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장을 수십 번 따라다니며 느낀 건 그 안에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장 감독은 19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파묘’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이장을 다니면서) 과거의 잘못을 꺼내서 그것을 깨끗하게 없애자는 영감을 받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과거를 돌아보면 상처와 트라우마가 굉장히 많다. 그걸 파내서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라며 파묘를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파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 ㈜엠씨엠씨)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장재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이어 장 감독은 “제가 (기독교라서) 교회에 다니지만 촬영 전에 대구에 있는 할머니 묘에 가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웃음)”며 “배우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제가 새로운 시나리오를 보여 드리려고 노력하니까 아무래도 배우들도 선택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제 조상이 좋은 곳에 누워계신 거 같다”고 ‘배우 복’을 가진 이유를 자평했다.
장 감독의 원동력에는 배우들의 칭찬이 큰 몫을 차지한다. “배우들이 촬영 현장에 와서 ‘이런 데를 어떻게 찾았어?’라고 말하면 그날 촬영은 술술 풀린다. 만약에 배우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데?’라고 하면 그날은 뭘해도 안 되더라. 배우들이 와서 ‘이야~’라고 해주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 같다”고 로케이션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재현 감독은 “제가 ‘오케이’를 할 때 첫 번째가 배우(연기), 두 번째가 분위기다. 어떤 때는 오케이를 해도 (마음에 딱 드는) 느낌이 안 올 때가 있다”며 “(CG 작업을 위한) 블루스크린 앞에서 찍는 것보다 가능한 선까지는 실사로 찍고 싶었다. 그게 베테랑 배우들을 위한 감독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다’라고 가정하고 빨리 찍는 것보다, 실제 같은 상황에서 그들의 열연을 담고 싶다. 그리고 이런 장르의 영화는 CG에 한번 의존하게 되면 계속 그렇게 편하게 가게 된다”고 자신만의 연출 방침을 밝혔다.
장재현 감독의 각본과 연출에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의 연기가 힘을 실었다.
최민식은 땅을 찾는 풍수사 상덕으로 변신했다. “장재현 감독이라서 선택했다. 제가 장재현 감독의 조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는 최민식은 “언젠가부터 무속신앙을 너무 터부시하는 거 같다. 인간과 신의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인간이 나약해질 때마다 매달리는 존재에 장재현 감독이 애정을 갖고 있는 거 같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최민식은 “땅에 대한 상덕이 가진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좋았지만 영화의 만듦새가 촘촘히 짠 카펫처럼 구멍이 없었다.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어서 하게 됐다”며 “감독님으로부터 자신이 의도한 것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힘이 느껴져서 대단하다 싶었다”고 장 감독의 연출력을 극찬했다.
유해진은 예를 갖추는 장의사 영근 역을 맡았다. “오컬트물 출연은 처음”이라는 유해진은 “그동안 제가 오컬트 장르를 해본 적이 없어서 하게 됐다. '우리나라 오컬트 장인'으로 불리는 장재현 감독님의 시나리오와 작업 현장은 어떨지 호기심이 있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유해진은 캐릭터 접근 방법에 대해 “저는 감독님과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라며 “제가 맡은 캐릭터는 관객의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의 입장에서 영화에 접근하기 위해 풍수사, 무당 캐릭터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고은과 이도현이 무당 역을 맡아 극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으로 분한 김고은은 “제가 제안을 받았을 때 최민식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 된 상태였다. 선배님과 연기 합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너무 귀했다. 그래서 하게 됐다”며 “또한 장재현 감독님의 전작들을 너무 재미있게 봤고, 제가 영화관에서 오컬트물을 보는 걸 좋아한다”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대살굿 연기와 관련해서는 “굿 촬영은 감독님과 스태프의 배려로 하루 만에 끝났다. 분량이 많아서 하루 만에 끝낼 수 없었는데 카메라 4대가 설치돼 촬영이 이루어진 덕분에 하루 안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크게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민식과 유해진은 “말은 그렇게 하지만 김고은의 에너지가 대단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문을 외는 무당 봉길 역의 이도현은 군 복무 중이어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 했다. 그는 빙의된 모습부터 일본어 대사까지 쉽지 않았을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했다.
장재현 감독은 무속신앙을 다룬 오컬트에 대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한발짝 더 나아가는 게 제 원동력이다. 여러 가지 소재를 이용해 완충 역할을 하려고 했다. 옆나라에서 건너온 것을 관객이 어떻게 하면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저는 (기존의 것에서) 한발 더 나가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선입견 없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파묘’의 개봉은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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