95.8m로, 중앙은 118m에서 120.5m 늘어났다. 그리고 기존 담장의 높이를 4.8m에서 6m로 높였다. ‘사직몬스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었던 사직구장은 이제 타자들에게 불리한 구장이다.
홈런을 기대하는 롯데 팬들, 홈런을 쳐야 하는 타자들에게 ‘사직몬스터’는 대답 없는 문지기였다. 레이예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팬 분들이 원하시는 장타를 많이 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면서 사직몬스터에 대해서는 “동료들에게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힘이 있는 타자이기 때문에 컨택만 잘하고 앞으로 민다는 생각으로 타격을 하면 다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와의 인연은 간접적으로 있었다. 롯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딕슨 마차도는 레이예스에게 긍정적인 조언들을 해줬다. 그는 한국에서, 그리고 롯데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면서 “아시아 무대 도전은 처음이지만 야구는 똑같다. 야구를 열심히 하면서 나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되고 문화를 빨리 이해하고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롯데와 계약하기 전에 마차도와 연락을 했다. 마차도가 ‘한국에 가면 너한테도 좋은 경험이 괼 것이고 재밌을 것이다. 아마 롯데 팬들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문화도 좋고 재밌으니까 네가 한 번 직접 느껴봐라’라는 조언을 해줬다”라고 웃었다. 
현재 김태형 감독의 베스트 구상은 레이예스가 중견수를 맡는 것이다. 그러나 2022년 디트로이트 시절 4~5월, 한 달 간격으로 왼쪽과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연달아 당했다. 4월 22일 왼쪽 햄스트링 부상, 5월 16일 복귀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6월 12일 복귀한 뒤 2경기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뒤 줄곧 우익수나 좌익수 등 코너 외야수로 뛰었다. 2021년까지는 중견수도 곧잘 소화했지만 2022년 이후 중견수 소화 경기가 현저하게 줄었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는 좌익수나 우익수로만 뛰어야 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태형 감독은 “지켜봐야 한다. 레이예스가 중견수를 맡는 게 베스트다. 본인이 정상 컨디션일 때는 중견수를 보는 게 충분하다”라면서도 “다리가 길어서 성큼성큼 뛰니까 100% 몸상태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경기를 할 때 마지막에 피치를 올려서 달리면 100%인 상태인 것이고, 피치를 올리지 못하면 아닐 것이다. 추후 그렇게 체크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민석의 송구가 많이 좋아졌다”라며 김민석이 중견수로, 레이예스가 좌익수로 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레이예스는 이에 “외야 전포지션에서 뛰어봤고 어느 포지션이든지 다 뛸 수 있다. 문제 없다. 몸 상태는 전혀 문제 없다”라면서 “중견수는 제 커리어에서 가장 오래 뛴 포지션이기 때문에 좀 더 자신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캠프를 치르면서 관찰한 레이예스는 ‘샤이’한 편이다. 이런 성격도 주장인 전준우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그는 “원래 내가 조용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옆에서 동료들이 말을 많이 걸어줘서 빨리 친해지는 것 같다. 모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농담도 많이 해주고 있고 저도 이제는 같이 농담을 하고 있다”라면서 “주장인 전준우는 팀의 문화나 한국의 문화를 많이 알려주고 옆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인 것 같다. 저도 굉장히 많은 공부가 되는 것 같아서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투수진에 비해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현재 롯데 전력이다. 이 전력의 격차를 뒤집을 수 있는 게 바로 외국인 타자의 존재다. 레이예스는 롯데 타선의 무게감을 끌어올릴 중책을 맡고 있다. 자신감은 있다. 이 자신감이 경기력으로 곧바로 연결이 될 수 있을까. 레이예스는 롯데의 운명을 바꿀 외국인 거포가 될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제공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